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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든버러성

메트로폴리탄 세인트 앤드류 성당

by 세만월

맘 언니가 에든버러성은 꼭 가보라고 하며

서툴지만 노트북을 켜 기차 시간까지 봐주었다.

원래 갈까 말까 하다가 글래스고에서만 있어도

갈 데가 많겠다는 생각에 계획을 접었던 곳이었다.

언니의 말을 따라보자 하고 바로 그 다음날

조식을 마치고 기차역으로 향했다.


Glasgow Central Queens Street 역에서 출발

Edinburgh Waverly 역에서 내렸다.

1시간 10여 분 걸린 것 같다.

역에서부터 걸어가는데 차차 경사가 높아진다.

아 저기겠구나 싶은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에든버러성 입구에서 온라인 티켓을 끊고

입구에서 QR코드를 보여 주면 되었다.

자, 이제 들어간다.


와, 와, 감탄사만 연발이었다.

역사 속 한 순간에 와 서 있는 기분이었다.

성에서 내려다보이는 전경 또한 이루 말할 수 없었다.


○○, 네가 마치 왕같이 찍혔다.

마치 어떻게 이 성을 지킬까 내려다보며

고민하고 있는 것 같아.

오길 잘했다 생각했다.

아이는 대포에 관심이 많았다.

곳곳에 있는 샵에서

아이가 원하는

왕관 모양 그리고 에든버러성 입구와 대포가

앞뒤 도금 된 키링 두 개를 샀다.

11시 30분에 들어가 1시 30분쯤 2시간을 둘러보았다.


내려오는 길에 한 레스토랑에 들러 점심을 했다.

페페로니 피자와 프라이(치즈와 불고기를 곁들인 감자튀김)

다시 글래스고 센트럴 퀸즈스트리트 역에 도착했다.


9개 나라를 여행하며 나라마다 성당에서 미사를 드리고 싶은 마음에 성당에 가기 전 Lush 샵에 들러 거품목욕을 위한 비누를 몇 개 사 아이의 피곤함을 잠시 달랬다.


매장 직원분이 친절하게 어떻게 사용하는지 직접 보여 주었다. 아이는 신이 나 그분이 하라는 대로 잘 따라 했고 마음에 드는 비누를 골랐다.

잠시 엔진 연료를 채우고 러쉬 매장에서 10여분을 걸어

한 성당에 도착했다. Metropolitan Cathedral of St Andrew 성당. 평일 오후 5시 15분 미사가 있었다.


4시 50분쯤 도착해 벤치에 앉았다. 미사가 있는 게 맞나 싶어 마침 옆쪽 문에서 흰 가운을 입고 나오는 여성분에게 물었다. 맞다며 환하게 웃어주셨다. 아이는 지루해했지만 에든버러성에서 산 키링 두 개를 만지작거리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는 중에 방금 전 그 흰 가운을 입은 여성분이 우리에게 다가와 성체를 모실 때 자기를 도와달라고 요청하였다.

자기 이름은 헨리라 했고 우리 이름을 물어보았다.

아이와 나도 이름을 말했다. 반갑다며 인사해 주었다.

그분은 다시 미사 준비를 하러 앞쪽으로 갔다.


○○야, 엄마가 영어가 짧아서 저분이 우리 보고 뭘 도와 달라 한 거 같은데 정확히 이해를 못 했어.

이따 미사 시간에 잘못하면 어쩌지?


아이는 웃으며 잘못해라, 잘못해라 놀린다.

미사를 보는 중에 아이에게 조용히 말했다.


엄마가 잘못 들었나 봐. 우리가 돕는 게 아니라 자신들 따라서 성체 모심 된다고 한 건가 봐.


그런데 곧 있다 성당 관계자로 보이는 한 남성 분이 나에게 다가와 따라오라 손짓했다. 성수가 담긴 컵과 흰 천이 놓인 쟁반을 내게 주었고 바로 저기 있는 내 아이는 안 하는 건지 물었다. 그제야 헨리라는 분이 요청한 것이 이해되었다.

다급히 He will, he will 하자 남성분은 벤치에 앉아 있는 아이를 데려와 흰 천으로 덮어 놓은 성체가 담긴 그릇을 아이에게 주었다.


헨리는 자신을 따라오라며 우리 둘에게 손짓했다.

아이와 나는 신부님께 성체와 성수가 담긴 그릇을 전달했다. 벤치로 돌아와 아이와 나는 서로 마주 보았다.

아이는 지금 이게 뭘 한 거지 싶은 멋쩍은 표정을 지었고

나는 연신 대박, 대박 소리만 내었다.

미사를 마치고 신부님은 사람들을 배웅했다.

아이와 내게도 아까 고마웠다며 잘 가라 인사해 주었다. 우리도 신부님에게 인사했다.


숙소에 오자 아이는 또다시 이불속으로 쏙 들어가더니 여기가 천국이네 하면서 바로 잠이 들었다.

맘 언니는 전화를 주어 오늘 하루 안부를 물었다.

에든버러성에서 찍은 아이와 내가 담긴 사진을 보내주었다.

대모님에게 오늘 있던 일을 톡 하고 나도 바로 잠이 들었다.

7시 반도 안 되었던 것 같다.


다음 날 아이는 새벽 4시 반에 일어났고 한 시간쯤 기다렸다

5시 반에 거품목욕을 했다. 그리고 7시 조식을 했다.

어제의 일과가 하루 지난 새벽 거품목욕으로 말끔히 소화된 것 같았다. 어제의 일정을 마침과 동시에 조식을 하며 바로 오늘의 일정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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