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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기사님과의 대화

봄은 옵니다.

by 세만월

대학원 수업 첫날

기차 시간이 촉박해 택시를 탔다.

어제 온 눈이 아직 녹지 않아

택시가 안쪽 길로 들어오기가 버거웠다.


안녕하세요, 택시 기사님께 인사를 드렸다.


네, 여기는 눈 오면 무서워요.


맞아요.


사람들은 하늘과 가까이 살기를 원하나 봐요.


그러게요. 근데 눈 오면 불편해요.


한 어르신이 저 언덕 위에 집을 지으셨는데

들어가 사신 지 얼마 안 돼 돌아가셨어요.

병원 다닐 때도 많이 태워드렸는데.

세상만사가 뜻대로 안 되는 것 같아요.


맞아요. 허망하셨겠어요.


맞아요. 허무하더라고요.


맞아요. 세상만사가 뜻대로 되면 얼마나 좋겠어요.


기차역에 다 왔을 때쯤 택시기사님이 내게 말했다.


제가 하느님께 손님 내리시면 말씀드릴게요.

눈 다 녹게 해달라고.

언젠가 눈은 다 녹습니다.

봄은 옵니다.


기차를 타려면 이번 전철을 타야만 했다.

3분 정도뿐이 안 남아 급하게 택시를 내리면서도

느닷없는 순간의 위로와 평안이었다.


택시기사님에게 감사했다.

하느님이 내게 보내주신 메신저 같았다.


정신을 다잡고

현실을 마주하고

의연하려 하고

나를 수련한다는 마음을 가지고

왼발 오른발 그것도 안 되면 왼손 오른손 양팔 벌리고

외줄 위에서 중심을 다잡아 왔다.


택시를 타기 위해 길을 내려가는데

녹지 않은 눈에 미끌거렸다.

넘어지지 않으려 온몸에 힘을 주고

종종걸음으로 내려가 탄 택시였다.


택시기사님과의 대화 안에서

바짝 섰던 긴장감은 풀리고

마음은 따뜻해졌다.


9분 만에 도착해 전철을 잡아 탔고

서울행 기차를 탔다.


택시기사님들과 대화를 자주 하는데

그 속에서 영감을 받을 때가 많다.

또 한 번 다짐한다.


인생은 혼자만 힘든 게 아니며

인생은 결코 혼자 살아낼 수 없는 곳이다.

그러므로

자체로 감사함과

자체로 겸손함으로

나를 대하고 타인을 대해야 한다고 말이다.


택시기사님과의 오늘 아침 대화가 감사했다.

그리고 내가 나에게 말을 건넸다.

○○아, 너는 분명 아무 일도 없을 거야. 걱정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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