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생각하지 말아요.

인생 뭐 없어요.

by 세만월

어제저녁 학교수업이 끝나고

서울집 아부지께 갔다.


아빠, 잘 해결됐어요.

그럼 여긴 괜찮은 거냐?

네, 그럴 것 같아요.

그래, 잘 됐다.


평소 근심 걱정이 많은 아부지는

이제야 한시름 놓는 것 같으셨다.


나는 산책하고 올게요.


아부지는 이 집을 좋아하신다.

앞뒤로 시야가 트여 있고

바로 앞에 옛날 경춘선 철길 따라

예쁘게 공원이 조성돼 있다.

산책하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도 모르게

산책길도 길다.


비가 오려나.

바람도 센 것 같고,

그래도 바람이 따뜻했다.

여름이구나 벌써 생각했다.

산책길에 한번 오르면

한 시간 두 시간은 뚝딱이다.

좋다.

휴!


오늘 오전 학교수업에 가려고 집을 나섰다.

마을버스를 타려는데

집 앞 정거장에서

마을버스가 지금 막 출발하는 것이 보였다.

놓쳤다.

뒤에 있는 택시를 탔다.


창문이 열려 있는데

택시가 속도를 내니

시원한 바람이 상쾌했다.


와, 집안보다 여기가 훨씬 시원하네요.

집이 더워요?

네. 드라이하고 그래서 그런가 덥더라고요.

올여름은 무지 덥대요.

그럴 것 같아요.

벌써 6월이에요. 시간이 너무 빠른 것 같아요.

눈 한번 감았다 뜨면 1년이 지나 있어요.

그르니까요. 제가 그래서 신년인사 잘 안 하잖아요.


아저씨는 크게 웃으셨다.


새해 인사 하고 나면 5월, 6월 돼 있더라고요.

그게 나이 먹었다는 소리야.

그르게요. 맞아요.

저는 제 나이 약봉지 보고 알잖아요.


아저씨는 또 한번 크게 웃으셨다.


내가 나이가 70이에요.

와, 그렇게 안 보이세요.

그냥 사는 거예요. 나이는 잊고. 인생 뭐 없어요.

네. 그런 거 같아요.


택시비를 결제하고

전철을 탔다.


택시 기사님과 대화를 나누면 좋다.

즐거운 대화가 많은 편 같다.

여러 사람들을 대하다 보니

그분들 나름대로 노하우가 생긴 것일까.

편안하게 대화를 참 잘하신다.

군상들을 대하며 쌓은 여유일까.


오늘 상담사례 발표가 있다.

지도교수님 수업이라 신경이 쓰인다.

이것만 끝나면 곧 종강이다.

시간 참 빠르다.


하루하루 그냥 살아요.

나이 생각하지 말고.

네.


택시기사님과의 대화가 떠오른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9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