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분

감사

by 세만월

미술학원에 가면

테이블이 두 개가 있다.

아이랑 같이 다닌다.


아이는 아이들이 없을 땐

내 앞에 한 테이블에 앉다가

형누나 또래가 있음

그쪽 테이블로 간다.

나는 데생 연습하기에 여념이 없다.


아이는 미술 작업을 하면서

그들과 팔씨름도 했다가

다시 작업했다가

슬라임도 만들다가

가끔 중간에 나한테 와서

엄마가 그린 그림을 보고

쓱 놀리고 다시 가기도 했다가 그런다.


여기 봐. 여기 선생님이 한 거야.

잘했지?

네.

근데 고등학교 언니예요? 하고

한 친구가 미술 선생님께 물었다.

모자를 한번 눌러쓰고 간 적이 있었는데

그때였다.

기분이 좋았다.

그 친구가 쓰윽 오더니

와, 잘 그렸다 그런다.

그래? 고마워.


어제도 그런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변호사님께 전화가 왔고

엄마는 네가 그림을 그릴 때냐며 내게 한 소리하셨다.

마침 미술 수업이 딱 맞춰 끝날 때였다.

이제 ○○랑 가요 하고 집으로 갔다.

안 풀리던 몇 백의 향방을 입증해야 했다.

2시간 머리를 싸매고

다시 친부의 통장거래내역 10년 치를 보았다.

와, 그렇게 2시간 만에 찾았다.


네. 그럼 그렇게 정리할게요.


변호사님의 그렇게 정리한다는 말이 너무나 반가웠다.


네. 감사합니다.

휴!


미술 시간 데생하는 동안 90분이 순식간에 지났다.

점점 재밌다.

아이도 엄마랑 미술학원에 다니는 걸 좋아한다.

다행히도.

휴!


감사하다.

무조건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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