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또 다른 나'

엄마 품에서 아기가 안도하듯(feat. 교육분석)

by 세만월

방금 전 교육분석을 마쳤다.


오늘은 지난번 얘기 나눴던

비주류 2탄 같은 느낌이었어요.

그때 나눴던 비주류란 말이 너무 편안했거든요.


그래. 제목 나왔네. 비주류 2탄.


네.


내적 고민이 큰 것 같아.

현실적으로 풀어야 할 것들도 있지만,

내적 고민.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야, 전부.


저는 아주 낮은 단계에 있어요.

그런데 제 고민은 그 단계에 맞지 않는,

갭이 너무 큰 것 같아요.

이게 맞나 싶기도 하고.

그래서 섞이지 않는 물과 기름이란 표현을 썼던 것 같아요.


고민은 그냥 고민이야.

고민에 맞고 틀리고는 없어.

수직적 발달단계로만 보니까

OO이의 고민이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않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어.

하지만, 어떤 때는 거꾸로 발달하기도 해.

사람은 여러 모양으로 발달하니깐.


원래 위로 올라갈수록 외로운 거야.

해결책이 주어져 있지 않거든.

나눌 사람들도 점점 없어지고,

자리도 적어지지.


그런데 OO이는 사람들하고 있다고

채워지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잖아.

내적 고민을 통해 자기를 만날 때

그때 제일 만족감을 느끼면서 행복해하는 걸 알잖아.

그걸 알고 있다는 것만도 큰 거야.


계속 보이지 않는,

그 내적 고민을 하면서

키워 봐.

연구소 이름도 생각해 보고.

보이지 않는 것들이지만

나는 OO이가 보여.


저는 저를 믿거든요.

그래서 제 아이도 믿어요. 잘 자랄 거라는 걸요.

근데 저 혼자 저를 믿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저 혼자 저를 믿어 준다는 게

가끔 지칠 때가 있는 것 같아요.

아무도 저를 믿어 주지 않고

저 혼자 저를 믿어 줄 때

불안할 때도 있어요.

그럼 다시 다잡고 저를 믿어요.

그럴 때 지치는 것도 같아요.


나는 OO이를 믿어.

그리고 OO이가 방금 한 말,

저는 제 아이도 잘 클 거라고 믿어요라고 한 말도 믿어.

내가 얼마나 많은 다양한 사람을 상담하며 봐 왔어.


OO이는 자기 화두를 끝까지 붙잡고 가는 사람이야.

어떠한 상황에서도 그걸 놓지 않았어.

내가 ○○이를 본 지금까지.


교육분석 선생님의 말,

나는 OO이를 믿어.

그 말에,

용기가 났다.

그래, 다시 한번 나를 믿어 주자 하고.


청소년 상담할 때,

청소년 아이들을 만나면서 느꼈던 거랑

지금 제 아이를 키우면서 느꼈던 거랑

비슷한 감정인 것 같아요.

저 자체로 온전히 있는 느낌이 들거든요.


OO이는 아마 나이가 들어도 변하지 않을 거 같아.

순수성과 순수함, 그리고 예술성.


제가 학부모 회의를 가고,

상담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그들도 저를 좋아하고

저도 그들이 좋지만,

뭔가 현실에 제가 섞이지 않는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그런데, 청소년 상담을 할 때, 그리고 제 아이랑 있을 때는

저 자체로 오롯이 있는 느낌이 들거든요.

예전에 겨울왕국, 렛잇고 얘기하면서

청소년 상담 얘기 나눈 적 있었잖아요.

그때처럼요.


아까 ○○이가 철학심리 하고 싶다고 했을 때,

너무나 OO이한테 딱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방향을 잘 찾아가고 있는 거 같아.

눈에 보이지 않는 거야.

내적 고민을 하고 있는 거야.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은 게 아냐.

계속해서 그 생각들을 키워나가 봐.


네.


교육분석을 마치고, 선생님에게 톡이 왔다.

읽으면서 또 다른 나에게서 안식을 찾으며

평온 속에 잠에 들 수 있을 것 같았다.



편하게 앉으렴 편하게 앉으렴.

마음을 느긋하게 가져 봐.

의자에 앉아도 좋고 바닥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도 좋아.

어딘가에 기대도 좋고 인형을 안고 있어도 돼.

원한다면 누워도 좋아.

네가 가장 원하는 대로 하렴.

이제 눈을 감고 숨을 세 번 깊이 들이쉬고 내쉬어 봐.

공기가 코와 가슴을 통해 배까지 들어왔다가

다시 나가고 있어.

그걸 느낄 수 있니?

숨을 들이쉬고 내쉴 때마다

배가 약간 부풀었다가 꺼지는 게 느껴지니?

한 번 더 숨을 깊이 들이쉬고 내쉬어 봐.

- 디르크 그로서, 제니 아펠의 《너는 절대 혼자가 아니야》 -


*

내 안에는

내가 알고 있는 나 말고

또 다른 내가 있습니다.


그 '또 다른 나'는

마치 보호자처럼

늘 나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내가 지치고 힘들 때도,

분노와 좌절에 빠져 있을 때도,

즐겁고 기쁠 때도

함께하는 '또 다른 나'입니다.


깊은숨을 내쉬며 가만히 귀 기울이면

내가 나에게 말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그 첫 동작이 편하게 앉는 것입니다.

엄마 품에서 아기가 안도하듯

우리는 평화 속으로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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