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앓고 난 지금의 나는"

교육분석(feat. 시와 음악)

by 세만월

사실요,

여한은 없어요.

매 순간 최선을 다하며 살았고

희로애락을 다 겪어본 것 같아요.

저를 데리고 가시면 좋겠다 생각할 때가 있어요.


상담하며

내담자들을 만나면서

지금까지 개인적인 일들을 겪으면서

고통이 무얼까 생각하게 됐어요.

사람들이 생각하는 고통은 무얼까.

시지프스의 바위처럼 계속 위로 힘겹게 밀어 올리는.

죽을 만큼 힘든데도 살잖아요.


그런 말이 있잖아.

죽지 못해 산다는 말.


인간에게는 자유의지가 있잖아요.

선택할 수 있는.

제가 버지니아 울프를 좋아하잖아요.

댈러웨이 부인이라는 소설요.

거기에 셉티머스라는 인물이 나와요.

창밖으로 자신을 던져 죽는데

인간의 자유 선택 의지였다는

긍정적인 평들도 많거든요.

성당을 다니면서 이런 말을 하네요.

죽음은 인간이 선택할 수 있잖아요.

그럼에도 사람들은 살잖아요.

저도 어릴 적 제 손목을 그어봤지만

그게 쉬운 일은 아니더라고요.

하지만 선택할 수는 있잖아요.

그럼에도 우리는 살아간다는 거죠.

사람들에게 고통은 무엇인지 궁금해요.

사람들마다 고통은 다 다를 테니까요.


고통 속에도 낙이 있어.


네, 알아요.

어려운 일들을 겪으면서

직면하고 책임지고 나아가면서

삶의 주체로서 단단해지는 게 생기더라고요.

제 안이 단단해지는.


그래.


뭔가 제 안에 퍼즐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기분이랄까요.

삶, 의미, 죽음, 고통, 신, 상담,......


논문을 쓰면서 ○○이 안에서 통합이 될 것 같아.


네.


생각들을 멈추지 말고 계속해 나가 봐.

연구소 이름도 생각해 봐.

지금은 세울 수 없다 생각되더라도

○○이한테는 그런 생각들이 좋은 영향을 줄 거야.


공부할 것들이 많은데

거기에 아직 너무 미치지 못하는 것도

물과 기름 같다 여겨지는 것 같아요.


이제 시작했잖아.


네.



다음 날 저녁,

아이는 내 옆에서 흔한 남매 책을 읽었다.

엄마도 ○○ 옆에서 책 읽어야겠다.


이해인 님의 시집을 들추다가

마음에 와닿는 시 한 편을 보았다.



매인 데 없이 가벼워야만

기쁨이 된다 생각했다


한 톨의 근심도 없는

잔잔한 평화가

기쁨이라고


석류처럼 곱게

쪼개지는 것이

기쁨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며칠 앓고 난

지금의 나는


삶이 가져오는

무거운 것

슬픈 것

나를 힘겹게 하는

모욕과 오해 가운데서도


기쁨을 발견하며

보석처럼 갈고닦는 지혜를

순간마다 새롭게 배운다


내가 순해지고 작아져야

기쁨은 빛을 낸다는 것도

다시 배운다


어느 날은

기쁨의 커다란 보석상을

세상에 차려놓고

큰 잔치를 하고 싶어

한 편에 노래 한 곡을 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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