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피정

주님과의 대화

by 세만월

올해 마지막 피정이지 않을까 싶다.

침묵피정

그동안 공부한

성경책과 해설집, 필사할 펜과 노트

묵주와 기도집, 미사포

이렇게만 챙겼다.


학교 앞 아이가 수업이 끝나기를 기다리다가

아이가 친구와 얘기하며 계단을 내려오는 게 보였다.

아이가 어제 말한 가나 초콜릿을 내밀었다.

○○야, 이거.


친구야 너 이거 먹을래?

아이는 바로 친구에게 말을 건넸다.

그 옆에 한 학년 위 형에게도 건넸다.


미용실에 들러 나부터 먼저 머리를 자르고

어머니는 아이가 머리를 자르는 동안

나를 역까지 데려다주었다.


이모, 그럼 저 갈게요.

○○, 머리 잘 자르고.

아빠랑 시간 잘 보내고 와.

엄마도 일요일에 올 거야.


역에서 기차를 기다리다가

아이가 예쁘게 머리를 잘랐나 하고

전화를 했다.


머리 보여 줘 봐.

살짝만 보여준다 그럼.

그래.

아휴, 예쁘네.


고깃집에 가 있었다.

고깃집 이모네서

아이는 할머니랑 이모랑 놀고 있었다.

아이는 한 시간 정도 있다가

아빠를 만난다.


안녕, ○○.

아이가 손을 흔들자

고깃집 이모도

어머니도

내게 손을 흔든다.


영상 너머로

그들의 손짓과 미소와 웃음은

침묵피정을 앞두고

기도하며 살아야 하는 이유를

내게 보여준 듯했다.


부푼 기대감과

3분기를 정리하는 차분함

이러한 시간을 갖는 데 감사함으로

오롯한 대화가 기다려진다.

나는 주님과 어떤 대화를 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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