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오드리 헵번 <문 리버>
엊그제 다 처리가 끝났다 생각했는데 연락이 왔다.
그분 아직 거주 중이시네요?
네, 아직 주소 이전이 안 됐나 봐요.
그럼, 서류 한 장인데 다시 방문해 주셔야 할 것 같네요.
오늘 새벽 기차를 타고 은평구에 갔다가
일이 다 끝나니 9시가 조금 안 됐다.
GTX-A를 타니 서울역에 금방이었다.
잠깐의 시간이 있어 근처 성당을 검색했다.
중림동약현성당
도보로 20분이었다.
길 찾기를 따라 걸어가니
성당에 닿기도 전에 예쁜 풍경이 보였다.
예쁘다기보단 모던하고 차가운? 각박한?
서울 시내 한 모퉁이를 도니
옛것의 풍경이 드리워 있는 수제화거리가
어울리듯 안 어울리듯 조화롭게 같이하고 있었다.
어떤 공간에 와 있는 기분이었다.
마침 오드리 헵번의 문 리버 곡이 흐르고 있었다.
영화에서 오드리 헵번이 택시에서 내려
보석상 티파니 앞에서 주얼리를 보던 기분이 이랬을까?
내 것 같지 않은 여유에서였을까.
시간과 공간이 섞이지 않은 채
금세 분위기에 도취되어
위로라는 것을 받았다.
화려하게 치장한 그녀
화려한 보석상 티파니를 활보하지만
주얼리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은 참으로 공망이다.
화려함과 공망은 섞이지 않는다.
그녀는 화려하게 그녀 자신을 가렸으나
덮을수록 가려지지 않는다.
그럴수록 화려함에 이끌린다.
그러함에도 위로를 받는 순간은 있(었)을 테다.
바쁘게 일을 처리하고
뒤이어 처리해야 하는 잔 과정들을 마친 뒤
잠시 짬이 난 시간
저 멀리 성당 탑 일부가 보였다.
성당에 들어서니 참 고즈넉했다.
서울역 근처에 혼자만 알고픈 장소가 있구나 싶었다.
하지만 여기 성당은 혼자만 알기엔 유명한 곳이었다.
오늘 알았다.
신부님은 말씀하셨다.
십자가를 지지 않으려는 사람은
주님의 제자가 될 수 없습니다.
위로받는다.
어느 대목에서였을까?
미사를 마치고
집으로 향하는 기차를 탔다.
각자가 지고 있는 십자가를
잘 이고 지고 가게 해 달라고 기도한다.
봉헌성가 340 <봉헌>
성체성가 157 <예수 우리 맘에 오소서>
파견성가 521 <고통도 없으리라>
오드리 헵번 <문 리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