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고요함을 견뎌라

누구인가, 무엇인가 II

by 세만월

통계를 돌려 자료분석을 한 후

월요일 어제 발제 ppt를

교수님께 우선 메일로 보내드려야 했다.


엊그제 토일 주말

노인 상담 관련 자격연수 수업을 들었다.

교수님께 알게 되어 갑자기 듣게 된 수업이었다.

물론 선택은 내 결정이었다.


노인 상담 관련 자격연수 수업 신청을 한 다음 날

가정/성폭력 100시간 수업이 있음을

동기가 알려주었다.

보자마자 바로 신청했다.


와, 쌤이 교육 신청할 때

정말 빠르게 하는구나.


해야겠다 싶으면 빠르게 하는 것 같아요.

나는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이번 주 그룹 슈퍼비전이 있고

내가 발제할 차례여서

수비 보고서를 작성해

늦어도 내일 오전 중에는 제출해야 한다.

내일 서울에 볼일이 있어 나가야 하는데

그전에는 다 마쳐야 한다.


분명 나는 할 일이 많았음에도

노인 대상 상담 교육과

가정/성폭력 상담 교육을 신청했다.


노인 대상 상담 자격연수 수업을 들으면서

계속 내 안에 부대낌이 있었다.


아, 새아버지 친아버지 어머니

세 분이 '노인'이란 이름으로 대신해

미해결 문제로 있는 것이구나

깨달았다.


아, 교육을 받으며

가정폭력 사안에 대면해

나의 이야기를 다루려는 것이구나

깨달았다.


상담을 받는 중에 직면을 하고 싶지 않아

화제를 전환할 때도 있고

화제를 거부할 때도 있다.

그런데 지금 부대낌은 있으나

직면을 해야 하는 순간이라고 여겨진 것 같다.


오늘 카페 안

이 어색했던 고요한 공기가

직면을 마주하기 직전의 나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문 앞에 있는 것은

나였던 것 다.

마주하고 싶지 않은 나의 이야기.

조용한 집안

정적을 깨는 초인종 소리가

설렐 수도 있지만

처음 듣는 소리에

어떻게 닥칠지 몰라

두려움이 엄습하기도 한다.

하지만 알 수는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집안에서 창을 통해

대문 앞을 보고 서 있을 뿐이다.


문을 열 것인지 닫을 것인지

초인종을 수리할 것인지

고장 난 채로 둘 것인지는

집안 창에 서 있는 너의 몫이다.


너의 고요함을 견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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