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애니는 샘을 만나러
전망대로 뛰어 어렵사리 올라갔으나
그곳엔 아무도 없다.
망원경 옆에 아이의 가방이 놓여 있는 걸 보고
주워 가방을 여니
곰인형이 있다.
그때 아이가 가방을 놓고 왔다며
아빠 샘과 전망대에 다시 올라온다.
그렇게 애니와 샘 둘은 조우한다.
영화 같은 이야기다.
하지만,
현실은 영화보다 더 영화 같고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다.
나에게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나에게는 주어지지 않은 것뿐이다.
다른 것은 주어졌을 게다.
내가 조우하고 싶은 것이 주어지지 않은 것도
내게 이미 주어진 것도
영화보다 드라마보다 더한
내가 사는 현실에서이다.
주어지지 않았다면 그것도 이유가 있을 테고
주어졌다면 그것도 이유가 있을 테다.
주어지지 않은 것에 연연할 필요가 없는 이유겠다.
연연해 마라.
현실에서.
내게 주어진 것들이
실제로 내 것이 아닌 것들로
내게 주어지지 않은 것들이
실제로 내 것인 것들로
뒤범벅되었을지도 모르겠다.
내게 주어지지 않은 것들도
내 것일 수 있고
내게 주어진 것들도
내 것이 아닐 수 있다.
결국 내 것은 없다는 말일까.
연연해 말고
그저 살자 하는 연유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