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ASMR

친아버지의 입원 I

by 세만월

피정을 다녀오고

한 달간 디톡스를 하며 효소식을 하고 있다.

효소액도 마시고

좋아하는 야채도 쪄먹고

그리 배고프지 않고

야채의 고유맛과 단맛도 좋다.

담주부터는 두부, 연어, 고등어, 계란 등

내가 좋아하는 것들도 먹는다.


하지만, 빵순이인 나는

빵과 과자, 튀김, 떡볶이, 어묵, 토스트도

너무너무 좋아한다.


내가 효소식을 하기 시작하자

아이는 ASMR을 찍기 시작했다.


주말 아이와 나들이를 나왔다가

전철을 타러 가는데 맛있는 냄새가 났다.

아이는 좋아하는 슈크림 붕어빵을

미니지만 11개를 혼자 아주 야무지게 맛있게 먹었다.

엄마.

(하고 부르더니 날 보며 씩 웃더니 내 앞으로 온다. 한 손에 붕어빵을 들고)


엄마, 잘 들어봐.

(내 귀에 바싹 입을 대고는 먹는 소리를 들려준다. 겉은 바삭 속은 촉촉 부드러운 질감이 소리에 다 담겨 있었다.)


아, 소리 너무한다. 완전 바삭거리네.

너 혼자 그렇게 맛있게 먹으니까 좋아?


응, 엄마.

(또 다가온다.)


○○야, 우리 이 소리 찍어볼까?

응, 찍어보자.

녹음이 아주 잘 됐다.

(아이는 듣고는)


엄마, 나 먹방 찍을까?

너 얼굴 나오는 거 괜찮아?

그건 싫지. 얼굴 안 나오게.

그럼 엄마는 너 입술만 보겠네.

엄만 안 주고 혼자 야무지게 먹고 있는 입만 보고 있겠네.

(아이는 뭐가 웃기는지 크게 웃는다. 그러더니 갑자기)


엄마는 내 거 구독해줘야 해.

당연하지. 엄마가 네 거 구독 안 하면 뭘 하겠니?

근데 ○○는 엄마 거 있음 구독 안 할 거지?

당연하지.

(아이는 또 웃는다.)


청량리역 롯데리아에서

아이는 학교에서 급식 시간에

하나만 줘서 아쉽다는 롱치즈스틱을

두 개를 먹었다.

엄마.

(하고 또 날 부르는데 이미 웃고 있다. 입꼬리가 올라가 있고, 눈은 반달 모양에 눈썹은 살짝 쳐져서는 웃음을 참는 듯 움찔 움찔댄다.)


오지 마, 오지 마.

(아이는 재밌는지 내 귀에 바싹 입을 대고는 맛있게 먹는다.)


빼빼로를 먹었다. 아버지는 잠에 드셨고,

우리는 불을 끄고 그 옆에서 빼빼로로 ASMR을 찍었다.

아이는 또 맛있게 먹었다.


엄마, 우리 반 친구들은 빼빼로 먹는 게 두 가지야.

하나는, 빼빼로를 돌려서 초코를 녹여 먹는 거.

그럼 과자는 안 먹어?

먹지. 나중에.

그리고 두 번째는 그냥 오도독 먹는 거.

너는 뭐야?

나? 두 번째.

엄마도 두 번째. 엄마는 초코 녹는 시간 못 기다려. 먹고 싶어서. 그래서 한 번에 와다다다 먹어야 해.

(아이는 뭐가 웃기는지 또 크게 웃는다. 아이는 다시 내 곁으로 바싹 다가온다.)


오지 마. 괴로워, 엄마.

근데, ○○야, 소리도 소린데 초코향을 찍음 너무 좋겠어. 너무 달달해.

향을 어떻게 찍어?

찍을 수 있대. 아닌가? 기술이 개발하니깐 찍을 수 있을 거야. 이 ASMR은 소리랑 향을 같이 찍음 너무 좋겠어.

(아이는 내 귀에 입을 바싹 대고는 맛있게 먹었다.)


아이가 내게 다가오는 소리

맛있게 먹으며 바싹 다가오는 소리

달달한 초코향에

반달모양 눈에

웃음끼 가득한 입

통통한 볼살이 내 얼굴에 닿으니

아이의 달달한 ASMR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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