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양희은, 성시경 <늘 그대>
면회를 온 남동생을 증인으로 세워
아버지에게 조건대세를 주었다.
먼저 성수 물로 쓸 생수와 종이컵, 흐르는 물을 닦을 수건을 준비했다. 미리 남동생에게는 말해 두었다.
동생아, 이제 할게.
내가 잘하는지 지켜봐 주면 돼.
아빠, 내가 아빠한테 세례명을 줄 거예요.
내가 아빠 기도하려고. 그럼 이제 할게요.
(아버지는 아직 의식이 없으셔서 조건대세를 드리기로 했다.)
김○○, 당신이 세례를 받을 만하면,
나 김○○ 클레멘타인은
성부와 (이마에 물 붓기)
성자와 (이마에 물 붓기)
성령의 이름으로 (이마에 물 붓기)
당신에게 스테파노라고 세례를 줍니다.
동생아, 지금 몇 시야?
15시 52분.
응.
수첩에 날짜와 시간을 적었다.
2025년. 12월 30일. 15시 52분.
정말 아무것도 내 것 같지 않다 여겨질 때, 하고
가사 한 구절이 지나간다.
엊그제 듣게 된 노래인데
한쪽에 이어폰을 꽂고 듣고 있다.
잠시 여유가 생긴 틈에
노래 한 구절 한 구절이 들어온다.
내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하는
어제 설교가 끝나자
공지사항이 있습니다 하고
신부님은 말씀하셨다.
제가 오늘 미사가 여기서 드리는 마지막 미사가 되었습니다.
개인사정으로 이곳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유일하게 신도들을 만나는 곳이었는데
어디선가 뵈면 아는척해주시면 인사드리겠습니다.
내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내 것이라고 생각하면 잃어버리게 될 때
슬프고 쓸쓸하고 우울하고 그러죠.
내 것이 아닌 처음부터 주님 것이라고 한다면
주님 것을 다시 주님께 돌려드리는 것이 됩니다.
주님께 봉헌하는 것이죠.
그렇게 생각하면 어때요? 신부님의 설교였다.
아이에게 전화가 왔다.
엄마. (내가 좋아하는 아이의 '엄마' 하는 소리다.)
엄마, 뭐 해?
응, 할아버지가 쿨쿨 코 골고 주무셔서
옆에서 보고 있어. 코 고는 소리 들리지?
응. 그럼 끊는다.
○○는 뭐 해?
나는 할머니랑 성당 왔어. 미사 시작해서 끊는다.
응. ○○야, 엄마 아무 때나 가능하니까 전화해.
응.
뭐랄까 그럴 때 말이야.
더는 아무것도 머무르지 않는 게 서글플 때
숨 쉬는 그대 얼굴 떠올려봐.
늘 그걸로 견딜 수 있어.
모든 게 흘러가 버려도 내 곁에 한 사람
늘 그댄 공기처럼 여기 있어.
또 가만히 그댈 생각해.
늘 그걸로 조금 나아져.
모두 사라진다 해도 내 것인 한 가지
늘 그댈 향해서 두근거리는 내 마음
늘 그대 곁에서 그댈 사랑할 내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