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치젓갈(Feat. 상추)
배고파 죽을 거 같아.
배고파?
춘천 막국수 먹어 봤냐?
아니.
너 춘천에 친구 있다며.
아, 춘천이 아니고, 평창, 태백, 그냥 강원도.
먹고 싶구나?
응. 상추 씻어서.
상추?
응. 상추 씻어 와서 먹어야지.
뭘?
멸치젓갈에.
멸치젓갈? 먹고 싶어?
응.
얼른 나아. 먹게.
내가 ○○(내 이름)이를 죽일지도 몰라.
왜. 밥 안 줘서?
그래. 물도 안 주고 밥도 안 주고.
친딸을 밥 안 준다고 죽일 수는 없지.
신문에 나오면 안 되지.
그렇지, 아빠.
너는 돌팔이 의사 말은 잘 듣고
아빠 말은 안 듣고.
나쁜 딸이야.
그렇지, 나는 의사 선생님 말 듣고
아빠 말은 안 들을 거야.
나, 이번 주 토요일 면접 가.
자신 있냐?
있지.
그러니까 서운해 마요. 간병인 분 오실 거예요. 남자분.
아빠 딸 돈 벌려니까.
아빠가 나가야 은행 가서 병원비 송금하지.
어서 일어나기나 해요. 병원비 걱정 말고.
오늘 말 엄청 잘하네.
아빠 춘천 막국수 사진 보여줄까?
(나는 검색해서 이미지를 아빠 얼굴에 갖다 댔다.)
아빠 눈 떠봐. 여기 막국수.
75년째 4대째 내려오는 집이래.
맛있겠다.
아빠, 자?
(아빠는 눈은 감은 채로 말을 이었다.)
네가 밥도 안 주는데 자야지.
(크게 하품을 하더니 코 고는 소리가 들린다.)
평소에 이렇게 대화 좀 할걸.
오늘 아버지와의 대화가 즐거웠다.
(주치의 선생님은 한동안 상황에 안 맞는 말씀 많이 하실 거세요. 흔히 있는 일이예요. 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