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집 아빠 침대 옆에서
남자 간병사 분이 저녁에 오셨다.
인수인계를 해드리고
내일 있을 면접 준비를 위해
아버지 살던 서울집에 왔다.
아빠 계실 때는 티브이는 틀지 않고
내 방으로 바로 들어갔었는데
오늘은 티브이를 틀었다.
아빠가 누워 있던 침대가 덩그러니 있었다.
아빠는 내가 오면
항상 물었다.
춥지 않아? 보일러 틀어놨는데 더 틀어줄까?
아빠가 쾌차해서 여기 다시 누워 계심 좋겠다.
아직 나는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다.
아빠를 위한 마음보다는
날 위한 마음으로 그득하다.
병실에서 아빠와 나눈 대화가 넘 좋았다.
배고프게 한다고
나를 죽인다 하고
형사고발한다 하고
그런데도 좋았다.
대변 처리로 기저귀를 갈려 하는데
요령이 없는지 팔 한 짝도 들 수가 없었다.
아빠, 아빠 진짜 무겁다.
내가 아빠 기저귀 갈다가
힘을 한 번에 너무 써서
두통이 왔어.
아빠는 남동생을 부르라고 했다.
걔는 일하지 아빠.
아픈 아빠 눕혀두고 징징댔다.
아빠는 소심해서
술 마시고는
집에서 살림살이들을 부수며
스트레스를 풀곤 했다.
오랜 시간 그러했음에
나는 트라우마가 생겼다.
아빠는 유독 나를 좋아했다.
그건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느끼고 살았다.
그래서 아빠는 내가 유일하게 짜증 부리고 냈던 대상이었다.
아빠가 입원해서 다음 날
아빠가 위독하다며
빠르면 2주 정도 본다고
주치의 선생님께 들었을 때
아빠, 내가 아빠한테 짜증 냈던 거 미안해요.
아빠가 제일 편해서 그랬어.
그래도 아빠는 나 좋아하고 다 들어줄 거 아니까.
미안해요.
하고 엉엉 울었다.
내일 나는 면접에 간다.
그리고 담주 처리해야 할 일들이 있어
동분서주할 것 같다.
아버지 면회도 가급적 매일 가려고 한다.
서울집을 팔까 하려다가
아빠가 두 발로 걸어오실 수 있다는 생각에
내가 집에 자주 들러 돌볼까 한다.
아빠는 이 집을 무척 좋아했다.
아빠 병상이 덩그러니 있는 게
나를 외롭고 쓸쓸하게 한다.
아버지랑 춘천막국수도 먹고 싶고
아버지랑 상추 씻어 멸치젓갈에 밥이랑 싸서 먹고도 싶다.
아빠, 나 가요.
내일 면접 보고 면회 올 거니까
서운해 마요.
여기, 아빠 봐주실 간병사 분이야.
나, 갈게요.
간병사 분이 내 짐을 병원 출입문 앞까지
휠체어에 실어 내려주시고
택시 트렁크에 실어주셔서
편하게 집에 왔다.
아빠가 첨으로 보고 싶다.
어제 병실에서 아빠가 눈을 떴을 때 대화를 했다.
아빠, 다 나서면 나랑 이제 성당 가서 미사 드려야 하네.
안 가.
안 가긴. 아빠 이름 뭐라고?
스테파노.
거봐. ○○(내 아이)는 사도 요한이에요.
나는 클레멘타인.
○○랑 같이 다니면 얼마나 좋아.
그랬더니 아버지는 안 간다는 소리 않고
가만히 듣고 있었다.
아빠랑 성당에서 미사 드리고 싶다.
모자란 딸이 아빠 너무 좋아한다고 글을 남겨요.
나중에 아빠가 이 글 읽어 주면 좋겠어요.
아빠 딸,
2025.01.09. 20시 5분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