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아버지와 아이

믿음적 대화 (26.1.15.)

by 세만월

오늘은 아이와

청량리역과 회기역 근처에서

쳇바퀴 돌듯 시간을 보냈다.


오전에는 청량리역사 내 극장에서

신비아파트 10주년 기념 극장판을 보고

딸기를 사서 회기역 병원에 들러

간호사 분들과 간병사 분께 드리고

다시 극장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쥬토피아 2는 오후 5시에 봤다.


우리가 다르다는 건 상관없어.

너만 있으면 돼.

이것만큼 비폭력적 대화는 없는 것 같다 생각했다.

쥬토피아 2, 토끼와 여우의 대화였다.


이 둘을 지켜보던 비버는 말한다.

너무 시시콜콜한 것까지 얘기하네. 하고 말이다.


비폭력대화는 "대화"에 방점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폭력"대화가 되려면

우선 대화가 무엇인지 생각해야 한다.


그 둘을 돕는 비버는 유머가 있었고

그 둘을 돕는 살모사는 긍정의 마음이 있었다.


존재의 힘은 열려 있는 데서 나오는 듯했다.

사람은 열려 있어야 한다. (나의 생각일 뿐이다.)

대화는 믿음에서 나온다.


살모사는 그의 가족을 소개하며 토끼와 여우를 안는다.

이쪽은 우리 가족이에요.

우리가 안아도 될까요?


여우는 토끼에게 말한다.

이건 한 번만 얘기할 거야.

사. 랑. 해.


다르다고 걱정하지 말라는

여우의 내레이션이 나온다.


오전 신비아파트가 끝나고

음악이 깔리는데

음악이 좋았다.


○○야, 음악 좋다. 하자

아이는, 우리 다 듣고 가자. 한다.


음악이 좋아 영화가 다 끝났는데도

곧장 영화관을 나가 버리지 않고

끝까지 음악을 들으려는

아이가 좋았다.


아버지는 내가 갔을 때 크게 눈을 뜨고 계셨다.

하지만 쿨쿨 코를 골며 자고 있으셨다.

나는 간병사 분에게 여쭸다.


이렇게 자도 많이 좋아진 거래요?

뇌경색이 세게 와서 오래 자는 거래.

네. 밖에 아이가 있어서

내일모레 여유 있게 다시 올게요.

주치의 선생님과는 면담 잡았어?

네, 월요일 오전으로. CT를 일요일에 찍는데서요.

그래, 잘했어.

네, 저 갈게요. 딸기 드세요.


아이와 서울집에 왔다.

아이는 안방에 들어가서는 빈 침대를 보며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했다.

잘했어, ○○야.


어제 오랜만에 아이와 같이 미술학원에 갔다.

지난번 그렸던 그림을

다시 그렸는데

내가 즐겨 쓰던 색이 아니었다.

엄청 진하고 어두웠다.


화실 화가님은 내게 말했다.

당신 마음이 슬퍼서 그런 걸 거야. 우울해서.

마음 따라 색이 다 나와.

그러네요.

그런데 차분하니 색감이 너무 좋은데.

그러네요.


아이는 물었다.

엄마 슬퍼?

응, 할아버지가 누워 계셔서.


오전 신비아파트를 보는데

끝날 때가 돼서 이야기가 감동스러워

손수건으로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그러자 아이는 나를 보더니,

엄마, 또 울지?

응, 너무 감동적인 것 같아.


쥬토피아 2가 끝날 때도

아이는 나를 쳐다보았다.

엄마, 또 울지?

아니, 이건 안 슬프네.

그래?

응, 그래.


내가 좋아하는 아이와 친아버지

이 두 사람과의 대화가

애잔하기도 하고

서글프기도 하고

따뜻하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고 그랬다.


아이와 영화관에서 스티커 사진을 찍고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기차카페가 있는 곳에 오니

붕어빵 냄새가 솔솔 났다.

슈크림과 팥 2천어치씩 사서 집으로 왔다.

아버지도 겨울이면 붕어빵을 즐겨 드셨다.


2026.1.15. 저녁 8시30분께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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