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소 그와 그녀를 만난다.
병원에서 환자들을 만난 둘째 날.
돌아가신 아버지를 애도하지 못하고 있던 내담자는
외롭다며 눈물을 쏟고 갔다.
오늘도 정신없이 내담자들을 만나느라
단 1초도 딴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퇴근시간을 맞았다. 휴.
부랴부랴 서둘러 기차를 탔다.
그 바쁜 걸음 중에
한 가지 생각이 들어왔다.
내가 하느님이 계심을 믿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이고 행복이고 기적이지 않는가.
내담자들을 만나면 설렌다. 반갑다.
이유는 '연'이란 생각 때문이다.
내가 만든 인연이 아닌
내게 보내주신 인연이란 생각 때문이다.
나와 그가 만나고
나와 그녀가 만나는 연.
그 연들이 이어지기까지
내가 겪은 숱한 시간들, 과정들, 여정.
내가 주님을 만나게 된 시간들, 과정들, 여정.
비롯되는 연들 속에 내가 사라지고
비로소 내가 살아난다.
비로소 그와 그녀를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