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기운

주일학교 교사

by 세만월

선생님은 ○○○ 클레멘타인이야.

오늘은 교재 안 들어갈 거야.

이거 할 거야.


자기소개할 건데

진짜 2개 가짜 1개 쓰고

가짜 맞추기 할 거야.


선생님 먼저 해볼게.

일, 나는 심리상담 일을 한다.

이, 나는 블루베리를 좋아한다.

삼. 나는 두쫀쿠를 좋아한다.


아이들은 단번에 가짜를 맞췄다.


3번이요!!!

어떻게 알았어? 와. 그것도 한 번에.

선생님, 단 거 싫어하죠?

좋아하는데. 근데 마시멜로는 싫어.


교리 수업을 마치고 미사를 드렸다.

미사 시작 전에 출석 도장을 찍는데

아이들이 도와준다.


쌤, 이건 아무개 거요. 얘는 복사 해서 도장 두 번요.

이건 아무개 거요. 얘는 독서 해서 도장 두 번.

얘는 도장 한 번요. 미사만.

야, 너희들 없음 선생님이 출석 도장도 못 찍겠다.

쌤, 바뀐 거 아니에요?

그러게. 서로 도와가며 하는 거지.


교리 시간에

교리 수업 듣는 친구들과 하고 싶은 것에

하나같이 '놀기'라고 적었다.


뭐 하고 놀까?

선생님 하고 술래잡기요.

그래? 그럼 담주 선생님 운동화 신고 올게.

저 지금 엄마 차에 운동화 두 개 있어요. (하하하)


주일학교 교사 첫날

긴장을 너무 해서 아프다 하고 안 갈까도 고민했다.

그러나 아이들의 기운을 받아

즐겁게 미사까지 마쳤다.

아이들과 함께

교리 수업도 하고

출석 도장도 찍고

그들이 나의 교사였다.

내가 하는 건 그리 없었다.

그들은 내게 에너지도 주었다.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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