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어제 아이와
첫 영성체 교리 교재를 풀었다.
아이는,
하느님 부처님,
왜 제게 이런 시련을 주나이까, 하며
겨우겨우 하고 있었다.
마지막 문제를 푸는데
읽고 와닿는 부분에 밑줄을 그어요,
하고 쓰여 있었다.
엄마가 천천히 읽어줄 테니
와닿는 부분에 밑줄 그어 봐.
와닿는 게 뭐야?
네가 꽂히는 거. 네 마음에 들어오는 거.
알았어.
나는 문장을 읽어나갔다.
하느님께서는 부모님에게 자녀를 가르치는 아주 중요한 사명을 맡기셨습니다. 부모님은 자녀인 우리를 사랑하고 우리가 올바른 길을 가도록 (중략)
또 엄마 아빠가 사회적인 일로 너무 바빠 우리와 많은 시간을 가지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하략)
이 부분을 읽는데,
맞아, 여기서는 아닌데
우리 저기 아파트 살 때
그때 내가 자고 일어나면 엄마가 없고
그랬잖아.
맞아. 그랬지.
제시된 글을 다 읽었다.
밑줄 그을 데 다시 봐봐.
응. 아까 거기. 어딨더라.
아, 여기. 엄마 아빠가 사회적인 일로 너무 바빠.
아, 맞네, 하며 아이는 밑줄을 그었다.
아이는 다시 말을 이었다.
내가 잠을 자고 일어나면 엄마는 없고,
그렇게 말하는데 아이 눈시울이 빨개졌다.
아이고, ○○가 힘들었구나.
그때 그랬지. 엄마가 미안했어.
아이를 안아주었다.
아이는 울음이 터졌다.
○○야, 언제든 생각나면 말해.
네가 말할 때마다 엄마가 미안하다고 사과할게.
알았지?
응.
지금은 매일 같이 있잖아.
어때? 좋아?
아이는 고개를 끄덕끄덕했다.
어릴 때 같이 매일매일 못 있어 줬던 게
마음에 많이 밟혔었는데
아이가 울며 말하니
더 미안했던 것 같다.
이혼 과정에 들면서
아이가 안정감을 못 느낄까 봐
그때부터 매일매일을 같이 보냈다.
엄마가 다니는 학교, 지도교수님, 학과 조교 동기,
엄마가 다니는 회사, 엄마 자리, 직장 동료,
엄마가 서울에 가면 머무는 친아버지 집,
엄마가 서울에 가면 상담 수련받았던 상담센터 등등
다 데리고 다니고
영상통화로 보여주고도 했다.
내가 뭘 한다 싶음
아이가 머릿속으로 엄마의 동선이 그려지게끔 했다.
그리고 작년 초 46일 여행을 다니며
엄마의 외국 친구들을 전부 소개해 주고
그들과 시간을 같이 보냈다.
아이가 초등학교 들어가서부터는
아이 학교 일정을 모두 소화했다.
전 직장에서 연차는 모두 아이 학교 일정이었다.
아이와 미술학원을 같이 다니며
학원 가기 앞뒤로 같이 분식을 먹었다.
서울로 외곽으로
기차 타고 택시 타고 버스 타고
여행도 많이 다녔다.
나는 지금 애를 많이 썼다고 적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마음에 맺혀 있는 장면이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아이 서너 살 쯤이었다.
다음 날 일찍 출근을 해야 해
늦은 밤 아이를 친정집에 두고
서울로 올라가는데
아이가 슬프게 서 있었던 장면이다.
아이가 울며 말하는데,
나는 그 순간이 떠올랐다.
아이가 엄마와 같이하지 못해
속상했을 때가 떠오르면
언제든 내게 말했으면 좋겠다.
아이가 말할 때마다
나는 아이에게 사과할 것이다.
○○야, 엄마가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