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더 빨리 갈께
비가 온다는 예보와 달리,
오늘 하늘이 참 푸르렀는데.
오랜만에 불어온
따뜻한 바람 덕에 겉옷도 벗어두고
정말 신나했지, 우리.
처음엔 말이야.
제주에 오는 파워 블로거들이
대가 없이도 꼭 다시 찾는다는 카멜리아 힐.
어디서든 셔터만 눌러대도
작품이 된다는 이곳에서
너희의 예쁜 모습을 담고 싶었을 뿐인데.
" 뛰지마, 거봐 넘어졌잖아.
지지야, 만지지마.
하지마, 다른 사람 방해 되잖아.
여기봐, 사진 한번만.
지후는 형아잖아."
결국은
너랑 다시는 안와.
또 다시 너를 울리고 말았어.
예쁜 말만 하던 네가,
미운표정으로 툭하면 소리부터
질러대기 시작했어.
네가 엄마랑 똑 닮은 말투로 동생을 대할때면
정말 반성해야겠구나 하면서도
아침이면 우린 또 전쟁이야.
엄마도 원래 이런 사람 아니였어.
알아, 너도 원래 이런 아인 아니였지.
날 변하게 만든 네가 문제일까.
널 변하게 만든 내가 문제일까.
오늘 너무 소리를 질러댔는지
목이 따끔거려 물 한잔을 마시려는데,
아차, 우리 오늘 점심은 먹었던가.
아이스크림 하나로 점심을 때웠구나.
계속 화가 나있는 엄마에게
우리 지후 배고프단 말도 못하진 않았을까?
그 날 잠자리에 누워서도 한참을 뒤척거리던
네게 물었었지.
# 지후야, 오늘 엄마랑, 아빠랑, 지한이랑
나들이 갔던거 어땠어?
- 재밌었어. 지후는 상어가 없는 물
(웅덩이)에 돌 던지는 거 좋아해.
그리고 우리 개구리알도 봤었지?
꽃 보러 또 가자.
언제부터인지
엄마의 <화>를 눈치보며 모른척 해.
겨우 다섯 살인 네가
엄마의 기분을 살피며 행동해.
그저 큰 소리로 말했을 뿐인데
미안하다는 말을 하기 시작했어.
겨우 다섯 살인 네가.
나도 모르게 뱉어내는 찰나의 짜증이
네 마음을 그렇게나 다치게 할 줄은 몰랐어.
아직 아기니까 금방 잊어버릴 것이라 생각했어.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고 했지?
조금만 천천히 와줄래?
엄마가 갈께 엄마가 더 빨리 지후한테 갈께.
지금은 좀 더 어린아이로 머물러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