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 옷을 샀다.

그리고 구두도 샀다.

by 김서르

모닝콜이 울리면 습관처럼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핸드폰을 집는다. 반쯤 눈이 감긴 상태에서 초록색 창에 코로나 19를 검색해본다. 오늘은 또 몇 명의 확진자가 나왔을까.

앗싸. 드디어 한 자릿수 확진자가 나왔다.


어쩌면 여름이 오기 전 첫째 아이 초등학교 입학을 할 수도 있겠다. 둘째 아이도 유치원에 다시 갈 수도 있겠구나. 또 나는 희망휴직이라는 이름 뒤에 가려진 이 지긋지긋한 무급휴직이 끝날 수도 있겠다. 아직 방심은 이르지만 깔끔하게 쓰인 '8'이라는 숫자는 오전 내내 나를 들뜨게 했다. 그 들뜬 마음에 둥둥 떠서 봄이 되면 입으려고 찜해 두었던 옷을 한 벌 샀다. 아니 사실 두 벌 샀다. 아, 물론 인터넷 쇼핑으로. 옷에 어울리는 신발도 한 켤레 샀다. 자, 이제 나는 준비가 다 되었다. 오늘 산 분홍색 샤 스커트를 휘날리며 아주 공주처럼 다니리라 작정했다.

2020년 4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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