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져서 사는 것이 아니라 잘 살기 위해 살기
결혼 3년 차, 내 나이 만 34, 남편 나이 만 41.
우리는 지금 캐나다 밴쿠버에 있다. 잠시 한국에 다시 들러야 하지만, 올해 하반기에는 영영 캐나다로 이주해 터를 잡을 예정이다.
작년 말, 남편과 나는 각각 13년 차, 9년 차 직장인 생활을 그만두었다. 그 간 착실히 대한민국 사회의 일원이 되어 이루어 온 나름의 성과들과 이대로면 충분히 남부럽지 않은 가정을 이루겠다 싶은 그 상황을 내려놓기란 정말 쉽지 않았다.
당시 여러 가지 복잡한 고민들이 있었지만 결론은 하나였다. 이 사회는 어쩐지 우리가 원하는 것과는 다르게 흘러가고 있구나. 이제껏 많은 것을 견뎌오며 이제야 삶에 필요한 대부분의 것들을 이뤘다고 생각이 든 시점에, 동시에 뭔가 놓쳤다는 느낌도 지울 수 없었다.
언제부턴가 더 이상 발전적인 목표도, 보람도 잃어버린 채 그저 현상 유지를 위해 밑도 끝도 없이 버티고 소모하며 살다 보니 남은 거라고는 울분이나 화, 악 같은 것 밖에 없게 된 이런 삶의 고리를 이제는 좀 끊고 싶었다.
우리 이런 식으로 살기엔 아직 너무 젊잖아?
앞으로의 삶에서는 우리에게 남은 것들을 다시 도전이나 열정, 독기 같은 것들로 바꿔놓고 싶다. 같은 버텨야 하는 인생을 살더라도 우리가 더 맞다고 생각하는 가치에 도달하기 위해, 그리고 조금은 더 즐길 수 있는 삶을 살고 싶다고.
10년 넘도록 가진 모든 것을 바친 회사에서 정치를 안한다는 이유로 배척당한, 주 100시간을 일에 갈아 넣는 것이 당연한 취급을 받는 존재가 되어 버린, 아무런 의미 없이 버티며 앞만 보고 달려온 시간들 속에서 우리가 놓친 것들을 찾으러 왔다.
흔히들 그런다, 한국이 제일 살기 좋다고, 한국 떠나면 후회한다고, 약해 빠져서 도피한다고!
단지 내가 있던 곳이 한국, 떠나온 곳이 캐나다일 뿐이다.
21세기 요즘 같은 세상에 내가 살 곳 하나 내 맘대로 정하지 못할 정도의 자율성이 없는 사회라면 기꺼이 떠나겠다. 내가 태어난 곳에서 간이고 쓸개고 다 내주고 뼈를 묻어야 한다는 법은 없다.
내가 대통령도 아니고 아마 나 같은 인간 하나 내 마음 편한 곳 가서 사는 게 한국사회 입장에서 그리 문제는 아닐텐데..?
그리고 개인의 입장에서 이건 도피가 아니라 재정비이다. 지속 가능한 환경을 선택하는 것이 오히려 내 인생에 대한 책임감 있는 선택이라는 거다.
앞으로의 인생에서는 그저 태어나서, 살아져서 사는 게 아닌 '잘'살기 위해 사는 삶을 살아보고 싶다고.
인생 뭐 있나
우리 인생 Phase 2는 이렇게 시작한다.
Just go for 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