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이 되기 전에, 팀 페리스 따라 하기
Survival 139days를 시작한지 서른번 째 날이 지났다. 삶에 큰 변화가 생긴 것도 아니고, 아쉽게도 갑자기 어떤 초능력이 발휘되지도 않았다. 오히려 실은 여전히 허우적대느라 바쁘다(?). 하지만, 계속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우선은 힘이 된다. 이게 뭐라고, 싶을 수도 있지만 (그러게) 이게 뭔지 아직은 계속 하고 싶다. 두 번째 숨 고르기 시간이다. 역시나 특별할 것 없지만 숨 고르고 잠시 쉬어간다는 것이 뭔가 매력적이다. 숨가쁘게 달려온 것도 아닌데 숨을 고른다는 것에서 묘한 위로를 받는다. 쉼이란 건 그런 건가 보다. 사는 얘기나 조금 끄적이다가 쉬어보자.
# 1 Netflix
최근 두어달 간 빠져있는 것은 단연 넷플릭스다. 넷플릭스 오리지널을 비롯하여 미국 드라마, 다큐멘터리, 각종 영화와 TV쇼 등등 흥미진진한 볼거리들로 가득한 플랫폼이다. 너무 빠져있는 건 아닌지 염려될 때가 종종 있지만 굳이 신나는 놀이터에서 억지로 빠져나오고싶진 않다, 아직은. 최근 넷플릭스에서 만끽했던 몇몇 컨텐츠들을 간략히 소개해보자면 아래와 같다.
영화 '건지감자껍질파이 북클럽': 8년 전 선물받은 원작(소설책)으로 처음 만났던 작품. 서간체 소설의 치명적인 매력에 사로잡혔던 기억.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로 다시 만났고, 심장 요동이 멈추지 않았다. 그래서 소설 원작도 8년 만에 다시 진하게 재회했다.
영화 '마이어로위츠 이야기': 넷플릭스에서 '제대로 고른 신작'으로 분류돼있다. 흠모하는 각본가이자 감독인 '노아 바움백' 작품. 그의 특유의 냉소적인 듯하지만 매우 유머러스하고도 지적인 스타일. 마이어로위츠 패밀리 역에 애덤 샌들러, 벤 스틸러, 더스틴 호프만까지!
다큐멘터리 'SOMM: 소믈리에: 병 안의 이야기': 와인 그리고 소믈리에 이야기다. 와인 산지와 각 품종에 따른 와인의 특성, 매력, 가치, 생산 과정 그리고 소믈리에들이 말하는 와인의 모든 것! 아주 잘 쓰여진 와인 백과 사전 보는 기분이었다랄까. 한 번 더 볼 예정이다.
다큐시리즈 '필이 좋은 여행, 한입만!': 요즘 my super favorite이다. 동서양 할 것 없이 세계 여러 나라로 음식 여행을 떠나는 Phil의 스토리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다른 어떤 음식 여행 관련 컨텐츠보다도 재미있고 뛰어난, 거기다 (진짜로) 재밌기까지 한 웰메이드 다큐다. 흠뻑 빠진 바람에 내년 여행지도 변경했다.
다큐멘터리 '미니멀리즘: 비우는 사람들의 이야기': 미니멀 라이프에 약간의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그 개념과 스타일에 대한 오해를 일부 풀어내고, 있는 그대로 그 방식을 바라볼 수 있는 팁을 얻을 수 있었던 다큐다.
다큐시리즈 'Chef's Table': 여러 나라의 최고의 셰프들에 대한 이야기. 그들의 영감의 원천, 창의력의 발현, 욕망, 재능, 요리, 삶의 역사 그리고 향후 포부까지. 셰프들을 면밀히 들여다보며 그들의 능력과 노력과 성공을 맛볼 수 있는 시리즈. 단 하나의 스토리도 같은 게 없으니 그 자체로도 매력이 넘친다.
# 2 헌 책 줄게 새 책 다오
온라인 서점은 YES24를 주로 애용한다. 이 곳엔 바이백이라는 중고책을 판매할 수 있는 서비스가 있다.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직접 ISBN을 바코드 스캔할 수 있고, 책의 상태를 입력하여 얼마에 팔 수 있는지도 조회해볼 수가 있어 편리하다. 약 한 달 전 20권을 판매하고 예치금으로 판매액을 받아 위시리스트를 열고 새 책 몇 권을 살 수 있었다. 그 희열이란...!
바이백 서비스는 최대 20권까지 한 번에 판매할 수 있고, 택배 포장을 잘 해두면 예스24측에서 방문하여 택배를 회수해간다. 이 부분이 가장 편리한 점. 며칠만 지나면 상품검수에 들어가고 얼마를 예치금으로 받을 수 있는지도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알 수 있게 된다. 판매 불가로 판정되면 폐기할지 돌려받을지도 선택할 수 있으니 적잖은 배려가 들어간 서비스라 여겨진다. 지난 주에도 열몇 권의 중고책을 팔았고, 예치금을 받았다. 그리하여 고민 또 고민하여 6권을 주문했다! 내일 도착할 듯한데 기다리는 게 왜이리도 좀쑤시는지 모르겠다. 빨리 만나고 싶다.
- 10여년 만에 다시 읽고싶은 고전: 이방인(알베르 까뮈), 노인과 바다(헤밍웨이)
- 소설 '건지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을 통해 알게 된: 찰스 램 수필선(찰스 램), 두 도시 이야기(찰스 디킨스)
- 작고하신 존경하는 황현산 선생님의 수필: 사소한 부탁
- 레이디 수잔(제인 오스틴)
# 3 Music makes me high!
날씨 때문일지 게으른 탓일지 아니면 이도저도 아니지만 그저 기분탓일지. 요즈음 오직 음악만 벗삼고 가만히 앉아있는 게 제일 좋다. 눈과 입은 닫고, 귀와 마음은 열고 말이다. 유치한 듯한 말이지만 실로 음악에 몸을 맡긴다는 게 무엇인지 실감하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틈만 나면 듣고 또 듣는다. 어느덧 이 아름다운 현악 4중주에 깊이 빠져들어 베토벤을 생각한다. 베토벤 현악4중주 제 14번 <op. 131>이 이 겨울 가장 큰 위로이자 벗이 되어줄 수 있을 것 같다.
몇 해 전, 영화 <마지막 4중주>를 통해 흠모하게 된 작품이다. 베토벤을 잘 모르지만 유독 이 곡, 이 연주를 조우하고나선 베토벤을 더 알고 싶어졌다랄까. 만년의 베토벤은 교향곡과 같은 스타일의 작품보다는 오직 현악 4중주에 천착했다고 한다. 이 곡을 날마다 듣고있노라면, 삶의 고통과 절망과 슬픔이 주로 느껴지고, 어느 부분에선가는 잠시간의 희망도 느껴지지만 마치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되 내 안에 깊이 자리한 단 하나의 소망만은 붙들고 가라고 말해주는 것만 같은 여정의 곡이다. 고뇌와 고난 속에서 빛나는 무언가를 찾아나가는 것 같은 그런 이야기가 흐르는 듯한 선율의 하모니다. 시간이 갈수록 더 사랑하게 되는 작품이다. 음악이 이렇게 위로가 되는 순간이 많아야 우리 삶도 더 희망차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