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Mad for Travel

홍대에서 만난 유럽 어딘가의 느낌, RYSE호텔

The Chic Escape

by Wendy An

RYSE, AUTOGRAPH COLLECTION

The Chic Escape

지난 1월 마지막 주 금요일 하루의 휴가를 활용해 잠시간 쉼과 생각의 시간을 갖고 싶었다. 이미 시작된 새로운 날들을 별다른 포부나 계획 없이 막연히 살아가려니 무언가 필요했던 듯싶다. 일상의 현장을 살짝 벗어나 낯설지만 매력적인 환경을 조성해본다면 색다른 쉼 가운데 새로운 생각들이 나를 스쳐지나가지 않을까 하는 내심의 기대도 있었던 터.


가을무렵 여행 잡지 에이비로드 독자기고란에 글이 실린 덕분에 받게 되었던 에바종 상품권을 활용, 여분을 보태어 호텔에서의 1박 2일 스테이케이션을 계획해보려던 찰나 무척 가보고싶었던 라이즈호텔의 패키지 상품을 발견하게 되었다. 망설임 일체 없이 금요일 예약을 신속히 완료하고 스테이케이션 메이트로 엄마를 초대했다. 계획된 만남 또는 미팅이 아니고서야 일과 생활의 연유로 강남구와 송파구를 벗어날 일이 없기도 하고, 홍대 및 그 부근으로 향할 일은 평소 더더욱 없었다. 라이즈 호텔이 우리를 그 곳으로 이끌었다랄까. 재빠르게 휴가를 내고 최소한의 짐(이라고 해봤자 속옷과 약간의 화장품과 책이 전부)을 꾸려 아주 오랜만에 홍대로 향했다.


타르틴 베이커리 Tartine Bakery

체크인 시간(3 p.m.)을 앞두고 여유로운 오전 시간을 보낸 후 라이즈 호텔 1층에 자리한 타르틴 베이커리로 먼저 향했다. 한낮의 커피는 언제곤 옳지 않은가. 점심 요기를 하려던 참이기도 했다. 한남동 타르틴에서의 좋은 기억을 벗삼아 재빠르게 커피와 샌드위치와 모닝번을 주문하곤 자리를 잡았다. 딱히 필요한 의식도 작업도 아니지만 호텔에 체크인하기 전 솟아나는 작지만 강렬한 설렘과 기대를 잘 다듬어보는 순간을 가졌다고나 할까. 약간의 수다는 양념으로 삼고.


모닝번은 시나몬향 가득한 여전한 그 달콤매력적인 맛. 라떼는 고소함이 깃든 모두가 아는 그 맛. 그런데 샌드위치는 감탄과 부연설명이 더 필요 마땅한데, 보기만 해도 작렬하는 바게트 겉의 바삭함이 일품이었고, 섭섭잖게 들어있는 루꼴라와 치즈 덕에 전체적인 맛과 향이 배가되는 것 같았다. 꽤 맛있게 먹었다.


글쎄, 호텔이 젊다는 게 말로 잘 표현이 될 수 있으려나 싶지만 체크인 플로어가 3층이고, 1층에 누구나 왕래할 수 있는 트렌디한 베이커리 카페가 있다는 게 하나의 그러한 예가 될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했다. 누구나 하는 생각이겠지만 누구나 할법한 생각을 실천에 옮겨두었으니 더 빛이 나는 아이디어일지도. 무조건 긍정, 지지하는 것은 딱히 아니지만 시너지가 나길 바라는 마음이다.


라이즈 호텔 RYSE AUGRAPH COLLECTION

3층, 체크인/아웃 프론트 데스크가 있고, 라운지에 라이브러리가 있다. 4층(레스토랑, 피트니스룸)으로 바로 이동할 수 있는 멋진 계단도 중앙에 자리하고 있고. 음악, 분위기, 인테리어가 일단 모두 생동감 넘친다. 직원분들의 편안한 캐주얼 차림의 매무새도 보는 이까지 편안하게 해주는 효과가 있는 듯하다. 몸가짐이 편안하니 그들이 더 웃고, 더 친절하고, 더 부드러울 수 있었던 건 아닐까 하는 개인적인 분석도 덧붙여본다.


Creator Room


13층 Creator Room으로 배정 받고 룸의 이곳 저곳을 살펴보았다. 코발트 블루와 밝은 그레이의 조합이 시크하면서도 매우 감각적이다. 사진에선 미처 다 볼 수 없는 느낌이 있는데, 룸의 이름대로 예술 작업을 해야할 것만 같은 분위기가 감돌았다. 룸 기획자의 의도가 곳곳에 배어있어 더 매력적으로 보였으려나. 미처 사진에 담지 못한 것은 티비와 테이블 앞 넉넉하고도 포근했던 소파인데,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 중 하나였다. 편리하게도 로브가 있어 옷을 따로 가져오지 않고도 편하고도 포근하게 잠을 청할 수 있었고, 베딩은 시몬스라고 하는데 보이는 대로 예상 대로 만족스러웠다. 공간 구성과 룸의 규모는 두 명이 머물기에 부족하지도 넘치지도 않은 궁극의 적당함을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며칠 더 머무른다해도 충분할 만치의 기본적인 것들이 다 갖춰져 있어 마음에 쏙 드는 공간이었다. 카페에서부터 라운지를 거쳐 룸까지의 여정 내내 문득 문득 떠오른 곳은 베를린과 암스테르담이었다. 누군가에게는 유럽의 다른 도시가 떠올랐을지도. 디자인과 감각적인 모든 것들에 있어 내게 가장 큰 충격과 만족감 그리고 희열을 안겨주었던 두 도시였는데, 짧게나마 서울이 아닌 유럽의 어딘가에서 쉬고 있다는 기분을 선사해주는 것 같아 마음 한 켠 설레듯 즐거웠다. 어딘가를 떠올리며 미소짓는 노스탤지어의 분위기를 잠시나마 가질 수 있다는 건 정말이지 유쾌하고도 신나는 일 아니겠는가. 그런게 바로 '기분전환'이라고 할 수 있겠지.


Worksout

호텔에 있는 예술적 감각이 터져나오는 편집샵 Worksout 구경. 널찍한 공간에 옷과 신발과 가방과 모자 등이 엔틱한 가구에 마치 전시돼있는 작품처럼 디스플레이되어있다. 남성 위주의 제품들로 구성돼있는 듯했는데 멋진 브랜드들이 여럿 섞여 있는 듯했고 유니크함이 마구 풍겨나왔다. 실은 무엇보다 엔틱한 가구가 특이하게 커스터마이징 되어 있는 것 같아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매니저님에게 물어보았는데 아주 오래된 이탈리안 엔틱 가구를 수입해 멋진 아트웍으로 재탄생시킨 작품과도 같은 가구라며 설명해주었다. 그의 눈에서 뿜어져 나온 프라이드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던. 가히 아우라를 뿜어내던 멋진 예술작품들 같았다. 이제 편집샵도 더 예술의 영역으로 깊이 들어가 오감 그 이상을 자극해 쇼핑을 넘어선 경험을 선사해주는 수준까지 다다르고 있는 것인가. 마치 전시회를 둘러본 듯 충만한 시간을 보냈다.


ARARIO Gallery

삼청동에서 발길해본 적 있던 아라리오 갤러리가 라이즈 호텔 지하에 있다는 기쁜 소식에 바로 향했다. 전시를 무척 좋아하는 엄마가 더 설레하는 모습에 덩달아 설레기 시작. 전시 무한주 ENDLESS COLUMN가 진행중이었다. 권오상, 김인배, 이동욱 3인의 작가 작품들을 한 공간에서 의식의 흐름대로 자유롭게 감상할 수 있었다.


인간과 사회의 관계에 대한 여러 모습인 것도 같았고, 삶의 고된 여정, 그 속에서의 균형과 분열을 나타내는 것 같기도. 인생은 결국 서커스의 행렬인 것인가, 란 생각도 해볼 수 있었고,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에 따라 인간과 삶의 모습은 천차만별의 해석과 관점을 가질 수 있겠다 싶기도 했다. 과연 삶의 끝은 어딜까. 성공과 성취의 끝은? 절망과 비극의 끝은 어디란말인가... 자세히 들여다보면 매우 현대적인 요소들과 인간 삶의 근원적인 부분들에 대한 철학적 고찰을 조각으로 표현하기 위해 들인 엄청난 공과 고뇌가 숨겨져 있는 작품들이었다. 체크아웃을 하고 한 번 더 방문해 더 깊이 전시에 빠져 보았는데, 매력과 마력도 충분했지만 계속해서 생각거리와 질문을 던져오는 '힘'에 매료된 경험이었다.


LONGCHIM Thai Restaurant

- Dinner

구입한 숙박 패키지에 호텔 레스토랑 롱침(LONGCHIM)에서의 디너도 포함돼있었다. Awesome! 타이 음식을 멋진 공간에서 맛볼 수 있단 것만으로도 흥분이 감돌았지만 롱침의 소문을 듣자하니 시드니에선 타이 레스토랑 최초로 미슐랭 1스타를 받은 이력도 있다고 하여 흥미로움 한가득이었다. 물론 아직 한국에선 미슐랭 가이드에 올라간 정도이지만 재료 공수에 매우 엄격하다고 하니 더 기대가 되었기도.


향신료를 무척 즐기고 음식을 향한 새로운 시도도 서슴지 않는 모녀이기에 이런 경험 앞에선 더욱 하나가 되는 기쁨이 있다. 패키지에 포함된 10만원권 디너는 애석하게도 메뉴를 직접 고를 수는 없었기에(추가 주문은 가능) 누구의 선택이든 롱침을 믿어보기로 하고 여정을 시작했다. 라거 드래프트 맥주와 환상 페어링이 가능한 맛과 향이 강렬한 미식이었다. 꼬치구이는 스타터로 헤비하긴 했지만 맛과 구워진 정도가 무척 좋았다. 누들 샐러드는 엄마가 워낙 즐겼는데 상큼함과 고수향이 제법이었다. 치킨 그린커리는 큰 감동은 없었지만 재료의 정성을 느낄 수 있었고,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게 구워진 돼지 목살과 매콤하게 버무려진 모닝글로리의 조합은 곁들여 나온 자스민 라이스와 함께 먹으니 꽤 맛있었다. 결국 우리는 태국 맥주 LEO를 추가로 주문해 도무지 줄지 않는 음식을 디저트 삼아 마셨는데 마무리로 좋은 한 잔이었다. 태국의 길거리 음식을 어떻게 하면 레스토랑 문화로 가져올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던 데이비드 톰슨 셰프의 철학을 아주 미세하게나마 맛볼 수 있는 기회가 아니었나 싶다. 무엇인가를 함께 축하하고 싶거나 아끼는 이들과의 오랜만의 만남을 위해 다시 찾고픈 곳이다. 다음엔 고기말고 해산물 위주의 메뉴로 잔뜩 먹어보고싶다.


- 조식

조식 50% 할인 쿠폰을 받게돼 기존 계획엔 없었지만 다음날 오전 다시 롱침으로 향했다. 간 밤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모습, 즉 조식에 걸맞은(?) 분위기를 뿜어 내며 우리를 맞이해주었다. 세미 부페가 마련돼있고, 커피나 차를 주문할 수 있다. 더하여, 브런치 메뉴 중 메인 메뉴를 하나씩 골라 주문할 수 있었는데, 조식이 조금 헤비한 건 아닌가 싶기도. 세미 부페만 이용할 수 있도록 해도 충분할 터. 옵션이 더 생겨난다면 기쁜 소식이 되겠다. 과일과 샐러드의 신선함과 퀄리티는 정말 일품이었다. 여러 종류의 요거트와 콤포트도 정말 맛있었다. 메인 메뉴는 우리가 다 아는 딱 그 (재료) 맛.

무튼 맛있는 식사를 즐겼다. 그런데 단 하나 충격적이었던 점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커피맛이었다.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따로 주문한 아메리카노는 연하다 못해 보리차 수준이었고,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내린 게 아니란 걸 단박에 알 수 있었다. 별이 몇 개나 깃든 호텔인데 우리는 충격을 숨길 수조차 없었고 결국 체크아웃 후 건너편 스타벅스에서 아메리카노 수혈을 다시 해야만 했다. 메리어트 리워즈 멤버인지라 체크아웃 후 며칠이 지나 설문 조사를 이메일로 요청 받게 되어 조식에 대한 평가를 할 때 이 부분을 언급했었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롱침 레스토랑 담당 주임으로부터 별도의 메일을 받게 되었다. 죄송하단 말과 함께 개선해나가겠다는 내용이었는데 반갑고 고마웠다. 어찌됐건 이 부분은 분명히 변화가 있으리라 생각된다.


PRINT CULTURE LOUNGE 라운지 라이브러리

저녁 식사 예약 시간에 다다르기 전 한참을 엄마와 함께 이 공간에 머물며 아트북 삼매경에 빠져버렸다. 워낙 예술을 흠모하는 엄마이기에 더욱 이 곳과 케미가 맞는 것 같아 반갑기도. 여러 종류와 장르의 아트북과 엣지있는 매거진이 비치돼있다. 맘에 드는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 한참을 예술감 가득하고도 신나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심장 박동과 리듬이 맞는 듯한 음악에 폭신하고 멋진 디자인의 소파 그리고 주변을 둘러싼 감각적인 컬러에 둘러싸여 보낸 시간은 호텔 라운지가 아닌 어딘가 유니크한 공간으로 잠시 이동했던 듯한 느낌도 가질 수 있었는데, 이 곳에서 베를린과 암스테르담에 있는 듯한 기분을 최대치로 느꼈다. 방에 머물다 조금 답답한 감이 들면 이 곳 라운지로 책을 들고 내려와 한참을 머물르며 독서를 즐겼는데 정말이지 시크하고도 스타일리시하게 쉬는 것 같아 즐거웠다.




라이즈 호텔에서의 머무름은 매력적인 스테이케이션이었다. 호텔 밖으로 한 발짝도 안나가는 게 애초의 목표이자 계획이었는데 고민할 필요 없이 지루할 틈도 없이 미션 달성이었다. 라이즈 호텔은 편안한 공간과 오감을 자극하는 여러 예술적 요소들(갤러리, 라운지, 인테리어, 공간 구성, 아트웍, 맛있는 음식, 분위기 등)이 잘 어우러진 곳이다. 바깥으로 늘 향하는 여행자들보다는 오히려 완벽한 하루이틀 간의 쉼이 목마른 로컬들에게 더 안성맞춤인 곳이 아닐까 싶다. 복합 문화 공간으로서의 기능을 더 탑재하면서 진화해나갈 곳으로 기대된다. 다른 계절에 또 기회가 닿는다면 다시 찾고픈 곳이다. 어떤 이유에서건 호텔에서의 휴식은 즐겁고도 마땅하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