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Mad for Travel

첫 눈에 반해버린, 어느덧 애틋해진, 타이베이

by Wendy An

아시아 도시 여행이 몇 년만인지 모르겠다. 십여년 만일 터. 오사카, 싱가포르, 홍콩이 발 닿아 본 아시아 도시의 전부. 꽤 오랜 동안 유럽에 심취해있었고(여전히 빠져들어 있다) 회사원 사정으로 시간을 내려다보니 모든 휴가를 한 데 몰아 1년에 1~2번 유럽행에 쏟아붓곤 했다.


새 해 이직을 하고 3개월여 동안 열심히 달렸다. 새로운 환경과 기분탓 덕분이기도 했고 조금 더 성장해보고자하는 다짐이기도 했다. 약간의 성과를 냈고, 지난 2년여간 잃었던 자신감도 일부 회복했다. 시간이 이리도 쏜살같이 흐를 수 있다는 것을 마치 처음 느껴본 듯한 정도로 순식간에 3월이 끝나가고 있었다. 연초 마찬가지로 유독 바쁘게 살아왔던 남자친구의 깜짝 제안으로 관심과 정보가 전무했던 타이베이행을 즉흥적으로 결정하게 됐다.

IMG_2003.JPG
IMG_2221.JPG

먹고싶은 음식과 가보고 싶은 레스토랑 두어군데 찾아보는 것 외엔 몸도 마음도 그저 바람에 맡긴 듯 그곳으로 떠나보았다. 짧은 2박 3일의 여정이었기에 늘 그렇다 해도 어느 때보다 호텔이 중요하리라 생각했고, 며칠 간 호텔 선정에만 시간과 고민을 할애했다. 느낌이 오는 곳으로 선택한 그곳은 한국인들로부터 공유된 정보가 거의 없었지만 최고의 쉼과 만족을 만끽할 수 있던 멋진 선택이었고, 대만이란 곳의 매력을 발견하고 흡수할 수 있던 여정이었다. 무얼 했느냐 묻는다면 딱히 무언가를 했다고 답할 수는 없겠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내 마음 가는대로 쉬는 게 이것이구나, 를 새삼 다시 알 수 있었다랄까. 우리의 애초의 의도 자체가 무심코 떠나기와 의식의 흐름대로 거닐다 오는 것이었다. 그것이 우리에겐 쉼이었던 것이다.


글로 옮겨보려던 생각은 전혀 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명명할 수 없는 이 묘한 그리움과 애틋함의 감정을 풀어낼 길이 없어 결국 끄적이게 되었다. 에센스로 압축시키긴 하겠으나...두서없을, 산만할, 스크롤 압박은 물론이고 당연히 주관적(편파적)일 이 글에 누군가 눈길을 혹 주신다면 미리 양해의 말씀을 드리고 더불어 진심으로 감사를 전해 드린다.


S Hotel

여행에서 호텔이 중요치 않을 이 누가 있겠나. 늘 여행을 계획하면서 가장 중요시 여기는 게 호텔이고 무엇보다도 그 호텔이 가진 유니크함과 스토리에 집중하는 편이다. 낯설고 새롭고 뭔가 독특한 인상을 주면서도 아늑함을 안겨줄 수 있는 호텔을 정말 열심히 찾는 편이다. 호텔이 안겨주는 만족감이 클 때에, 그 만족감이 내 직감(기대)과 완벽히 맞아 떨어질 때 여행은 늘 완성도가 높아진다.

IMG_1947.JPG
IMG_2123.JPG
IMG_1948.JPG
IMG_1970.JPG
IMG_2344.JPG

- the Lobby -

프랑스 제품 디자이너로 세계적인 명성이 자자한 필립 스탁이 디자인한 호텔이다. 이 사실만으로도 흥미로웠지만 홈페이지를 통해 호텔의 이모저모를 찾아보다가 가장 반하게 된 건 역시 스토리였다. 호텔 오너가 사랑하는 아내에게 온전히 선물하는 마음으로 지었다는 호텔. 로비에 들어서니 라운지 카페가 위스키바인 듯 서재인 듯 중후하고 우아한 자태를 뽐내고 있고, 여러 미술 작품으로 채워져 있어 들어서기만 해도 예술감이 차고 넘치는 것만 같았다. 예술을 수혈받는 느낌이랄까.


여러 나라의 호텔을 다니면서 수집하고 배워오던 것들 중 하나가 바로 오래 머물고 싶게 만들어진 '공간의 미와 힘'이다. S Hotel 로비와 라운지도 그러한 매력을 지닌 곳이었다. 주로 중심가와 번화가를 피해 호텔을 잡곤 하는데 이 곳 또한 교통은 편리하지만 비교적 호젓함을 누리며 쉼을 가질 수 있고, 아울러 이동에도 더할나위 없이 편리한 위치였다.

IMG_1949.JPG
IMG_1961.JPG
IMG_1956.JPG


IMG_1950.JPG
IMG_1953.JPG

- The Room -

널찍함과 깨끗함과 필요한 것들이 궁극의 적당함으로 갖춰진 섬세한 배려에 미소가 절로 나왔던 룸. 거울이 많은 룸이다. 거울 덕분인지 룸은 어스름녘 몽환적이기까지 하다. 어메니티와 캡슐 커피와 B&O 스피커와 필립 스탁의 여러 오브제는 끊임없이 나를 자극하고 즐겁게 해주었다. 그리고 모든 게 free였던 미니바의 매력적인 여러 먹거리 또한. 사진에 담는 걸 깜박했지만 최고로 만족스러웠던 욕실과 파우더룸까지. 여러 말보다 강력한 추천으로 대신하려 한다.

IMG_1963.JPG
IMG_1964.JPG

7층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마주하는 크나 큰 거울과 왕의 의자 그리고 필립 스탁의 시그너처 오브제와도 같은 스툴이 있다. 엘레베이터를 기다리며 옷매무새와 얼굴을 점검해보기도 하고, 멋진 포즈로 왕의 의자에 앉아 사진도 찍어보고, 설레는 마음새도 노곤한 몸도 짧은 심호흡으로 가다듬을 수 있는 곳.


호텔을 나설 때나 룸으로 돌아갈 때나 이 곳을 마주하는 기쁨은 결코 적지 않았다. 멋진 디자인이 안겨주는 특별한 기분과 에너지는 절대로 무시할 수 없는 여행의 묘미인 것을. 잠시간 비타민이 돼주는 이러한 작은 듯하지만 큰 요인들이 호텔과 나 사이의 교감을 더 강렬하게 만들어주는 것만 같았다.


LONGTAIL

미슐랭 1스타 레스토랑이다. 부리나케 서둘러 온라인으로 예약해두고 첫 날밤의 설렘을 대 만족감과 행복으로 완성시킨 곳이다. 뭐랄까... 유럽의 다른 도시와는 다른(또는 우리나라와는 매우 많이 다른) 느낌의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이다. 말인즉슨, 개인적 평이자 느낌이지마는, 로컬에(실은 누구에게나) 문턱이 낮아 보인다. 로컬 친화적 느낌, 어두운 실내 인테리어와 조명과는 달리 분위기는 상큼함이 깃들어 있는 듯이 밝고 친근하다. 캐주얼한 공기로 채워져있는 듯한데 연출이자 의도라면 박수를 보내고 싶다. Bar가 잘 갖춰져 있고, 바텐더들은 활기차며, 클로징 타임이 오전 3시라고 한다. 인기와 별이 마땅하다(?), 훗.

IMG_2098.JPG
IMG_2044.JPG
IMG_2059.JPG

8시반 시작된 우리의 찬란한 8코스 with 칵테일 페어링(칵테일 4종류) 디너는 10시반이 되어서야 장렬히 끝이났다. 어찌나 떠나기 싫던지. 이미 칵테일 4잔을 마신 터라 bar로 향하고 있는 심장과 시선을 겨우내 컨트롤하고 호텔로 돌아갔던 밤이다.

IMG_2064.JPG
IMG_2065.JPG

강렬한 맛과 향과 비주얼에 가히 감탄했었음에도 모든 것을 세세히 기억할 수 없음에 좌절과 절망이 된다. 기억나는대로 읊조리다보면 그 때의 그 감동과 전율과 환희가 다시 솟아나리라 기대해본다. 첫 번째 dish는 Fried Tofu가 그릇이 되어 부드럽기 그지없는 치즈를 살포시 얹은 핑거 푸드였다. 온갖 flavor가 입안에서 폭죽 터지듯이 터졌다. 첫 번째 칵테일은 Sakini. 사케 베이스에 오이향이 가미된 정말이지 세련되고 격조있던 칵테일로 사케와 마티니의 합성어인 듯했는데 첫 칵테일부터 남달라 나머지 코스가 여간 기대되는 게 아니었던 기억이 있다.

IMG_2067.JPG
IMG_2070.JPG
IMG_2068.JPG

두 번째 dish는 우니가 주인공이었던...섬띵. 이제 겨우 두 번째 음식인데 무척 강렬하고 맛있다, 라며 연신 감탄했던 기억이 있다. 카시스 컬러에 팔각향이 나던 상큼했던 두 번째 칵테일. 타임이 우아하게 얹어져 있고 앞뒤로 나온 음식과 조화가 완벽했다. 다음으로 나온 샐러드는 구운 딸기의 맛과 향이 주를 이루었는데 익숙한 식재료의 새로운 변화가 가미된 맛과 비주얼이었다랄까.

IMG_2072.JPG
IMG_2079.JPG
IMG_2074.JPG

네번째 dish는 롱테일 스타일의 덤플링이었다. 여기서부터 감동과 놀라움이 급상승하기 시작한다. 남자친구와 나는 줄곧 고기를 제대로 먹을 줄 아는 나라가 바로 선진국 아니겠나, 라며 우리의 여행이 미식 중심이 되는 이유를 읊곤 하는데 바로 롱테일의 덤플링이 대만이 선진국임을 증명한 듯했다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육즙과 향의 폭발, 폭탄, 파티...whatever...이 과찬이 매우 증폭되고 허세끼가 뿌려진 느낌이 날 수도 있겠으나 확인할 길은 단 하나. 가보시라, 자신있게 추천드린다. 다음으로 함께 나온 시트러스 향의 진토닉 스타일 칵테일. 깔끔하게 맛과 향을 리부팅해주는 듯했던! 다섯번 째 dish가 매우 특별했는데, 매니저님이 친절히 설명해주면서도 입가에 미소를 띠며 우리를 바라보았던 이유가 바로 '김치'가 가미된 대만식 버거였기 때문이다. 훈연한 듯한 스모키한 돼지고기에 롱테일팀이 직접 담갔다는 김치가 송송 썰어져 올려져있었고 강렬한 향을 고수가 담당했다. 빵은 상상 이상의 식감(쫀쫀함과 부드러움의 그 어느 중간즈음)이 발휘된 완벽한 조합이었다. 이 나라 이 도시의 미식 수준이여... 지난해 비엔나에서의 감동과 이것 저것 나름의 비교를 해보며 타이베이 롱테일의 수준에 다시금 감격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이럴 때 외치고 싶은 한 마디, Bravo!

IMG_2080.JPG
IMG_2081.JPG

절정으로 치닫던 즈음 두 가지 메인이 차례대로 건네졌다. 피쉬와 와규 스테이크. 생선 식감의 편견을 다시금 부셔버리는 경험 하나가 추가됐던 순간. 곁들여진 조린 무는 최고의 마리아쥬였다. 그리고 와규 스테이크의 굽기와 부드러움과 스모키한 향과 소스와의 궁합은 그야말로 클라이막스를 찍는 환상의 피날레였다. 곁들여진 것은 뜻밖에도 밤이었는데 스테이크와 밤의 조화는 처음 경험하기도 했지마는 정말 맛있었다.

IMG_2083.JPG
IMG_2091.JPG
IMG_2093.JPG


마지막 칵테일과 디저트.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마시는 것도 같고 베일리스를 마시는 것도 같았던 맛과 향이 스윗했던 칵테일과 진정한 bittersweet함을 맛 본 오렌지 컬러의 one bite 타르트와 꾸덕한 아이스크림이 곁들여졌던 롱테일 스타일로 변주했다는 대만 토스트. 쫀쫀한 식감의 뜨거운 토스트에 아이스크림을 곁들여 먹자니 마치 브라우니 위의 바닐라 아이스크림과 같은 조화가 떠올랐다. 맛은 그 보다 더 super yum! 아마도 우리가 무언가를 기념하기 위해 자리한 부부인줄 알았던 듯, 디저트 디쉬에 Happy Anniversary가 새겨져 서빙됐다, 훗. Thanks, anyway! :) 합리적인 가격과 칵테일 페어링이라는 신선함 그리고 물론 프로페셔널한 서비스와 가장 본질인 좋은 식재료를 통해 펼쳐낸 최고의 맛까지. 적당히 북적거리는 활기와 바텐더들의 합주와 변주 그리고 각각의 음식과 칵테일이 뿜어내는 아우라와 맛의 향연으로 채워진 롱테일. 우리만의 약속이지만 타이베이에 올 때마다 칵테일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발걸음하기로!


Here and There, Taipei

지금 생각해보면 무엇 때문이었는진 잘 모르겠다. 매우 직관적이고도 본능적이고도 신속한 반응이었기 때문인데, 타이베이 이곳 저곳을 거닐면서 여러번 정말로 수차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왜일까? 생각해보긴 했었는데,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거리의 정취와 정갈한 모던함이 공존하기 때문이었던 듯싶기도 하고,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이국적인 분위기 때문이었던 것도 같다. 기품과 단아함이 풍겨나오는 사람들과 건축물로 인함이었던 것도 같은데, 단 하나의 건물도 개성이 없는 건물이 없었는데 각각의 개성과 매력이 강렬히 뿜어져나오지만 도시 전체의 풍경을 결코 해치지 않는 그런 묘한 적당함이 보였다. 낮이고 밤이고 거리와 건축과 사람들에 감탄하는 내 모습에 이번 여행을 제안한 남자친구가 참으로 행복해하고 뿌듯해하니 덩달이 기쁨이 배가 되는 여정이었다.

IMG_2054.JPG
IMG_1992.JPG
IMG_1993.JPG

타이베이를 거닐며 오감으로 느끼고 흡수해 본 바 정리된 몇 가지들이 이러하다.

- 타이베이 거리 풍경의 핵심은 '색'이다.

- 고목이 거뜬히 살아있고 보호 받으니 모든 생물체를 존중하는 문화가 자리잡아있는 건 아닐런지.

- 중국말하는 일본, 이란 별명이 있다더니 일본과 비슷한 풍취를 내지만 이들 특유의 개성이 분명히 존재한다.

- 시대적 배경을 알 수 없는 빈티지함이 곳곳에서 풍겨나는데 그것은 다름아닌 이곳의 미래가 보이는 곳이었다.

- 초록이 무성하고 건축과 조화를 이룬다. 그 푸르름이 사람들의 느릿한 여유와 수줍은 미소에 깃들어 있다.

IMG_2012.JPG
IMG_2016.JPG
IMG_2013.JPG

별다른 계획 없는 우리 방식으로의 쉼이 여행의 애초 목적이었기 때문에 많이 걸을 생각이 없었음에도 마치 이 도시와의 만남이 운명인 듯 때로는 멍하니 때로는 신나게 이야기를 나누며 걷고 또 걸었다. 하루에 만 보는 기본이었으니 이 도시와 케미가 잘 맞는 것도 같다. 이들은 알까? 자신들의 일상과 일과 문화와 어쩌면 자부심이 담긴 이 모든 것들이 내게 이토록 감동과 환희와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는 사실을.

IMG_2038.JPG
IMG_2051.JPG
IMG_2050.JPG


먹고 마시고 즐기고!

IMG_1984.JPG
IMG_1988.JPG
베스트 오브 더 베스트였던 스트릿 푸드, 만두!!!
IMG_2001.JPG
IMG_2132.JPG
대만 만세, 위스키 만세, 첫째날 밤 흥이 올라 오픈업, 글렌파클라스105 :)
IMG_2146.JPG
fullsizeoutput_1227.jpeg
IMG_2299.JPG
조식이라 칭하기엔 너무도 아까운 요리의 향연이었던 S Hotel 아침식사 풍경!
IMG_2228.JPG
IMG_2279.JPG
우리도 먹었다! 타이거슈거와 르따오 치즈 아이스크림! 스윗 스윗 본토의 깊은 맛 :)
IMG_2236.JPG
IMG_2237.JPG
클리셰여도 어쩔 수 없다. 진정 인생 훠궈 등극! 여행자들에게 이만한 보양식은 있을 수 없다! Must-Visit Place!!
IMG_2251.JPG
IMG_2240.JPG
IMG_2252.JPG
우연한 but 위대한 발견. 품격있는 블루마운틴을 맛보다! 최고의 카페로 은밀하게 추억하며 다시 발걸음 할 곳
IMG_2266.JPG
IMG_2267.JPG
IMG_2297.JPG
IMG_2292.JPG
IMG_2295.JPG
IMG_2296.JPG

가히 박물관 같았던 위스키 라이브러리에 들러 전에 없던 가격으로 라가불린을 사고, 마지막날 밤 S Hotel Bar에서 즐긴 길고긴 대화와 칵테일, 위스키, 럼의 향연. 바텐더의 실력은 출중했고, 홀 매니저들의 서비스는 익살스럽고 친절했다. 마지막밤이란 아쉬움에 끝날줄 몰랐던 우리의 대화는 깊고도 진했다. 칵테일은 Old-Fashioned와 Moscow Mule로. 위스키는 Bruichladdich Octomore와 Springbank 10y 그리고 마지막 마무리는 맛과 향이 섹시했던 럼 Diplomático 12y로...여운이 긴만큼 타이베이가 우리를 다시 끌어당기는 힘도 만만찮겠지, 라고 기대해보며 마지막 날을 흘려보냈다.

IMG_2340.JPG
IMG_2342.JPG
무작정 자리잡고 앉아 알아들을 수 없는 대만어에 무조건 고개를 열심히 끄덕이면 진정한 로컬푸드를 맛볼 수 있다!
IMG_2345.JPG
IMG_2346.JPG
타이베이에서의 Last meal. 공항발 리무진을 기다리며 S Hotel 라운지 카페에 자리잡고 향긋한 커피와 트러플 프라이로 점심겸 아쉬움 달랠겸 쉼을 가져보았다.


Taipei Fine Arts Museum

IMG_2174.JPG
IMG_2180.JPG
IMG_2179.JPG

구체적인 계획이 없었음에도 이 곳은 꼭 발길 닿고 싶었다. 그 도시의 매력을 집약적으로 보고싶을 때 박물관과 미술관만한 데가 또 있을까. 예술이란 게 종잡을 수 없는 무한한 세계에 존재하는 듯한 온갖 상상과 환상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해도 분명 그 나라 그 도시의 문화와 환경과 역사와 미래가 깃들어 있으리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평일 오전이었으니 예상대로 여유롭고 호젓하게 공간을 거닐고 전시를 감상할 수 있었다. How lucky we are! 그날은 free admission day였던 것이었으니.

IMG_2183.JPG

넓고도 넓은 공간 구성이 가슴을 탁 트이게 해준다. 이 정도의 여유쯤이야, 라고 호기롭게 외치는 듯한 아우라가 곳곳에서 뿜어져나오는 것 같다. 그 여백에 편안함이 그리고 무언의 메시지가 채워져있는 것도 같다. 1970~90년대 어딘가 즈음의 인더스트리얼 디자인의 느낌이 역력한데 그 느낌에 타이베이만의 스타일이 가미된 것일까. 한참을 바라보고 올려다보며 움직일 수 없었다. 이 장면이 무엇이 나를 그리도 끌리게 했을지 여전히 생각 중이다. 웅장하진 않지만 솔직한 인테리어같다고나 할까. 솔직한데 담백한. 그래서 호감이 가는...

IMG_2190.JPG
IMG_2188.JPG
IMG_2189.JPG

Taipei Art Awards 2018

지난해 수상을 한 여러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었다. 꽤나 흥미로웠는데 주제나 의도 등을 쉽게 파악할 순 없었지만 아마도 그래서 더 재밌었던 듯하다. 기획전시와 다름없는 듯한데, 젊음과 파격과 신선함과 엉뚱함으로 채워져있었다. 감히 말하건대 타이베이 예술의 미래가 밝고 경쾌해보인다. 역시나 기획전에서도 여백의 미가 상당했는데, 그 여백을 우리의 상상으로 채우길 제안하는 것이었을까.

IMG_2191.JPG
IMG_2194.JPG
IMG_2193.JPG
IMG_2202.JPG
IMG_2203.JPG
IMG_2206.JPG
IMG_2208.JPG
IMG_2213.JPG

자연과 어우러진 건축과 공간 구성이 익살스러운 현대미술과 어우러진 곳이다. 외관과 내관이 각각의 개성으로 푸르르고 차분하다. 자연과 잘 어우러지기위해 마치 고개를 약간 숙이는 듯한 겸손함이 느껴지기도 한 곳. 이 곳은 안팎을 두어차례 드나들며 보고 또 보아야 더 깊이 알 수 있는 곳인 듯했다.

IMG_2217.JPG
IMG_2219.JPG


끝으로...

타이베이가 내게 가장 큰 영감을 가져다 주는 게 건축일 줄은 몰랐다. 설레고 반하고 다시금 바라보게 되었던. 글로 표현하는 것이 실로 어렵지만, 만일 이 건축물들이 사람이라면 닮고 싶은 개성내지는 뚝심이 보였다고나 할까. 오래된 골목 골목에서 느꼈던 감동도 쉬이 지워지지 않는다. 독특한 정취. 분명 향수를 불러일으키지만 균형감있게 서려 있던 모던함. 그 묘한 공존과 어여쁨.

IMG_2259.JPG
IMG_2261.JPG
IMG_2272.JPG
IMG_2321.JPG
IMG_2273.JPG
IMG_2320.JPG
IMG_2326.JPG
IMG_2329.JPG
IMG_2328.JPG


짧은 여정이었지만 넘치는 영감을 받고, 마음껏 누리고 누비며, 즐거운 쉼을 만끽하고 올 수 있었다. 우리는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몇 번이곤 매 년 올 수 있다면 좋겠다, 라고 약속인 듯 되뇌였다. 다음엔 어떤 스토리가 펼쳐질지, 어떤 영감을 새롭게 주고받을 수 있을지 기대된다. Missing Taipei, still.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