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클럽 그 멋진 경험에 대하여 2
소셜클럽을 기획하면서 가장 다루고 싶던 주제는 '여행 디자인'이었다. 경험에 대한 추억과 반추를 통해 얻은 생생한 깨달음 및 나 자신에 대한 발견을 녹여내 다가오는 여행을 계획해보는 것 말이다. 이 과정 자체가 주는 설렘과 즐거움 만으로도 여행을 앞둔 수개월 여의 시간이 촘촘한 기쁨으로 채워진다. 이를테면 완성된 요리인 줄 알았는데 마지막에 한 끗으로 레몬즙을 흩뿌려 주고 나니 전과는 다른 음식이 되는, 기대 이상으로 얻어낸 감칠맛과도 같은 즐거움이 여행 디자인 아닐는지. 이처럼 즐거움은 기다리기보다는 찾아 나설 때 더 짜릿한 것일 터.
취향과 욕망에 집중해 여행을 디자인해보면 그 여행은 반드시 더 충만해진다. 나에게 집중했기 때문에 무엇을 어떻게 어디서 왜 할 것인지에 대한 것들이 보다 명확해진다. 여행을 향한 자신의 내밀한 열망에 귀 기울이며 스스로에 대한 데이터를 정리해보는 시간을 가지게 되는 셈이다. 결국 이 모든 정신적 활동은 나 자신을 즐겁고 기쁘게 할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것. 어른이 되는 기분이랄까. '좋아하는 여행을 더 좋아하기 위한 노력'을 이왕이면 서로의 경험과 지혜를 한 데 섞어 재미있게 해보고도 싶었다. 빌라선샤인이라는 토양 위에서 소셜클럽이라는 텃밭을 가꿔본 경험은 무척 특별했고 의미 있었다.
기획, 진행 과정 및 후기 등의 전체 여정 일부를 이곳에서 나눠보고자 한다. 문자 그대로의 의미처럼 공유의 목적이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특별한 활동과 즐거움을 앞으로도 멈추지 않고 지속시키기 위한 잠재적 가능성을 확보해보고자 회고의 시간을 갖는 것이기도 하다.
우리 각자의 여행의 목적과 소셜클럽 참여의 목적을 why로 연결해보았다. 이렇게 한 데 모여 여행을 이야기하는 우리는 누구인지와 여행하는 나는 누구인지는 who로, 우리들의 여행의 모습은 어떠한지와 그 다양한 스토리를 어떻게 클럽에서 녹여내 나눌 것인지는 how로, 그리고 여행이란 게 과연 우리에게 무엇인지와 클럽에서 여행 디자인에 관한 무엇을 다룰 것인지를 what으로 연결했다. 결국 기획 의도와 클럽 진행은 여러 개의 점을 연결해 하나의 선으로 만났다.
Who
- 행복한 고독을 만끽하는, 도시여행자
- 나만을 위한 여행 디자인에 흥미를 느끼는 뉴먼 (내 여행은 내가 설계한다)
- 여행은 '취향 탐색 + 경험 투자'라고 생각하는 뉴먼
Why
- 좋아하는 것(여행)을 더 좋아하기 위해, 이왕이면 '함께' 그리고 '재미있게'
- 여행을 풍요롭게 하기 위한 모든 것을 나누며 insight를 주고받고 새로운 여행 디자인에 반영해보기 위해
- 여행을 통한 취향 탐색과 스스로를 향한 발견을 도모하기 위한 동기 부여와 이정표를 얻기 위해
How & What
- 총 4주 간의 여정 (첫 & 마지막 오프라인 만남/ 2, 3주 차 온라인 만남 via Slack)
- 클럽 리더 키노트 발표 (15분)
- 여행 에피소드 나눔을 통한 자기소개
- 여행 테마 선정 및 여행 디자인 템플릿 초안 작성 (아날로그)/ 마지막 만남에서 최종본 온라인 작성 및 공유
- 여행 슬로건 발견(또는 제작) 및 여행 노하우/실질적인 tip/흥미로운 아이디어 공유
- 나만의 최애 여행 사진 및 스토리 1회 공유
- A4 1장 분량 '여행 에세이' 작성 및 공유
- 클럽 속의 클럽, 여행 관련 도서 함께 투표로 선정하여 읽고 나누는 '미니 북클럽'
- 여행 후 일상으로 돌아와 여행을 정리하는 나만의 방법 함께 나누기
- 다가오는 서로의 여행을 격려하고 응원하며 이후의 만남을 기약하기
“평생 동안 내가 간직했던 가장 큰 욕망들 가운데 하나는 여행이어서 - 미지의 나라들을 보고 만지며, 미지의 바다에서 헤엄치고, 지구를 돌면서 새로운 땅과 바다와 사람들을 보고 굶주린 듯 새로운 세상을 받아들이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모든 사물을 보고, 천천히 오랫동안 시선을 던진 다음에 눈을 감고는 그 풍요함이 저마다 조용히, 아니면 태풍처럼 내 마음속에서 침전하다가 마침내는 오랜 세월에 걸쳐서 고은 체로 걸러지게 하고, 모든 기쁨과 슬픔으로부터 본체를 짜내고 싶었다. 이런 마음의 연금술은 모든 사람이 누릴 자격이 있는 위대한 기쁨이라고 나는 믿었다.” - 니코스 카잔차키스 <영혼의 자서전>
4주 간의 여정 계획을 오픈하면서 내가 생각하는 여행이란 건 어떤 것인지 멤버들에게 소개해보고 싶었는데 주관적이고도 다소 빈약한 나만의 정의는 잠시 미뤄두고 누군가의 권위를 빌려 보기로 했다. 여행의 세월 동안 내게 쌓인 수많은 밑줄과 기록 중에서 어떤 내용이 그들에게 가닿을지 고민해본 결과 이 세상에서 가장 자유로운 영혼인 '조르바'를 탄생시킨 니코스 카잔차키스가 제격이란 생각이 들었다. 모든 사람이 누릴 자격이 있는 위대한 기쁨을 함께 나눈다는 것은 특별하지 않을 수 없다.
첫 만남에서 클럽의 포문을 어떻게 여는 게 좋을지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갑작스레 바로 자기소개를 들어가는 어색함은 피하고도 싶었고, 이미 슬랙을 통한 안내문 발송으로 4주 간의 여정에 대한 소개는 마쳤던 터라 멤버들의 관심과 주의를 '여행 디자인'으로 직결시킬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던 중 클럽의 핵심 목표 및 관통하는 스토리를 내 여행의 예를 통해 소개해보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약 15분 정도의 키노트 발표를 준비했다.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지만 시간과 에너지 그리고 진심을 쏟아 부은 만큼 실은 그 누구보다도 나 자신에게 의미 있는 시간을 가진 셈이 되었다. 다시 한번 소셜클럽을 운영하는 목적을 상기하고 여행 전체를 정리해보며 앞으로의 여행하는 삶까지 그려볼 수 있었다.
키노트 발표의 일부를 소개해볼까 하는데, 몇몇 슬라이드 공유로 대신해보련다.
여행 디자인 예 1)
여행 디자인 예 2)
여행 디자인 예 3)
<여행 슬로건 발견>
<여행 후 여행; 여행 정리는 어떻게, 의 예>
키노트 발표를 마치고 6명의 멤버들과의 본격 교감이 시작되었다. 짧기도 하고 짧지 않기도 한 15분 동안 멤버들의 집중과 무언의 피드백을 통해 분위기와 공기가 점차 따스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생각보다 빠르게 편안함을 장착할 수 있었다. 이어서 우리는 쑥스러움과 간지러움을 능히 무릅쓰고 자기소개로 넘어갔다. 나만의 여행 이야기(여행의 목적, 이유, 인상 깊은 에피소드, 여행을 향한 기대 등)를 통해 나를 소개하는 시간은 예상보다 특별했는데, 그 짧은 여행 이야기만으로도 짐작해볼 수 있는 게 많았던 터라 흥미롭기도 했거니와 여행 장소나 스타일 또는 이유 등에서 서로 간 빛의 속도로 공감대가 형성된 덕분에 빠르게 친근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삶의 여러 단계에서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한 시공간에 모이면 그 자체가 여행이 된다. 그 열띤 대화와 나눔으로 이미 공기와 분위기는 다른 세상이 되는 것이다. 시작은 자기소개에 불과한 듯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밀도 높은 대화의 모습을 띠게 되었다. 이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다는 것은 정말이지 특권이었다. 느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그 희열.
공통의 관심사가 기반이 되는 소규모 모임의 매력을 한 두 가지로만 요약하는 것은 가슴 한편 아쉬움 가득한 일이지만서도 가장 큰 매력이라 함은 단연 '모두의 참여'가 비교적 균일하게 가능하단 것이다. 시간과 에너지의 안배가 뒷받침돼야 하겠지만 리더의 소극적/간헐적 관여만으로도 충분히 가능한 일. 멤버들 간의 소통이 매끄럽게 이어지는 것을 2시간의 과정 동안 쭉 지켜보면서 이런 느낌과 기분에 힘입어 누군가는 자신을 클럽의 리더로 자처하는 것 아닐까 생각했다. 그 순간엔 그게 바로 나여서 무척 기뻤다.
첫 만남의 피날레는 여행 디자인 템플릿 (초안) 작성하기로 계획해보았다. 이 부분에서 방법에 대한 고민이 꽤 되었던 터라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했고, 생각의 시행착오를 여러 번 거쳤다. 결국 쌓여만 가는 고민을 뒤로하고 아날로그 방식을 택했다. 멤버가 단 6명 이기에 가능했던 방식이기도 했지만 생각과 손을 동시에 쓴다는 것의 즐거움을 함께 나누고 싶었다. 종이와 색연필로 한 명 한 명을 생각하며 템플릿을 직접 그려보는 일을 과연 삶에서 언제 해볼 수 있는 일일까 싶어 매 순간을 만끽했다. 각자 시간을 갖고 직접 작성해보며 작성을 마치면 옆 자리의 멤버와 둘씩 짝을 지어 서로의 여행 디자인 초안을 소개하며 다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앞서 펼쳐졌던 열띤 대화가 더 차분하고 깊게 이어지는 모습을 바라보노라니 그대로 흘러가도록 두고 싶었다. 흘러가는 시간을 붙잡고 싶은 심정으로 활기차고 온화한 이들의 대화를 마무리하도록 권할 수밖에 없었던 그때의 그 아쉬움은 여전히 여운이 길게 남아있다. 몇몇 풍경을 소개해볼까 한다.
[여행 디자인 템플릿 구성]
Why - 여행을 왜 하려는가?
Who am I? - 여행하는 나는 누구인가? '여행 자아' 묘사해보기
What - 여행에서 무엇을 발견, 경험, 관찰하고 싶은가?
Inspirations - 여행 전, 동안, 후로 나에게 영감을 주는 것들 (영화, 책, 음식, 디자인, 언어, 건축, 패션... etc.)
Where - 그래서, 나는, 어디로 여행을 떠날 것인가?
저마다의 개성을 지닌 멤버들의 저마다의 각양각색 여행 템플릿. 첫 만남에서 아날로그로 작성해본 템플릿은 슬랙에서 사진으로 다시 공유해 서로가 볼 수 있도록 했다. 서로에게 영감을 주거나 취향이 겹치는 부분 등이 있어 우리들 간의 크고 작은 연결은 계속되었다고나 할까. 이렇게 피날레를 장식하고 이후의 만남을 기대하며 마무리를 하려던 찰나 마지막 막간의 틈을 활용해 이후의 활동 중 하나를 예고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마지막 오프라인 만남에서 가질 클럽 속의 클럽 <미니 북클럽>을 위한 책 목록을 소개한 것. 지난 몇 년 간 방구석에서, 여행지에서, 오고 가는 이동 중 읽으며 밑줄을 긋고 귀퉁이를 접으며 영감을 받았던 책들 중 몇 권을 직접 골라 보았고 멤버들에게 짧게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후 슬랙에서 투표 방식으로 한 권을 선정하기로 정해 보았는데 결과를 예측해보는 것도 이후 시간을 위한 깨알 재미가 되었다랄까.
두 시간 동안 함께 했었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만큼 20분처럼 지나갔던 짙은 빛깔과 강한 농도의 시간이었다. 멤버들 각자가 뿜어내는 개성과 활력 그리고 높은 참여도가 성공적인 첫 만남의 주역이었다. 여러 생각과 감정이 복합적으로 밀려와 순간 뭉클하기도 했단 것. 멤버 중 누군가가 리더님 우는 거 아니냐는 농반 진반의 한 마디에 나도 모르게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게 되었는데 실은 그것은 눈물이 아닌 나도 모르게 너무나 활짝 웃어버리게 된 바보 같은 미소를 가리고자 함이었다. 또 한 명의 멤버로부터는 정식 워크숍으로 꼭 만들어 달라는 격려와 응원 섞인 제안도 받게 되었다. 무조건 고마운 일이기도 하고, 새로운 결의 용기와 다짐을 얻은 일이기도 했다.
소셜클럽 스토리는 끝이 없다. 과연 우리는 이후로 어떻게 나아갔을까? 책 투표 결과는? 우리의 여행 디자인은 어떤 스토리와 그림으로 완성됐을까?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