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rt of Wandering, 피날레

소셜클럽, 그 멋진 경험에 대하여 마지막 이야기

by Wendy An

여행을 '왜' 디자인해야 할까? 여행 디자인이란 게 과연 무엇일까? 내가 나에게 선물하고픈 여행을 떠올려 보자. 생각으로든 글로든 그림을 그려보는 거다. 나는 어떤 사람이길래 무엇을 좋아하며, 그 좋아하는 것을 더 좋아하려면 과연 어디로 떠나 발길과 인연이 닿아야 할지. 여행이 좋아서, 더 좋아하려고 소셜클럽까지 도모했으니 잠깐 내 (여행 디자인)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Who am I ?

도시여행자, 도시방랑자. 오래된 곳과 오래된 것을 흠애하는 여행 설계자. 삶에서 자주 마주하는 실제 자아와 이상적 자아 간 존재하는 불일치를 인정하고 그 간극에 괴로워하기보다는 지극히 나만을 위해 디자인한 여행으로 색다르게 채워보려는, 채워가고 있는 사람. 버지니아 울프가 설파한 '자기만의 방'을 낯선 도시, 낯선 공간에서 발견하고 잠시나마 나만의 공간(Raum)으로 만들어 내는, 여행을 추구하는 영원한 이방인이길 바라는, 방랑자.


Where? 어디로 떠나려는가?

팬데믹 시대에 접어든 지 어느덧 몇 개월. 6월에 떠나려던 모든 여행은 취소의 결말을 맞을 수밖에 없었다. 프랑크푸르트 in - 기차 - 파리 out으로 그려놓은 나에게는 완벽할 뻔했던 그 그림은 사라졌다. 하지만 완전한 끝은 아닐지니. 언젠가 다시 떠날 이 여정을 더 정교화시키며 쿼런틴 데이를 채워 나가기로. 코로나 아웃, 플리즈.


Why? 왜 여행하는가?

여행은 인생에서 가장 흥미로운 '프로젝트'다. 좋아서, 너무 좋아서, 계속하고 싶어서. 솟아오르는 아이디어를 행동으로 하나씩 옮겨 보면서 실험적인 '나'가 되어 보기 위해. 고독과 나이 듦을 진정으로 환영하는 내가 되기 위해. 무언가를 계속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데 그 계속하고 싶은 것 중 내게 으뜸이 여행이기에.

스스로에게 왜 여행하는가를 묻고, 나는 어떤 사람 인가 와 어떤 여행을 해왔고 또 꿈꾸는지 그려보는 데에 많은 영감을 받은 책 '당신의 여행에게 묻습니다(정지우)'의 일부를 발췌해 멤버들과 함께 나눴다. 우리 각자 나만의 여행에서의 그 '특별함'을 기억하며 내면에 남기자고 격려하는 시간을 가진 셈이었다. 멤버들에게 일독을 추천한 책이기도 하다.


What? 무엇을 발견, 경험, 관찰하고 싶은가?

당연히 '새로운 나'. 혹여 살아오면서 아직도 발견하지 못한 무언가 좀 색다른 '나'가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와 바람을 담아 떠나는 여행. 새로운 일을 저지르기 위해 떠나는 여행. 로컬의 모든 것, 아날로그적인 모든 것을 경험하는 여정. 가장 관찰하고 싶은 건 그 사회의 시스템의 숨겨진 작은 면 그리고 노인.


Inspirations_여행 디자인에 영감을 주는 것은 무엇?

세상의 모든 책. 만물과 세상의 이치와 그 무엇이든 그 어떤 것이라도 책으로 배우고 싶은 나. 매 여행마다 책은 강렬하고도 따스한, 선명한 영감을 안겨주는 가장 멋지고도 중요한 영감의 원천이다. 프랑크푸르트 여행은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과 헤르만 헤세의 '헤세의 여행'을 다시 펼쳐보려던 참이었는데...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미드나잇 인 파리', '비포 선라이즈', '비포 선셋', '세라비(C'est la vie!)'등의 영화도 물론이다. 오래된 장소와 오래된 사물을 흠모하는 나에게 빈티지와 아날로그로 채워진 공간은 그야말로 파라다이스. 웬만한 곳에서는 100년은 기본 스펙이 되는 유럽을 그래서 매 년 찾게 된다. 음식도 결코 빠질 수 없다. 간혹 책보다도 더 영혼을 빼앗기는 특별한 그 무엇이랄까. 커피와 술, 로컬 푸드의 조화라면 멋진 장면은 저절로 자연스레 연출된다 하지만 때때로 이 모든 것들을 뛰어넘어 영감 그 이상의 영감을 안겨주는 것이 있으니 바로 '언어'다. 여행지의 언어를 조금이라도 배우고 익혀 연습해간다면 여행의 차원이 달라진다. 2년 전 베를린 여행에서 독일어에 마음을 빼앗겨 버린 후로 인강의 괴로운 골짜기를 홀로 넘어 보다가 스스로 학습이 불가능한 무능력자임을 통감하곤 멋진 과외 선생님을 만나 지난해부터 독일어를 과외받고 있다는 것. 그 사이 다녀온 비엔나에서 틈만 나면 세상 무모하게도 말을 내뱉고 뱉고 또 내뱉으며 배우는 자임을 광고하고 다녔다. 그때 느낀 세상을 향한 감정은 관대함과 따스함이었으니. 서툴고 우스워도 초보 독일어 스피커에게 사람들은 갖은 칭찬과 격려를 쏟아부어주었고 교정도 해주었고 대화 상대가 되어주며 미소도 건네주었다는 것. 독일어가 보이고 들리니 거리를 마냥 걷는 것 같은 그 시간이 결이 다른 순간이 되었다. 언어로 그 도시를 만날 때 비로소 진정한 영감을 받는 것처럼 잊을 수 없는 순간들을 많이 만났다.




우리는 늘 변화 하기도, 늘 그대로이기도 하지 않나. 우리의 여행도 그러하지 않을까. 나만의 여행을 디자인하는 경험이 켜켜이 쌓이다 보면 그 자체로 삶의 한 역사가 되는 스토리가 쌓이는 것일 터. 그 누구의 어떤 여행도 같은 여행은 단 하나도 없을 것이다.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만의 생각과 바람과 기대대로 어딘가를 그리고 무엇인가를 체험할 테니 말이다. 강렬했던 첫 만남에서의 아날로그식 여행 디자인 작업을 해본 이후 2주간 슬랙을 통해 온라인에서 만났다. 각자의 여행을 추억하며 사진을 공유하기도 하고, 스토리나 글을 공유하기도 했다. 아무래도 팬데믹 가운데 있다 보니 서로의 여행 계획을 향한 안타까운 염려와 격려의 말도 주고받기도 하고, 어떤 선입관이나 편견 없이 서로의 이전 여행 또는 앞으로 떠날 여행을 응원했다. 추천하고 싶은 여행지, 레스토랑, 카페, 서점 등의 장소나 특별했던 곳에서의 느낌과 생각 그리고 여행지에서의 독서를 위한 책 추천까지 여러 정보를 주고받으며 우연히 여행 슬로건을 발견하기도 하고, 계획에 없던 색다른 여행지에서의 여정을 그려보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어느덧 시간은 속절없이 어김없이 흘러 마지막 만남(4th)의 날을 맞았고, 사회적 거리두기 전국 캠페인이 시작되기 전이었던 터라 고민은 엄청났지만 조심과 조심을 거듭해 장소를 정하고 어느 날씨 좋은 토요일 오후 모두가 한 자리에 모였다. 매주 만날 것을 그랬다며 서로를 향한 반가움과 마지막이란 아쉬움을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서로 건넨 우리들. 첫 만남이 강렬했기도 했지만 그간 온라인에서도 오고 간 따스함도 그 온도가 못잖게 생생했을 것이다.



투표에 부친 결과 클럽 속의 클럽 우리들만의 '북클럽' 도서는 잔홍즈의 '여행과 독서'로 선정되었다. 어떤 책으로 정해져도 재밌을 것이란 확신이 들어서였나 조금도 이상할 게 없던 결과였던 것. 잔홍즈는 말했다. '여행은 서서 하는 독서이고, 독서는 앉아서 하는 여행이다'라고. 여행과 독서, 과연 떼려야 뗄 수 있는 것일까? 자신만의 방식으로 책과의 만남을 가진 우리는 함께 모여 각자의 소감과 읽으면서 느낀 주된 감정, 그리고 나만의 밑줄을 나눴다. 그의 여행은 워낙 흥미롭기도 하고 특이한 구석이 있는 데다가 '책'이 매 여행마다 주인공이기 때문에 우리들의 나눔 마저 웃음이 끊이지 않는 이야기 파티가 되었다. 아, 정말 여행이여!



북클럽으로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가니 분위기가 고조되었다. 소셜클럽을 마치면 각자의 생각과 마음에 남게 될 정신적 산물이 있기를 기대한 것은 당연했지만 물리적으로도 무언가를 남길 수 있는 우리가 되었으면 했다. 초기 클럽 기획을 할 때부터 계획했던 것이기도 하였고, 4주간의 여정을 마치면 다시 볼 수 있을지를 베팅해봐야 아는 것이겠지만 무엇이든 서로가 서로를 기억할 수 있는 기록물이 있다면 긴 여운이 추억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 같았다랄까. 첫 시간 아날로그 방식으로 초안을 작성해본 여행 디자인을 매 주의 여정을 거치면서 더욱 정교화시켜볼 수 있도록 공지사항을 통해 안내했고 그동안의 나눔과 각자의 작업을 통해 다가올 여행을 디자인해본 결과물을 모두가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이름하야 'Design Your Own Journey' 파일을 모두가 완성해보았고 슬랙을 통해 나눔으로써 서로의 여행을 미리 경험해볼 수 있었다. 서로에겐 또 다른 여행을 향한 설렘과 이정표 역할을 해주었고, 각자 자신들에겐 구체적인 여행 설계 경험을 통해 나만의 여행이란 게 무엇인지를 실제적으로 발견해볼 수 있는 여정이었다. 멤버들 모두의 여행 디자인이 정말이지 특별하고 개성 넘쳤다. 각각의 여행 디자인 파일을 들여다보노라니 그들의 여행을 미리 AR/VR로 체험해 본 느낌이었다랄까. 잊을 수 없는 경험이 되었다. 우리들의 피날레는 각자 완성해본 여행 디자인 중 일부를 소개하며 에피소드와 연결 짓는 스토리텔링과 앞으로 여행을 통해 발견하고픈 것들을 예고하는 것으로 마무리 됐다.


여행 디자인 sheet 작성의 일부 예


마지막이란 건 이유를 막론하고 무조건 아쉬운 법. 물론 우리들에겐 계획된 뒤풀이 자리가 있었지만 그러함에도 서운함을 감출 길이 없었다. 코너 속의 코너처럼 준비해 본 깨알 같은 시간이 있었는데 바로 '롤링 페이퍼'를 써 보는 것이었다. 과연 우리가 앞으로 삶에서 이 놀이와도 같은 것을 얼마나 해볼 수 있을까, 란 생각에 쑥쓰럼을 무릅쓰고 준비해본 시간이었는데, 모두들 주춤거렸던 몇 초 간의 주저함은 금세 벗어던지고 정성을 다해 서로에게 한 마디씩 손글씨로 건네 주었다. 이 또한 잊을 수 없을 선물이 된 것!


끝이 아니었다. 멤버 중 한 분이 서프라이즈 선물을 준비해온 것이다.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을 직접 찍은 사진으로 직접 제작한 스티커. 너무나 특별한 선물이 되었다. 서재 벽에, 책에, 다이어리 곳곳에 붙여 두었다. 반짝이는 물빛에 기분이 좋아지는, 멤버들 모두를 떠올릴 수 있는 추억의 촉매제가 돼주는 멋진 선물.


두 시간 반여 시간 동안의 소셜클럽 <The Art of Wandering 방랑의 기술> 마지막 만남을 마치고 뒤풀이 장소로 모두가 함께 향했다. 맥주 한 잔씩 앞에 두고 처음 만났던 그 순간부터 마지막 순간까지의 모든 이야기들이 펼쳐졌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싶었다. 7명이 장장 6시간 동안(그것도 토요일 오후에 만나 밤까지) 서로에게 초집중하고 여행이라는 공통의 관심사를 토대로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누며 결국엔 일과 삶의 이야기로 뻗어나가는 것 말이다. 연대의 가능성을 온몸과 마음으로 체험했고, 귀담아들은 이야기들 가운데 많은 영감도 받았다. 모두가 오늘의 이 시간을 만들어 참여했고, 그 결실은 가히 놀라웠다. 일곱 가지의 개성이 모여 일곱 가지 이상의 시너지로 발현된 것만 같은 느낌. 우리의 연대와 공감과 협력은 아마도 계속될 것이다(카톡방이 생겼다!). 소셜클럽이란 이런 것이구나를 여실히 체험한, 매우 특별했던 삶의 한 토막이었다.


언제 떠날 수 있을지 아무도 모르는 요즘이다. 그러나 추억할 여행이 있으니, 아니 추억할 소셜클럽이 있으니 괜찮다. 언제든 떠날 때가 되면 우린 떠날 테니까. 꿈에서라도 좋으니 오늘은 어딘가를 여행하고 싶다. 자, 떠나볼까.



소셜클럽은 계속되어야 한다. 어떤 모양으로든 누구 와든. 여행을 좋아하는, 더 좋아하고픈 사람들과 더 많이 만날 기회를 만들고자 한다. 함께 모여 여행을 이야기하고 여행을 디자인하고 여행을 삶으로 들여와 각자의 삶을 다시 새롭게 만들어나가기 위해서. 그 모습은 소셜클럽이기도 하고 워크숍이기도 하고 또는 어떤 색다른 그림일 수도 있겠다. 그럼, 다시 만나요, whoever you are.


Special thanks to Villasunshine, Sincere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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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ease allow me to introduce myself to you, whoever you are. :D


Wendy An (female/late 30s)

- Have been working as a headhunter over 8 years

- Studied (clinical) Psychology with master's degree

- Have been dreaming of wandering all around the world as far as my feet will carry me

- City wanderer, fell in love with Europe, Taiwan and anything or anywhere very old

- Strive to be inspired by traveling, reading and daydreaming


[Planning...and Have been working on...]

- Wandering, of course. Waiting for the right time and right place.

- Book 'Hotel Psychology'

- The Workshop 'Design your own Journey' (a paid one/on site, upcoming Summer)

- Research 'Travel Psychology'

- Lecture/Consulting about 'The (job) Interview' (a paid one)

the lastest (upcoming) one is going to be the 'About the Job Interview(the title is still up in the air)' via Villasunshine Community Service as an outside lectur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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