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클을 읽고, 끄적이는 이야기
아티클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시대의 호텔' (북저널리즘 유료 아티클, 개별 구매)
for Trevari 'Hotel Travelers'
몇백 년이 지나도록 판타지와 낭만의 기운이 맴도는, 부르기만 해도 여전히 설렘이 깃드는 호텔. 그리고 갑작스러운 필요에 의한 시작이었지만 머잖아 관련 업계의 생태계를 뒤흔드는, 그야말로 파괴적 혁신의 주인공으로 평가되곤 했던 에어비앤비. 그간의 양측의 행보 그리고 이후의 움직임을 예측해볼 수 있는 내용과 제언으로 채워진 아티클을 통해 이 시대의 호텔업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전과는 다른 관점으로 고찰해볼 수 있었다. 현재 지구 상의 많은 나라들이 with COVID를 살고 있고, 부디 하루라도 빠르게 POST-COVID 시대로 접어들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는 작금의 상황 가운데 비즈니스의 유형을 막론하고 거의 모든 기업과 개인이 위기관리와 새로운 비즈니스 기획 등으로 전에 없이 분주하다. 그중 단연 항공, 호텔, 여행사 등의 위기와 변화가 단연 다이내믹한 상황이겠다.
호텔을 흠모하는 한 개인으로서 지금까지 호텔 산업군을 전반적으로 조망해보거나 나아갈 방향에 대해 숙고해본 적은 특별히 없었다. 숲보다는 나무에 관심이 많았다랄까. 말인즉슨 더 이상 쪼갤 수 없을 단위까지 쪼갠, 디테일에 집중된, 매우 사적인 관심과 흥미라 할 수 있다. 투숙객, 방문자, 사용자 등으로 경우에 따라 약간의 정체성에 변화를 주는 호텔 고객이자 팬으로서 경험하고 체감한 것들과 그로 인해 뻗어나간 상상력까지. 꽤 사적이고 내밀한 취향 이야기겠지만 결국 이렇게 쌓인 경험과 그로 인한 니즈(needs)가 한 데 모여 비즈니스에 영향을 건네는 것 아닐까. 보이지는 않지만 오감을 자극하는 유니크한 분위기와 매력, 흥미로운 스토리, 감각적인 인테리어 디자인과 오브제 사용, 로컬과의 참신한 연결성 및 희소가치 등에 감동할 때의 희열과 발견의 기쁨이 바로 그런 것이겠다. 여러 경험을 모으고 정리해 나가면서 점점 나무의 수가 많아져 숲으로 번져가듯 관점의 이동 또는 전환을 꾀하는 시도를 해나가 보고자 한다.
하기 내용은 유럽 최대 호텔 체인 이비스, 노보텔, 소피텔 등의 브랜드를 보유한 기업 호텔 그룹 아코르(Accor)의 CEO 세바스티앙 바쟁이 한 이야기 중 일부다.
“저는 아코르가 고객들의 일상생활 모든 부분에 스며들기를 바랍니다. 이를 위해서는, 잘해야 1년에 서너 번 고객들과 마주칠 뿐인 호텔 이상의 것들이 제공되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가 앞으로도 여전히 호텔 객실만을 고객들에게 제공하고자 한다면, 분명 우리는 10년 내에 여행객들로부터 외면당하게 될 것입니다.”
일상생활의 모든 부분, 즉 라이프스타일을 만들고 제공한다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일상과는 제법 거리가 느껴지면서 결이 다른 호텔을 향한 기대가 점점 변별력을 잃어가면서 저자의 지적대로 일상과 비슷한 듯 다른 에어비앤비로 관심이 옮겨온 지 몇 년이 흐르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낯선 타인의 집에 머무는 체험만으로 라이프스타일적 숙박이나 제대로 된 스테이케이션 디자인이라 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종종 들기도 한다. 호텔과 에어비앤비 의 강점과 매력이 만나는 접점에서 새롭게 탄생될 수 있는 새로운 스타일의 비즈니스는 과연 무엇일까에 대해 업계 비 관계자이지만 고객으로서 설렘과 기대를 품고 있다.
세계 여러 도시에서 나타나고 있는 호텔 공간의 변주와 재밌는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우리 삶의 영역 가까이로 호텔이 더 가까이 다가오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가령, 상하이에서 몇 해 전부터 상당수 나타나고 있는 호텔이 품은 코워킹 스페이스나 미국의 각 도시에서 빠르게 번지고 있는 로컬 로스팅 커피 브랜드 및 카페와의 컬래버레이션, 또는 럭셔리 부티크 호텔의 여러 매력을 쏙 빼닮게 만들어 일과 네트워킹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호텔을 닮은 코워킹 스페이스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양방향적 이러한 시도는 흥미롭기도 하거니와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호텔 자체를 또는 호텔스러움을 추구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방증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일과 놀이 모두에서 호텔과 연결되려는 열망과 호기심은 세대를 막론하고 나타나는 것 아닐까.
아울러, 호텔은 예술과 상업의 경계선에서 그 스스로 뮤즈가 되어 많은 분야에 영감을 건네다. 아니 그러한가. 성인들에게 늘 환상적인 동화를 선사하는 웨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서부터 화면을 통해 만끽하는 것만으로도 탄성이 절로 나오는 아름다운 스위스 알프스에 위치한 최고급 요양 호텔(웰니스 리조트)을 주 배경으로 촬영한, 젊음에 대한 가장 고매한 영화 유스(Youth)까지. 그뿐만 아니라 최근 성수동에서 팝업스토어를 열고 있는 라이프스타일 & 패션 브랜드 ‘케이스 스터디'의 팝업 스토어 콘셉트는 ‘호텔 케이스 스터디'다. 마치 빈티지 호텔에서 체크인하고 구경하며 공간을 거니는 듯한 분위기와 동선을 제공하면서 케이스 스터디의 이미지와 제품을 판매한다. 이렇듯 호텔은 세상의 다방면에서 영향을 끼치고, 콘셉트의 주제나 소재가 되며, 어떤 판타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저자의 지적대로 호텔의 표준화된 상품과 분업화된 시스템 속에서 피로감을 느껴온 소비자들이 에어비앤비로 몰리는 현상을 통해 호텔 산업에 많은 물음을 던지며 직간접적 영향을 끼친 것은 기정사실이겠지만, 에어비앤비를 통해서는 호텔만이 선사해줄 수 있는 기분이나 느낌 또는 만족감이 충족되는 경험을 줄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위기는 곧 기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지금까지도 그러했지만 더 오래도록 호텔을 흠모할 나이기에 팬데믹과 일부 소비자들의 외면에 타격을 입기만 하는 호텔업계가 아닌, 더 새롭고 낯선, 혹은 과감한 변화와 실험이 일어나기를 기대한다.
라이프스타일과 호텔, 이라는 두 단어 사이의 먼 듯 안 먼 듯한 거리감이 묘하다. 이 둘 사이의 간극이 좁아지거나 또는 시너지가 일어나는 다이내믹한 접점이 될 수는 없을까. 고민과 추억과 상상을 오가던 중 몇 년 전의 암스테르담 여행이 불현듯 떠올랐다. 여행 전 디자인 편집매장이자 단 하나의 객실을 가지고 있는 호텔 드룩(droog) 예약을 시도했지만 결국 실패하고 큰 아쉬움에 사로잡혔던 기억이 있다. 1, 2층은 세계적인 디자인 제품과 작품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디자인 편집매장, 카페, 옥상 정원 등까지 모두가 방문 및 사용할 수 있고, 3층에 단 하나의 객실이 있는데, 1년 내내 예약이 꽉 차있다고 한다. 그때나 지금이나 이 조합과 콘셉트가 무척 신선하고 매력적이라 생각한다. 만약 그곳에서 며칠간 머무를 수 있었다면 과연 어떤 경험과 추억이 만들어졌을지 상상하는 재미가 여전하다. 아, 정말이지 언젠가는, 이라며 늘 코로나 종식을 간절히 외친다.
그러고 나서 약 2년 후 연거푸 다음 해에도 이어서 두 차례 오스트리아 빈을 여행하던 중 만난 또 다른 공간이 하나의 스펙트럼에서 연결된 점처럼 떠올랐다. 100년 이상의 세월을 품어온 아르누보 양식의 층고가 높은 공간이 온통 전부, 아니 오직 ‘아날로그’와 ‘빈티지'로만 채워진 예술적 공간, 이름은 SUPERSENSE. 수퍼센스는 거미의 감각의 학명이라고 하는데, 이 공간을 탄생시킨 오너이자 사업가인 doc Kaps는 우리의 감각을 더 아날로그적으로 펼치며 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름을 지었다고 하는데, 실제로 그는 거미를 연구하던 학자다. 수퍼센스의 슬로건은 Trust your sense다. 처음 이 한 문장을 만났을 때 눈물이 핑 돌면서 몸과 마음에 감돌던 전율을 여전히 기억한다. 왜 그랬을까, 여전히 미스터리. 그곳에 1년 간격으로 두 번 발걸음 하면서 계속 맴돌던 생각은 바로 ‘이곳에서 하루, 이틀 머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란 것이었다. 수퍼센스 호텔이 탄생됐으면 좋겠다.
라이프스타일이란 게 언어로 표현하려니 예술가도 기획자도 아닌 그저 호텔과 디자인과 아름다운 것들을 흠모하는 소비자 중의 하나인 나로서는 이렇게 공간을 추억하면서 이야기로 풀어나갈 수밖에 없는 듯하다. 각자에게 라이프스타일은 다르고도 특별하게 해석될 것이다. 만일 우리 각각의 라이프스타일을 향한 생각과 바람 또는 상상이 깃든 판타지가 호텔과 만나 보다 더 감각적으로 또는 삶을 닮아 있지만 분명 새로운 방식으로 펼쳐진다면 ‘라이프 스타일 플랫폼 시대의 호텔’이라는 타이틀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호텔이여, you are my inspiration...
누군가 말했지, You want it? Make 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