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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endy An Jul 13. 2023

무릅쓰고, 슬로건을 만들다.

Supersense Letter 2

오랜 로망이었어요, Supersense라는 이름으로 나만의 일을 하는 것. 마음에 품은 지는 오래지만 본래의 계획보다 앞당겨진 시기에 호기롭게 시작했습니다. 즐거이 헤쳐나가고 있지만 긴장과 고민이 어느새 절친이 되었지요. 첫 번째 로망은 이룬 셈인데 다음이 문제였어요. 그것은 바로 '슬로건'. 커리어와 라이프스타일 컨설팅이란 비즈니스 아이템 말곤 아무것도 없는데 무슨 슬로건 타령인가, 혹 사치인가, 란 생각도 했어요. 하지만, 제대로 시작하기 위한 마인드 세팅을 위해, 그리고 날마다 추구하며 바라보아야 할 곳이 어디인지를 명확히 하기 위해 슬로건은 꼭 필요했습니다. 속도보다 '방향'이니까요.

오래된 노트부터 읽던 책들, 여행 일기와 사진, 아이폰메모앱까지 넘나들며 2-3개월 여 동안 망망대해를 노닐던 중 '그러던 어느 날'을 세 번 만나게 됩니다. 평소 Minds Miner 송길영 님의 인사이트와 깊이를 매우 신뢰하고 리스펙 하기 때문에 책, 인터뷰 기사 및 영상을 빠짐없이 챙겨 봅니다. 그러다 그가 던진 '질문'을 만났는데요. ‘사람들은 왜 특별함과 고유함을 추구하고 집착하는가?'란 질문이에요. 그의 대답은 '자신의 행동 속 의미를 각성할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이제 '다른 것'을 원한다는 거죠. 저와의 접점이었습니다. '다르기를 원하는 것' 그리고 ’ 의미와 가치를 찾는 것‘! 두 번째 '그러던 어느 날'은 구독하는 매체 '롱블랙' 인터뷰에서 통찰을 얻은 날입니다. 콘디토리 오븐 창업자 이소영 님의 인터뷰였는데, '슬로건이 있으면 브랜드, 없으면 가게다'라는 거예요. 이어서 슬로건은 분명한 방향성이라 덧붙였습니다.


숱한 탐색과 고민 끝에 마주한 이 두 번의 '그러던 어느 날' 덕분에 Supersense의 슬로건이 탄생할 수 있던 셈이죠. 커리어와 라이프스타일을 컨설팅한다는 건 '유니크함'이라고 늘 생각했어요. 유니크하다는 건 특별함이기도 하지만 '고유한'이란 의미도 담고 있잖아요? 특별하기에 앞서 '고유한' 나와 우리로 먼저 살아가는 삶을 추구하고 싶었습니다. 나는 one & only잖아요. 그런데, 조금 더 뾰족해지고 싶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비엔나에서의 어느 밤이 떠올랐어요! 세 번째 '그러던 어느 날‘이네요. 호텔 내 레스토랑에 아주 늦은 저녁을 하러 가서 주문을 하려는데 메뉴판 마르게리따 피자 옆에 'precisely'라고 적혀 있는 거예요. 메뉴판엔 주로 'best'나 'Antipasto-Italian Cold Appetiser'라는 식으로 잘 나가는 메뉴나 메뉴명의 의미를 설명하잖아요? 그런데 웬 'precisely'? 호기심에 매니저님에게 '정확하게 맛있다는 건가요?'라는 식의 질문을 던졌다가 그를 당황시켰지만 그는 이내 환하게 웃으며 셰프님의 깊은 뜻을 알 길이 없다며 함께 폭소했던 추억이 있습니다. 때마침 추억은 순기능을 하며 아하! 모먼트를 건네주었고, 그리하여 Supersense의 슬로건이 탄생했습니다.


'Precisely Unique' - 특별함에 앞서 '나로서' 고유하게 살아가는 삶, 나아가 '우리'가 함께 삶을 향유하며 유기적으로 커리어의 성장을 도모하자, 란 의미입니다. 확신에 찬 긍정적인 감정이 솟아났고, 무척 기뻤습니다. 아, 이제 방향을 잡았구나, 더딜지 빠를지 아직 모르지만, 일단은 걸어가도 되겠구나 싶었습니다.


Supersense 탄생 비화를 조금 더 풀어볼게요. :)

2018년 가을 처음 비엔나를 만났을 때, 그리고 처음 이 한 문장을 만났던 때를 결코 잊을 수 없습니다. "Trust Your Senses" - 운명이었을까요? 이 한 문장이 가슴을 쿵! 하고 치더니 뇌리에 박혔습니다. 여행에서 돌아와 당장 맥북 배경화면으로 해두고는 수년 동안 매일 생각했어요. 여기저기 마구 퍼뜨리고 다녔고요. 왜, 사람이 사랑에 빠지면 그 상대에 대해 마구마구 이야기하고 싶잖아요? 마치 그런 기분이었어요. 누군가에게 혹 어떤 감정을 불러일으킬지도 궁금했고요. 술자리에서 지인에게 사진을 보여주며 열변을 토했는데 그녀가 촉촉한 눈빛으로 '눈물 날 거 같아요'라는 거예요. 아, 뭔가 있다 싶었습니다. 2019년 이곳을 다시 찾았을 때의 감동과 희열은 가히 ARMY와 BTS의 만남에 버금가는...


지난해에도 다시 찾았지만 아날로그 공간과 카페는 운영을 하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코로나 타격이 있었구나 싶어 안타까웠는데, 고개를 돌리던 찰나 제 마음을 온통 빼앗아가버린 이 한 문장과 재회했습니다. 레터프레스로 선명하게 프린트된 포스터가 벽에 걸려있는 모습을 발견한 거죠. 안도감과 기쁨이 동시에 찾아들었습니다. 도대체, 왜, 무엇 때문이었을까요? 마음을 순식간에 빼앗아 가버리더니 여전히 되뇌고 읊조리게 만든 이 문장의 비밀은 과연 무엇일까요? 오랜 시간 이 생각 저 생각을 오가며 버무려진 결론은 이러합니다.


일과 삶에서 내 '센스'를 더 발휘하며 살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단 생각이 순식간에 밀려오면서 울컥했던 거죠. 오래전이지만 그 순간 느꼈던 설움 섞인 뭉클함은 잊히지가 않아요. 어릴 적, 순수하던 그때엔 '크리에이티브'한 일을 하고 싶다는 로망을 갖고 있었어요. 십 대 시절에도, 열심히 살았지만 정신줄도 놓고 산 20대 시절에도 늘 딴생각에 사로잡혀 살았거든요? 그 딴생각이 바로 '예술의 영역에 들어가고 싶다' 였어요. 언제 어디에서든, 크게든 작게든 '나를 감동시키는 것'은 늘 예술이었으니까요. 외롭던 날들, 답답했던 시간들, 갈등과 전쟁의 날들 가운데 위안과 여유를 얻을 수 있었던 건 음악, 미술, 문학, 건축, 패션 등 예술의 범주에 들어가는 것들이었어요 하지만 특별히 소질이 있던 건 아니었고, 이미 다른 길을 가고 있던 데다가 시도조차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 마음속 깊은 서랍에 처박힌, 먼지 덮인 로망이 되었죠. 그런데 'Trust Your Sense'를 조우한 순간 오랜 세월 쌓인 그 먼지가 걷히면서 진정한 꿈과 욕망을 마주하는 기분이었어요. 마치 바로 옆에서 누군가가 따뜻하고 나직한 위로의 목소리를 건네준 것 같았지요. 귓가에 음악이 맴돌며 가슴이 벌렁거렸습니다. 어찌 잊을 수 있겠어요? 그때부터 '로망 더하기 꿈'이 더 구체화 됐고, 꿈틀거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러곤 또 몇 년이 흘렀죠. 그 흐르는 시간 속에서 늘 생각한 건 '지금 이 자리에서 해볼 수 있는 건 뭘까?'였어요. 팬데믹이 닥쳐 여행도 못 가고 늘 재택만 하게 되고 채용 의뢰(헤드헌팅)도 줄던 시기가 있었지요. 그때 '내 직감을 믿어보자'란 생각으로 '비대면 커리어 컨설팅'을 시작했습니다. 나름 '센스'를 발휘해 본 시도이자 시작이었지요. 어떻게 하면 기존 서비스들과 다를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비대면이란 제약을 오히려 긍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까 등등 고민과 연구에 빠져 살았습니다.


수년간 헤드헌팅을 통해 다양한 산업군에서 경력을 쌓고 이직을 하며 커리어를 개발해 나가는 사람들을 돕고, 함께 소통했던 경험을 토대로 하나씩 성취와 이야기를 쌓아왔습니다. 그 여정만으로도 힐링이 되었고요. 아울러, 컨설팅을 신청한 분들은 모두 각양각색의 모습으로 다양한 상황에 있었고, 고민의 종류와 장르도 제각각 다채로웠습니다. 한 분 한 분 컨설팅을 하면서 비대면이 이토록 뜨거울 수 있구나,라는 발견도 할 수 있었고, 시공간을 뛰어넘는 몰입을 경험했습니다. 본인들이 이뤄낸 쾌거임에도 불구하고 종종 덕분이라며 좋은 소식을 건네주신 분들도 많았지요. 그 희열과 환희가 다시 돌고 돌아 오스트리아 빈 수퍼센스에서 마주했던 그 감동의 순간과 겹쳐지더군요. 그리고 또 한 번 스스로의 센스를 믿고, 때를 만나(?) 결단을 내려 나만의 세상을 열어버렸습니다. ‘고유한 나’로서 삶을 향유하고, 그 각각이 모여 ‘특별한 우리‘로 연결되어 함께 커리어 성장을 이뤄 나가고, 마음껏 '각자의 센스'를 믿고 발휘하며 나아가길 바라는 마음으로요.


인생은 참 흥미진진해요. 마음에 오랜 시간 품고 있던 것들이 내 안에서 화학 작용을 펼치며 다채로운 색을 만들어내듯 섞이더니 기어이 세상을 향해 모습을 드러내는 걸 보면 말이죠! To be continu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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