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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endy An Jul 20. 2023

색채와 이름의 미묘한 관계

Supersense Letter 3

Supersense란 이름은 내가 선택했다, 라기보다는 나를 찾아와 준 것, 그러니까 운명적 만남 같아요. 이 이름을 염두에 두고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제일 먼저 고민했던 건 다름 아닌 '색(color)'이었어요. 수퍼센스가 컬러를 입는다면 과연 어떤 빛깔일까, 고민했죠. 그러다 문득 수퍼센스와의 첫 조우는 여행이었으니 수퍼센스의 상징적인 색도 여행에서 찾으면 되겠구나 싶었죠. 가장 사랑하는 도시 비엔나를 여행한 몇 년의 추억을 소환하고 나니 금세 '녹색'이 떠올랐습니다. 비엔나는 녹색이라는 스펙트럼에 존재하는 모든 종류의 다양한 녹색이 드리워진 도시예요. 그래서였을까요? 마치 살았던 곳인 것처럼 늘 편안했던 이유말이죠. 맥북 사진첩에 [Greens for Supersense]란 폴더를 만들고 하나씩 비엔나 그린을 채워보았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색채와 이름의 미묘한 관계에 대해 자주 생각하게 되었어요. 수퍼센스를 대표하는 색을 다크 그린으로 결정한 건 결코 우연이 아니었음을 그리고 감정에 강하게 연결된 선택이었단 걸 깨달았죠.



비엔나에서 만난 온갖 빛깔의 녹색은 단 하나도 똑같은 게 없었어요. 당연한 말 같지만 오래된 버전의 녹색과 새로운 버전의 녹색이 절묘하게 섞여있는 그 조화와 매력은 결코 당연한 범주의 것이 아니더라고요. 게다가 빛바랜 색이 주는 위안이 있지요. '빛바래다'의 사전적 의미가 '낡거나 오래되다'인데, 의미만 읊어보면 세월의 결과물일 뿐이지만 낡거나 오래된 색이 불러일으키는 '감정'은 조금 특별한 구석이 있고요. 그 감정은 참으로 오묘한데 살아보지 않은 시절을 향한 향수 같은, 상상력으로 채워진 그리움 같다랄까요. 세월의 모든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탓에 짙은 그림자가 드리운 것도 같고, 많은 이들의 손길이 닿아 바랬지만 따스함을 머금고 있어 정감이 가기도 하지요. 색이라는 프레임으로 여행을 바라보니 새로웠어요. 일을 하는데 여행을 하는 기분도 드는 거예요. 0.1초의 찰나에 '아, 행복하다. 아, 이런 게 성공인가?'라는 생각을 하며 피식거렸습니다. 성공은 별 거 맞지만 이런 감정이 찾아드는 순간을 자주 경험하면 성공하겠다,라는 생각이 들면서 자신감도 업그레이드 됐어요. 이렇게 하나씩 결정하고 쌓아가는 과정이 여행 같다면 지속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인간 드라마의 분위기, 창조자의 영혼 상태를 보여준다."


프랑스의 시인이자 미술 비평가였던 보들레르는 색의 역할을 위와 같이 정의했다고 하는데요. 한동안 곱씹어봤죠. 물론 내 비즈니스와 브랜드의 색을 정하는데 무슨 영혼 상태까지 드러내야 하나 싶은 부담감이 없잖았지만, 실은 마음을 빼앗긴 한 마디였어요. 꼭 기억하고 싶었죠. 수퍼센스가 곧 나요, 내가 곧 수퍼센스다, 라는 정신으로 살아야겠다는 결심도 하게 됐고, 내가 지닌 색을 영혼과 함께 내보여야 한다면 꼭 이색이어야겠다 생각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가방 속, 책상 위를 보니 온갖 녹색의 향연이 펼쳐져있는 거예요. 노트, 에어팟 케이스, 맥북 케이스, 가방까지. 운명이려니 받아들였습니다. 보들레르 이후 미술과 시의 연관 관계는 매우 밀접해지기 시작했다고 하니 색과 언어는 뗄 수 없는 상호보완적 관계 아닐까, 싶어요. 수퍼센스 녹색이 지닌 빛깔과 분위기를 늘 인식하면서 말과 글과 디자인을 해야겠다는 다소 독특한(?) 기준이 생긴 셈이에요. 말투와 표현 그리고 문체까지 수퍼센스의 '녹색스러움'을 장착해야겠습니다.


결국, 색을 향했던 이 선택 혹은 결정은 '내 영혼과 맞닿아 있는' 것이었다는 걸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수퍼센스의 녹색이 누군가의 '오감'을 자극하길, 뿐만 아니라 즐거움, 자신감, 흐뭇함 그리고 열렬함의 감정을 불러일으키길 바랍니다. 마음 한 구석 충만해지면서 가슴이 뜨거워지네요.


여러분의 영혼과 감정을 보여주는 색은 어떤 색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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