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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endy An Jul 27. 2023

당신의 커리어는 어디로 가고 있나요?

Supersense Letter 4


커리어의 방향 설정과 성장은 계획이 아닌 '커리어 정체성'의 확립에서 나온다.

세상의 변화가 꽤 빨라요. 팬데믹을 지나 엔데믹에 이르기까지 여러 도전에 직면하고 있죠. 미디어와 정계는 저성장, 고위험 운운하며 개인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고, 그럼에도 여전히 속도에만 치중하다 보니 '번아웃 증후군'이 속출했습니다. QQ(Quiet Qutting, 조용한 퇴사)가 대유행하기도 했고요. 우리는 어떻게 반응하고, 대처해야 할까요?


갑자기 2016년으로 가볼게요. 한창 헤드헌팅 업계에서 '세상의 변화 파악하기'와 '산업군 읽기'에 열을 올리던 때였죠. 일의 근간이 되는 '세상을 보는 관점'을 키우고 싶었습니다. 그러던 와중 (책으로) 만난 사람이 클라우스 슈밥이었어요. 다보스포럼이라 불리는 세계경제포럼의 창시자이자 책 <제4차 산업혁명> 저자 말이죠. 이 책은 세상을(특히, 산업군을) 거시적으로 바라보는 데에 꽤 도움이 됐어요. 그때부터 매년 그만 주시했습니다. 2021년 그는 다보스포럼 연차 총회의 주제를 '위대한 리셋'으로 정했었죠. 그 의미인즉슨 2차 세계대전 이후로 현재에 이르기까지 세상은 '무한의 성장을 전제로 하는 시스템' 하에 있었다는 거예요.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봐도 성장은 '무한'할 수가 없는데 말이죠. 그래서 그는 '리셋'하자, 이제는 '사람들의 행복을 중심으로 한 경제'다,라고 설파했습니다. 이 지적과 비전에 대해 일본 최고의 전략 컨설턴트 야마구치 슈가 그의 책 <비즈니스의 미래>를 통해 낙관적인 희망을 제시했습니다. 우리 사회가 앞으로 지향해야 할 곳이 '침체된 어두운 골짜기'가 아니라 '밝고 바람이 잘 통하는 고원'이다,라는 해석과 함께요. 고원을 이미지로 떠올려보니 산을 오르다 만나는 곳, 사방이 시원하게 뚫려있고, 산들바람도 불어오는 벌판 풍경인 거죠. 산을 혼자 오르지 않았다면 시원한 바람에 함께 감탄하는 장면도 있겠죠? 기분이 좋아지네요.


그는 또한 슈밥이 '자본주의에서 재능주의로의 전환'이라 표현한 것을 아래와 같이 해석해 줬어요.


재능은 바꿔 말하면 '개성'이다. 지금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각자의 충동에 기인해 발휘하는 개성이야말로 사회를 더욱 풍요롭고 활기차게 바꿔 나간다. 그러한 미래를 '재능주의'라고 말한 것이다. 여기서도 또한 한결같이 경제 발전만을 추구할게 아니라 더욱 좋은 사회를 실현하는 데 우리 인간이 지닌 재능과 시간이라는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는 구상이 제시된다.
<비즈니스의 미래>, p.93


너무 반갑지 않나요? 재능이 곧 개성이라니 너무 지당한 말이잖아요!! 전 이 책을 두세 번 탐독하면서 그저 자본주의적 숫자에만 치우친 불안과 공포에 휩쓸리기보다는 세상의 변화를 더 능동적으로, 즐겁게, 나답게 받아들여야겠다, 고 결심했어요. 뿐만 아니라, 수퍼센스 커리어 컨설팅/라이프스타일 컨설팅 서비스 론칭(할 용기)에도 큰 영향을 받았습니다.


스탠퍼드대학교 교육학·심리학 교수 존 크럼볼츠가 '성공한 사람들의 커리어 형성에 계기가 되었던 일의 약 80%가 '우연'에서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밝혀낸 연구가 꽤 오래 회자된 적 있었습니다. 물론 커리어 계획을 체계적으로 세워두었지만 당초 계획이 틀어지면서 다양한 우연들이 겹쳐 결과적으로는 성공하고 인정받았다는 거죠. 이 연구가 주장하는 바는 결국 중장기적 목표 달성에 매진하는 방식이 오히려 더 위험하고, '좋은 우연'을 끌어당기는 것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것인데요. 매우 공감하며 동의합니다.


얼마 전 후배와의 대화에서 제가 건넸던 몇 마디를 옮기는 것으로 오늘 글은 마무리할게요.


(참고로 후배의 질문은 '커리어 컨설팅을 왜 받아야 해?'였습니다. 본질을 물어주어서 고마웠어요. 만남을 뒤로하고 돌아오던 길 제가 했던 말을 두서없이 음성으로 기록했어요. 편안히 이야기를 주고받는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진심과 본질이 흘러나왔던 터라 간직하고 싶었거든요.)


"세상 변화가 진짜 빠르지? 근데, 기술보단 이제 감각의 시대야. 속도를 낼 게 아니라 과녁에 조준을 다시 해야 해. 왜, 활을 여러 번 당겨봐야 내가 원하는 지점에 딱 꽂힐 거 아냐? 그러려면 지금 여기에서의 내 커리어 정체성을 정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어. 소속이나 직무 타이틀에만 얽매일 게 아니라 그 직무를 통해 내가 만드는 ‘가치’와 ‘의미’를 개인적으로 구체화시키는 거지. 너만의 맥락과 킥이 분명 있거든. 누가 언제 물어봐도 툭 나올 수 있게, 그렇게 해보잖아? 그게 결국 내 커리어의 큰 그림을 위한 이정표를 저만치 보이는 곳에 걸어두는 셈인 거야. 경력과 경험을 나노 분자 단위까지 해체하고, 다시 연결하고 조합해 보는 거지. 그리고, 성공과 성장에 대한 정의도 다 달라. 미처 정의 내려본 적 없는 사람들도 꽤 많고. 컨설팅해 보잖아? 많이들 '내 예상과 다르다, 내 커리어가 이렇구나, 다시 보게 됐어요'라고들 반응해. 또는 '제가 이런 일도 할 수 있네요', '이런 역량을 쌓아왔는데 왜 몰랐지...', '경력과 역량에 이름 붙이는 게 어려웠네요', '타이틀만 다르지 제가 하는 일이네요'라고도 하고. 시야가 넓어져. 그 이후로는 더 다양하게, 더 용기 있게 지원들을 하더라고. 내 눈에 안 보이던 게 타인에게는 보이는 거야.

다시 말하면, 사회적 기대나 회사가 정해주는 대로 경력을 쌓기보다는 변화하는 사회문화적 맥락에 맞는, 즉 내 커리어 개발에 필요한 직무와 스킬을 쌓을 수 있는 환경을 직접 찾기 위해서야. 기업 규모와 연봉 인상이 늘 정답은 아니야. 세상은 최고만을 원하는 듯 보이지만 상당수 the right person을 원해. 기회를 잘 읽어야 해. 내 경력도 잘 읽어야 해. 정확하게, 전략적으로, 틈새를 주시하자는 거지."


p.s.

그래서 이거 하나만 기억하자는 거죠. '내 커리어의 의미 및 가치를 구체화해 정체성을 확립하고, 내 커리어가 나아가야 할 곳이 어딘지 그 방향성을 찾는다면, 좋은 우연을 불러일으킬 준비'가 됐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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