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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endy An Aug 03. 2023

극복하지 말고 '통과'하세요.

Supersense Letter 5

여러분은 10년을 주기로 스스로를 거침없이 재구축해야 합니다.
숫자가 바뀔 때마다 안주하지 말고, 위험을 무릅써도 됩니다.
자기로 사는 편안함과 자기일 수밖에 없는 불편함을 인지해야 '나'로 살 수 있어요.

- 책 <위대한 대화> 속 프랑스 작가 파스칼 브뤼크네르 인터뷰 '사는 건 사랑하는 일입니다' 중에서 -


최근 한 달간은 커리어 컨설팅을 통해 10년 차 즈음의 경력자 분들을 제법 만났습니다. 저도 어느새 15년 차를 지나가고 있네요(비즈니스로는 신생아...). 그래서인지 10년 차 언저리 경력자 분들에게 사심이 좀 가득합니다. 이유인즉슨, 그 시점에 가졌던 무게감과 일종의 부담감, 새롭게 찾아든 혼돈을 여전히 기억해서랄까요? 우선 여기까지 달려오시느라 정말 고생 많았다고 무조건적인 격려를 건네고 싶어요. 얼마나 힘들었냐며 토닥이고도 싶고요. 일과 삶이란 게 가끔 행복하고 대체로 힘들잖아요? 그런데 그 일을 10년 정도 해왔다면 나이, 성별, 배경, 직업 불문 정말 수고한 거니까요. 그리고 숨 한 번 고른 뒤 다시 전진해야 하는 그 여정에 진심 어린 응원을 보냅니다. 오늘은 두 가지 이야기를 한 데 그러모아 마치 러브레터 보내듯 전해보렵니다(오겡끼데스까?).

 

하나, 면접에서 탈락한 건 '실패'가 아니다.

이직은 매우 피곤한 일입니다. 얼마간 시간과 에너지를 제법 할애하니까요. 그런 데다가 탈출의 욕망과 투자에 대한 보상 심리가 계속 따라다니죠. 경력과 역량에 어느 정도 자신 있으니 승률도 높게 계산해 둡니다. 그런데 며칠, 몇 주 간격으로 탈락 통보가 와요. 서류 탈락은 '그래 됐다, 인연이 아닌가 보네'하며 조금은 빠르게 털어버릴 수 있지만 면접 탈락은 타격감이 적잖습니다. 의기소침해지기도 하고 환승 이직이 아니라면 between jobs 기간이 길어지는 것도 꽤 스트레스고요. 그런데 이 모든 게 수개월 내로 지나가는 일일 뿐 커리어 생애주기 전반으로 볼 때 큰 의미를 갖진 않아요. 안 힘들다는 게 아니에요. 변화와 도전을 위해, 새로운 환경과 관계를 위해, 유의미한 탈출을 위해 밟고 있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는 거죠.


안팎에서 경력직 채용을 다년 간 해보니 '탈락'의 사유는 대체로 이렇게 추려져요. 첫째, 이력서 및 포트폴리오에서 이미 '저 자신 없어요'라고 말하고 있는 거예요. 스펙과 무관해요. 놀랍게도 수동적인 마음 상태나 자신감이 저하된 듯한 분위기가 서류 전반에서 드러납니다. 입체감 없이 다소 밋밋하고 핵심 없이 내용만 길게 나열돼 있는 거죠. 다연차 경력자들의 경력기술엔 중요도와 우선순위의 하모니, 즉 강약중강약 리듬감이 있어야 해요. 성과는 어떤 핵심 역량 및 어떤 업무와 연결되는지 제시하되 모든 걸 말하지 않고 여운을 남겨야 해요. 호기심을 자아내 질문하고 싶게 만드는, 만나서 더 자세히 듣고 싶은 여운이요.  


둘째, 조직의 일하는 분위기나 인재상과 맞지 않는 거예요. 경력자의 경우 웬만하면 고유의 스타일이나 신념이 면접에서 드러나거든요. 경력과 역량을 바잉 하고 싶지만 자리 잡은 조직 문화나 분위기를 우선시하는 기업이라면 쓰라린 포기를 하는 거죠. 결정권자들 누군가가 꼭 반대를 하고 나서기도 합니다.


셋째, 첫 번째와는 반대로 화려한(?) 이력서와는 사뭇 다른 모습으로 면접을 치른 경우죠. 스스로 '내 경력이 이 포지션에 왜 적합한가'에 대한 상(image)을 그려보지 않았거나, 당연히 나를 뽑겠지라며 자만했거나, 지원한 기업에 별로 애정이 없거나 등등의 이유를 들 수 있겠습니다. 그러니 태도는 말과 몸짓에서 드러나고, 발언도 질문도 불충분하니 면접이 매끄럽게 흘러가지 않습니다. 100% 대화의 상호작용으로 채워지는 시간인데 끝날 시간만 카운트하며 어색한 공기로 채워질 테니까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첫 번째의 이유라면 마인드부터 다시 세팅하세요. 이력서 전반에, 행간에 다 반영된다는 것 잊지 마시고요. 두 번째는 '나와 맞지 않는 곳'의 목록으로 작성해 두세요. '맞는 곳'의 목록이 더 뾰족해질 수 있겠죠. 세 번째 이유라면 촘촘하고 밀도 있게 면접을 준비하세요. 기간을 1-2주 설정해 두고 태도를 점검하고 다양한 출처를 통해 지원하는 기업 및 포지션의 정보를 수집하고 소화시켜 보는 거죠. 내 경력 전체를 아우르는 핵심 키워드를 뽑아보고 그 키워드만으로도 스토리텔링을 할 수 있게 에피소드와 여정 및 성과를 정리해 보세요. 면접 탈락은 그저 타이밍이 어긋난 일, 인연이 닿지 않은 일일 뿐이에요. 결코 '실패'라는 태그를 붙이지 마세요. 옳지 않아요, 거창하고요.

(나는 첫째/둘째/셋째 다 혼자 못하겠다, 힘들다, 해봤지만 잘 안 된다? 그럼 수퍼센스를 찾으셔야죠, 데헷.)


둘, 극복하지 말고 '통과'하세요.

경영사상가 사이먼 시넥은 '22년 그의 저서 <인피니트 게임>을 통해 '무한게임을 해야 더 단단한 플레이어가 됩니다'라며 무한게임 세계관을 설파했어요. 승패위주의 단기 게임이 아니라 '지속할 수 있는' 무한 게임을 하라는 거죠. 이직을 하든 안 하든 우리는 연차가 쌓이면 시니어로 불리고, 가까운 미래엔 리더가 돼야 해요. 열심히 달려왔는데 10년 만에 (또) '혼돈'이 찾아옵니다. 이전과는 다른 종류의 혼돈이죠. 내가 쌓아온 역량만으로는 일이 풀리지 않는 경우가 왕왕 생기고, 관계의 어려움도 나를 옥죄어 옵니다. 다 잘해야 할 것만 같아 '다 잘하고 싶다'는 잘못된 욕망에 계속 먹이를 줘요. 다시 승패위주의 유한게임에 빠지게 되어 금세 탈진합니다.


그럼, 어떻게 하라는 말인가? 사이먼 시넥은 서로가 서로를 보살펴야 기업이 고객을 잘 보살핀다고 말해요. 디지털 세계의 구루 개리 베이너척은 수년 간 링크드인에서 매일같이 'Be kind'를 외쳐요. <다정함의 과학> 저자인 의사 켈리 하딩은 회사 내 인사 지침을 모두 지워버리고 그냥 '서로에게 친절하자'로 바꾸자며 다정하게 제안했어요. 안전하다고 느낄 때 인간은 더 창의력을 발휘한다는 연구 결과도 덧붙이면서요. 컨설팅을 하면서 무엇보다도 제 지난날들에 대한 반추를 자주 하게 됐어요. '나 자신에게 이토록 불친절했나'라고 되뇌며 열심히 반성 했고요. 모든 일을 '극복'하고 '이겨내야 할' 것들로 바라봤던 거예요. 혼돈과 변화의 소용돌이는 어느 시점이면 누구에게나 그저 찾아오는 일이고, 극복해야 할 게 아닌 '통과'하면 될 일이었던 거죠.


며칠 전 컨설팅을 마치며 제가 직접 건넸던 말로 저도 감히 이 거인들의 어깨에 올라타 덧붙여 볼게요. '스스로에게 먼저 다정해지세요. 친절을 베푸세요.', 그리고 '극복하지 말고 통과하세요'. 통과 의례라고 생각하며 지나 보세요. 10년 경력 이후로 펼쳐질 조금은 다를 세상을 열린 마음으로 맞이해 봅시다. 나에게 다정해지잖아요? 정말 새로운 세상이 열려요. You gotta trust me on this on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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