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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endy An Aug 10. 2023

"그래서, 팀장님께 물어봤나요?"

Supersense Letter 6

믿기지 않겠지만, 인간이 지닌
최고의 탁월함은
자기 자신과 타인에게 질문하는 능력이다.
- 소크라테스 -


질문의 힘을 믿나요?

질문의 힘을 체험해 본 적은요?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답해보는 시간을 얼마나 자주 갖나요?

누군가가 건넨 질문 한마디가 삶에 긴 여운을 남긴 적 있나요?


질문 공세로 시작하네요. 실은 공세가 아닌 다정한 넛지랄까요? :) 오늘은 스타트업에서 HR로 일했던 때의 에피소드를 토대로 질문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HR로서, 채용 담당자로서 일해온 시간을 돌아보면 하루가 온통 '질문'으로만 채워진 듯한 날들이 많았습니다. 온갖 미팅과 소통의 장에서 개인, 팀 및 외부 인재들을 상대하다 보니 '질문' 없이는 커뮤니케이션이 불가능했죠. 그랬기에 미팅이나 면접이나 소통의 준비는 철저하게 '질문'에서 시작했고 '질문'으로 마쳤습니다. 질문이 왜 그렇게 중요할까요?


올해 초 재계약 시즌이었어요. 사내 연구소 연구원들, 개발팀 개발자들, B2B팀 영업/제휴 담당자들, 마케터들 등 재계약 대상자들인 구성원들과 한 명 당 두 차례 이상 면담을 가졌습니다. 양쪽 모두에게 제법 불편하고도 어려운 일이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순간이 꽤 좋았던 데다가 소중했어요. 이유인즉슨, 그 만남과 대화를 계기로 한 명 한 명의 면면에 대해서 더 잘 알게 되었기 때문이죠. 아울러, 갈등으로 치달을 수도 있었던 상황을 결국 서로가 함께 노력한 덕분에 생산적이고도 다정한 시간이 될 수 있었고요.


각각의 모양과 이유로 모든 만남이 충만했지만 그중 잊을 수 없는 한 만남이 있었습니다. 개발팀의 서버 개발자님과의 면담이었어요. 편의상 그를 J라 칭해볼게요. J님은 늘 조용하고 차분하게 회사 생활을 했고, 팀내외 활발한 소통을 하는 듯 보이진 않았지만 묵묵히 늘 자신의 자리를 잘 지키는, 성실한 인상을 주는 분이었습니다. 몇 차례 짧은 대화를 나눈 적 있지만 그저 HR로서 건네는 '잘 지내세요?', '링크드인에서 늘 좋아요 해주셔서 감사해요!' 등의 독백(?)이 전부였습니다. 드디어 재계약 면담으로 만났습니다. 면담의 성격에 맞게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갔죠. 회사가 제안한 조건에 대해 단번에 예스! 를 건네주신 덕분에 시원하게 악수하고 면담을 끝마치려던 참이었습니다. 그런데 진짜 대화(?)는 그 직후부터였어요. J님이 어떻게 일하고 있고, 어떤 공부를 하고 있고, 팀내외 관계는 어떠하고 등 본인의 이야기를 시작했기 때문이죠. 나름 경청을 하던 와중 어떤 한마디가 제 뇌리에 꽂혔고, 놓칠세라 순식간에 질문 공세를 그에게 퍼부었습니다. 첫 질문이 바로 "아, 그렇군요. 그런데, 팀장님께는 물어보셨나요?"였어요.

전후좌우는 이러했습니다. 그러니까 J님은 개발팀에서 서버 개발자로 열심히 일하고 있었지만 실질적인 관심사는 ‘매니지먼트'였다는 거죠.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팀 매니지먼트, 피플 매니지먼트에 관심이 있는 잠재적 리더였던 겁니다. 당시 개발팀은 팀장 외 시니어가 한 분 계셨지만 결국은 파트장이 필요할 수밖에 없는 구조와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J님에게 물었죠. 팀장님인 리더는 당신의 이런 니즈와 목표를 알고 계신 거냐, 앞으로 계획은 무엇이냐,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느냐고요. 그는 구체적인 답변을 건네진 않았지만 분명 눈빛으로 말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어요. 질문에 공명하는 듯한 표정이었거든요. J님은 바로 팀장님께 물었다고 합니다. 파트장의 필요와 가능성과 누구를 염두에 두고 있는지 그리고 '저는 어떨까요?'라는 것까지.


얼마 후 그의 별명(?)은 '파트장님'이 되어있었고 동료들은 장난스레 그를 그렇게 부르곤 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팀장님께 물었고, 전했고, 잠재적 파트장으로 이미 포지셔닝된 채로 더 열심히 일했다는 거죠. 정말로, 진심으로, 어느 때부턴가 J님은 달라 보였습니다. 그에게서 풍겨 나는 오라(aura)였겠지요? 달라진 마음가짐이 분명 태도와 몸짓에 영향을 주었을 테니까요. J님은 적시에 물었고, 반응했고, 무엇보다도 준비돼 있었습니다. 그런데 스스로도 얼마간은 몰랐던 거죠. 한마디의 질문으로 가능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는 걸요. 준비돼 있었고, 평소에 성실했던 것이 본질이자 핵심인 게 당연하지만 묻지 않으면 갈 수 없었던 길이었어요. 말하지 않고, 묻지 않으면 (아무리 준비돼있다한들) 아무도 모르니까요.


지난 5월 중순경 J님과 함께 식사를 하며 그때의 이야기를 이어서 나누었습니다. 재계약 면담 때 제가 건넨 질문 한마디가 너무 고마웠다며 감사 인사를 건네왔습니다. 황송하게도 '제 인생을 바꿔주신 한마디의 질문이었어요'라는 말과 함께요. 진심이 느껴져 정말 뿌듯했고 고마웠습니다. 면담을 마칠 때즈음 매니지먼트/리더십 책을 몇 권 읽으시라,라고 권하기도 했었는데 바로 실천하셨다고 하더군요. 퇴사를 앞두고 정말 큰 선물을 받은 것 같았어요. J님의 행보가 무척 기대됩니다.


저의 한마디 질문은 다시 그의 질문으로 이어졌고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냈습니다. 누구의 질문 먼저랄 것 없이 한 번의 질문이 이루어낸 쾌거예요. 전 그렇게 믿습니다. 이런 게 바로 질문이 가진 힘이라는 거죠. 먼저 스스로에게 꼭 물어보세요.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무엇을 할 계획인지 말이죠. 그러고 나서 적임자에게 적시에 꼭 질문하세요. 원하는 결과를 얻었다면 또다시 질문으로 다음 스텝을 시작해 보세요. 우리 함께 '질문'하며 성장합시다. So, do you have any questions?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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