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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endy An Jan 18. 2018

무엇이든, (일단) 쓰게됐다

책 '무엇이든 쓰게된다'를 읽고


김중혁 소설가의 산문 <무엇이든 쓰게된다>를 샀다. 질문하는 책들 그리고 팟캐스트 빨간책방으로 꽤 관심갖게 된 소설가다. 아직 그의 소설을 읽고 싶었던 적은 없지만..


책의 초반부에서 (여유로운 공간적 구성에도 불구) 살짝 지루하기도 하고 가벼워 보이기도 해서 읽다가는 며칠 덮어두었었다. 그러다 재택근무하던 날(그러니까 오늘), 애매하게 잠이 오는 오후에 귀찮지만 정성스레 커피를 내려와 서재방 책상 왼쪽 구석을 문득 바라보며 앉는데, 이 책이 보였던 것. 마치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아주 어색 창연 뻘쭘하게 인사를 건네오듯이. 


첫 번째는 일이 하기 싫어서였을테지만, 아무튼간에 북마크가 끼워져 있는 페이지를 펼쳤다. 실전글쓰기의 초반부였다. 곁눈질 하듯 몇 페이지를 읽다가 그만 자세를 다듬고 계속 읽어버렸다. 일 할 시간에 일 안하고 읽어서 꿀맛이 나는 건지, 애초에 이책의 가치를 못알아챈건지 잘은 모르겠지만 갈수록 재밌게 진지하고, 공감되고, 깊어졌다. 깊은, 그리고 의미 가득한 문장과 문단 속에서 그의 재치가 빛을 발했다. 간결하지만 친절하고 따뜻한 격려가 깃든 메시지들에 사로잡혀버렸다. 


소설가 김중혁을 조금 더 알게되는 듯했고, 뭔지 모를 끌림과 의무감에 평생 사로잡혀 글을 쓰며 사는 이가 되고 싶지만 허우적대기만 하는 나를 객관적으로 마주할 수 있는 기회를 안겨다줄것만 같아 설레기까지 했다. 아직 마지막장인 5장을 남겨두고(아껴두고) 있지만 결국 그의 바람대로(?), 책의 제목대로 돼버렸다. 이렇게 나는 무엇이든 쓰게되었다.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 밑줄의 영역들만 다시 읽으며 형광색 포스트잇을 마구 붙여둔 건 또 어떻고...

더 놀라운 건 이제 무언가를 '그려보고' 싶다는 거다. 이책, 뭐지...?! 나를 움직이게 하는 이 책... 

큰일났다. 가슴이 두근거린다. 


결국, 그렸다...하아......


이 책의 모든 여정을 마치게 되면 또 어떤 글을 끄적이게 될까? 

Writing must go 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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