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천년만년 사는 문어

우리 집에 사는 그 문어

by 메이

천년만년 사는 문어가 있다.

아니 곧 그리 될 운명의 문어가 있다.


나는 바다내음이 나풀거리는 곳에서 태어났지만 기꺼이 바다를 보러 가지는 않았다.

시골의 나름 시내(?) 주변만 빙빙 돌며 유년기를 보냈고 가까이 있는 바다를 적잖이 등한시했다.

그래서인가 내가 바다사람인 것도 잊고 지낸다.

그래서인가 해산물의 비릿한 내음조차도 친한 느낌이 아니다.


그런 나에게 요즘 문어가 찾아왔다.

내 인생 처음으로 문어와 이다지도 가깝게 눈을 마주했다. 이런.. 큰일이다.

선홍빛 발그레해진 잘 익혀진 뽀독한 문어를 몇 번 질겅거리며 씹어 삼켜 본 적은 있어도 이 녀석을 내가 처리해야 할 상황에 마주한 건 처음이다.


난 16년 차 주부이자 엄살쟁이 두 아이 엄마다.

생물을 몹시도 싫어하고 생선 비닐하나 제거할 때 내 몸에 가시를 세우다 싱크대 저만치 내 팽개치는 그런 가짜 주부다.

난 주부라는 틀을 쓰고 산다.


반대편에 사는 애들 아빠는 참으로 친절한 사람이다.

아이들에게 제철에 나는 이것저것들을 맛보게 하고 싶은 사람이다.

내가 이다지도 주부 엄살쟁이인 건 수십 년이 지나도 모를 사람이다.


그가 보내온 친절한 문어와

그렇게 대면식을 했다.

죽어서도 한이 있는 문어는 땡그래진 눈으로 나를 째려본다. 강렬한 인상

흐들흐들 일그러진 몸통마저도 나를 째려보는 듯하다. 징글대는 인상

난 이내 일회용 비닐에 그를 꽁꽁 처넣어 이처럼 빠를 수 없는 초인적 스피드로 감금시켜 버렸다.


나만 평안해진 마음으로 너를 그렇게 차디찬 냉동실에 안치했다.

이제 너는 천년만년 고이 안치당해 사는 문어가 된다.

나는 너를 만년 후에나 마주 할 생각이다.

문어 그리 잠들다. 깨어나지 못하고 잠들다.


안 비밀이지만 나의 안치실에는 다른 그의 친구들이 있다.

몸통을 잃어버린 홍게다리들과 뜯기다 만 비닐을 움켜쥔 채 안치당한 조기들

외롭지는 않을 테니 안심이다.


내 마음이 해동되는 날

너희들이 해방되는 날


유치한 내 글에 웃음 나오는 날

누군가는 내 글에 피식 웃었으면 하는 날


덧) '천년만년' 이라는 저를 웃게했던 단어를 던져주신 애정하는 친구님께 감사합니다.

'천년만년' 애정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