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군위 돈까스 일번지 “수복식당”

군위여행 -2-

by 처루씨

개인적인 일정이 있어, 아내와 함께 군위로 향했다.

예전에는 경상북도 군위군 군위읍이었는데, 오늘은 대구광역시 군위군 군위읍이었다.

우리는 한 시간을 차로 달려 군위 읍내에 도착했다.


읍내에는 군위생활문화센터라는 문화시설이 있다.

옛 군위중학교 교사동 일부를 군위 군민들을 위한 시설로 리모델링한 공간이라고 하는데,

오늘은 이곳에서 잠시 개인 일정을 보기로 하였다.


볼일을 보고 나오면서 계단과 복도에 전시되어 있는 사진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여태 문화센터에서 운영했던 다양한 프로그램의 사진이었는데, 짤막하게 설명이 있어 이해하기 쉬웠다.


이 작은 동네에도 사람들은 문화를 누리고 향유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문화센터를 지나 아내가 추천해 준 군위의 돈까스 맛집 ‘수복식당’으로 향했다.

식당 입구에 도착하니 간판에는 전통맛집 ‘수복식당’이라고 적혀 있었다. 분명히 돈까스 맛집이라고 했는데 마음이 심히 혼란스러웠다.

[대구광역시 군위군 군위읍 돈까스 맛집 '수복식당' 정문]

간신히 문을 열고 식당에 들어서니 더 혼란스러웠다. 식당에는 테이블 두 개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는데 그것도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앉아있어 어디서 식사를 해야 하나 잠시 고민을 했다. 아내와 내가 잠시 머뭇거리는 동안 사장으로 보이는 이가 우리를 자리로 안내해 주었다.

직원들이 쉬고 있는 테이블 너머 미닫이문을 여니 많은 사람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밥은 여기서 먹으면 되겠구나 하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한쪽 벽면에 걸려있는 메뉴를 바라보았는데 이내 또 어지러웠다. 이 집은 소불고기 전골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이었다. 하지만 역시 돈까스가 있었다. 메인메뉴 보다 작은 글씨로 별미 돈까스 9,000원이라고 적혀있었다.


사람들이 무엇을 먹고 있는지 빠르게 관찰했다. 가족 단위로 온 객들은 전골을 위주로 먹고 있었으며, 어린아이들은 돈까스를 야무지게 썰고 있었다. 소불고기 전골이 메인이고 어른들과 같이 오는 아이들을 위하여 돈까스를 별미로 마련해 두었는데, 그 돈까스가 맛있어서 소문이 난 듯했다. 나는 어린아이가 아니지만, 돈까스 전문가를 꿈꾸는 작가 지망생인 만큼 선택지는 오직 하나뿐이었다.

“사장님 돈까스 두 개 주십시오.”


아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기다리고 있는데, 금방 돈까스가 나왔다.

미리 튀겨둔 고기에 소스만 얹혀서 나왔나 싶어 실망을 했지만, 한낱 기우였다.

[대구광역시 군위군 군위읍 돈까스 맛집 '수복식당'의 별미 돈까스]


“맛있네”


나는 돈까스를 먹기 전, 특히 오늘과 같이 요즘은 보기 힘든 경양식 돈까스를 먹기 전에는 반드시 소스부터 먹어본다. 소스를 한입 먹은 후 고기를 자르면서 고기의 질감과 두께를 가늠한다.


‘수복식당’의 별미 돈까스의 소스는 처음 느껴본 맛이었다.

시중에서 파는 소스 같으면서도 자극적이지 않은 맛에 분명히 차이가 있었다.


소스를 먹어봤으니, 이제 고기와 함께 먹어볼 차례였다. 고기를 썰었는데 질기지 않고 잘 썰렸다.


나의 돈까스 개똥철학 중 특별한 것이 또 하나 있는데, 오직 숟가락 하나로만 돈까스를 먹는 것이다. 좋은 돈까스는 칼과 포크가 필요하지 않다. 숟가락 하나만으로도 먹을 수 있는 돈까스가 좋은 고기를 사용한 훌륭한 돈까스라고 생각한다. 오늘은 숟가락이 없어 어쩔 수 없이 포크와 나이프를 사용했지만, 그래도 훌륭했다.


그리고 요새 유행하는 돈까스 두께에 비해 두툼하지 않았지만, 경양식 돈까스에 이 정도 두께면 충분했다.

[대구광역시 군위군 군위읍 돈까스 맛집 '수복식당'의 돈까스 두께]

먹기 좋게 한입 조각으로 썬 돈까스를 입에 욱여넣었다. 확실히 좋은 고기를 사용했고, 식당에서 직접 만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중에서 파는 냉동 돈까스를 사용하는 식당은 아무리 잘 튀겨도 겉과 속이 바삭하게 부서지는데, ‘수복식당’의 별미 돈까스는 겉은 바삭하게 속은 부드럽게 입에서 부서지기 시작했다.

고기와 소스를 같이 먹으니 소스의 정체를 조금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소스에서 풍기는 향과 맛에는 수프가 담겨있었다. 보통 경양식 돈까스하면 식전에 나오는 수프를 같이 생각하는데, ‘수복식당’의 별미에는 수프 없이 홀로 돈까스만 나온 점으로 보아 소스에 수프가 들어갔으리라 생각했다.

이제 얄팍한 분석도 끝났겠다. 즐겁게 식사를 마무리하는 일만 남았다. 아내의 마지막 조각까지 몰래 해치우고 당당하게 계산을 하면서, 조용히 식당 내부를 둘러보았다. 역시나 고기는 식당에서 직접 만들고 있었다.

얇게 핀 고기와 빵가루가 직원 테이블에 놓여 있었다.


식당밖으로 나와 차로 걸어가며, 주객전도라는 말을 떠올렸다.

소불고기 전골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이었는데, 돈까스만 먹고 나오니 아쉬워서일까?

다음에는 소불고기 전골과 돈까스를 같이 먹어봐야 될 것 같다.

* 돈가스가 올바른 표현이나, 정감 혹은 익숙한 감정을 살리기 위하여 돈까스로 표현하였습니다.


- 2025년 설을 앞두고 방문한 군위에서 처루씨 -

keyword
작가의 이전글수상한 그곳, 어슬렁 대추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