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낚지 않았지만, 평안했습니다.

경북 감포에서 낚시한 썰

by 워리치

31도. 6월 초라고 하기엔 덥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땀을 식혀줬지만, 그 순간뿐이었다. 지구의 온도가 1도 올라간 걸까? 에어비앤비에서 빌린 작은 어촌 마을의 하얀 집. 의도하지 않았지만, 집 앞의 작은 어항은 낚시 포인트였다. 쿠팡에서 삼만 원에 구입한 낚싯대는 그럴듯해 보였지만, 포장지에서 풍겨오는 불쾌한 냄새가 싸구려의 느낌을 들게 했다. 초보치고는 이것도 감지덕지. 줄을 거느라 시간이 다소 지체됐지만, 눈곱도 떼지 않은 채 터벅터벅 밖으로 나갔다.


7시. 6월의 태양은 이미 한참 전에 깨어 있었고, 가끔씩 파도 때문에 작은 고깃배가 ‘찌그덕’ 하고 부두에 부딪힌다. 평화롭다. 저녁에 항구에 묶여 있던 배들 중 일부는 마도로스와 함께 바다로 나갔는지 몇 군데가 비어 있다. 한 발짝 내디디면 작은 배 위로 점프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사유재산 침범인가? 이내 단념한다. 슬쩍 내려다본 바닷물은, 뭐랄까… 깨끗한데 더럽다. 투명해서 바다 밑까지 훤히 보이지만, 수면에는 배에서 나온 기름과 각종 생활 쓰레기들이 둥둥 떠다닌다. 투명한 바닷속에는 제법 커다란 물고기들이 떼 지어 다닌다. 진짜 포인트였다.


일단 낚싯대를 드리웠다. 멀리 던지지 못하고 솔솔 바로 앞에 내렸다. 고등어처럼 생긴 물고기들이 시속 80km로 움직인다. 낚싯바늘에 어설프게 걸린 새우를 그냥 지나친다. 눈치챈 건가? 이 정도로는 어림없는 건가? 목이 늘어나고, 고추장이 묻은 흰 티셔츠, 바지 잠옷, 아무렇게나 뻗친 머리카락, 얼굴에 침 자국, 삼만 원짜리 낚싯대. 순간 이곳이 낚시 포인트라는 걸 잊었다. 번쩍이고 긴 낚싯대, 편광 선글라스와 모자, 그리고 멋진 조끼를 입은 건장한 아저씨들이 주기적으로 이곳을 지나간다. 하필 포인트 초입이라, 아저씨들이 지나가며 슬쩍 본다. 나 한 번, 물속 한 번.


나처럼 어설픈 물고기들이 가끔씩 찾아와 툭툭 치기도 했다. 그러고는 휙 떠난다. 미끼가 문제인가? 장비가 문제인가? 아니면 사람이 문제인가? 괜히 낚싯대를 한 번 감았다가 다시 던져본다. 물고기는 여전히 거침없이 지나가고, 시간도 거침없다. 먼바다로 시선을 돌린다. 작은 어촌에서의 시간. 나는 이곳에서 무엇을 낚아야만 하는 걸까?


휴식을 위해 이곳으로 왔는데, 몇 달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다. 아무것도 얻지 못했는데, 왜 마음은 평안하지? 취하려고, 얻으려고, 효율적으로 생산적으로 머리를 굴려 얻어내어도, 더, 더, 더… 왜 나의 일상은 뭔가 얻지 못하면 실패자가 되버릴 것만 같았다. 3일 동안 아무것도 낚지 못했다. 그저 낚싯대를 드리우고, 비켜가는 물고기를 바라보며 느꼈다. 그날의 기온과 바다 내음, 그리고 조용한 소리… 아무것도 얻어가지 못했지만 비워지지 않았다. 오히려 평안함으로 가득 채워졌다.


일상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바다에서 얻은 걸 하나 발견했다. 6월의 뜨거운 태양 아래 정직하게 낚싯대를 잡고 있었던 팔과 목은 발갛게 타 있었다. 불그스름한 목과 팔, 따끔따끔하다.


매거진의 이전글쿡쿡 찌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