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 뒤에 숨어있는 '운'의 평균 회귀의 법칙
2년 전, 대기업 부장인 아내는 그야말로 대박을 터뜨렸다. 발굴한 아이디어가 대형 프로젝트로 연결되었고, 임원진의 주목을 받았다. 수많은 공식 석상에서 성과를 발표했고, 상도 받고 인정도 받았다. 1년 동안 핵심 과제로 주목받으며 그녀의 이름은 조직 안팎에 널리 알려졌다. 과정은 힘들었지만, 기대 이상의 성과와 일에 대한 자부심으로 한 해를 채웠다.
"여보, 올해는 정말 힘드네. 내가 만든 프로젝트에 아무도 관심이 없어."
그로부터 1년 후, 활짝 빛나던 그녀의 모습은 사라졌다. 프로젝트는 종료됐고, 새로운 아이디어들은 주목받지 못했다. 아이디어 단계에서 무산되거나 기획 도중 사라지는 일들이 반복되자, 그녀는 점점 지쳐갔다. 과연 그녀를 힘들게 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다른 사례를 하나 더 살펴보자.
손흥민 선수는 한 때 프리미어리그에서 23골을 기록하며 득점왕에 올랐다. 아시아 선수 최초의 기록이었다. 언론은 다음 시즌에도 그의 활약을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다음해 시즌 성적은 10골에 그쳤다. 부상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전년도 득점왕으로서는 아쉬운 성적이었다. 무엇이 손흥민의 기록을 떨어뜨린 걸까.
우리는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사건들을 자주 원인과 결과로 연결 짓는다. 어떤 사건이 작년에 큰 성과를 안겨주었다고 해서, 올해도 같은 결과를 낳을 것이라 기대한다. 하지만 작년의 사건은 작년으로 끝났다. 올해는 전혀 다른 조건과 맥락 속에서 벌어진다.
물론 이전의 성과가 실력을 향상시켜 더 나은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성과는 그렇지 않다. 성공은 변동성이 낮은 '실력'과 변동성이 큰 '운'이 함께 작용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다르게 말하면, 실력은 누적되지만 운은 평균으로 돌아간다. 실력은 축적의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지만, 운은 그렇지 않다. 운은 통계의 영역이다. 로또처럼 당첨되거나 그렇지 않을 뿐이다.
행동경제학자 대니얼 카너먼은 그의 저서 <생각에 관한 생각>에서 우연과 실력을 자주 혼동한다고 지적했다. 우리는 성과가 좋았던 이유를 실력으로 과대평가하고, 성과가 나빴던 이유를 외부 요인으로 돌린다.
아내의 프로젝트도 마찬가지였을지 모른다. 2년 전의 성과는 우연히 회사의 방향성과 정확히 맞아 떨어져서 '운'의 비중이 더 컸을 가능성이 크다. 그 덕분에 큰 성과를 냈고, 실력도 일부 축적됐다. 하지만 올해의 프로젝트는 회사가 추구하는 방향과 어긋났을 수 있다. 누적된 실력만으로는 큰 '운'을 대신하기엔 역부족이었을 것이다.
득점왕의 기록 역시 마찬가지다. 매 시즌 '0골'에서 다시 시작하는 선수의 성적은 실력보다 운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한 해 성적이 좋았다면, 그때뿐일 가능성이 크다. 운은 계속해서 평균으로 돌아가려 하고, 성적은 최고의 성적을 낸 해보다 낮아질 확률이 높다. 이것이 현실적인 추측이다. 이런 현상을 '평균 회귀의 법칙'이라고 말한다.
직장인은 그들의 시간 절반 이상을 회사에서 보낸다. 회사는 매년 평가를 하고 숫자로 줄을 세운다. 그 평가에는 개인의 누적된 실력과 조직의 방향, 시장 타이밍, 상사의 관심과 같은 '운'의 영역까지 뒤섞인 결과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 모든 것을 너무 쉽게 '실력'이라고 부르지 않을까. 운의 '평균 회귀'으로 인해 우리는 좌절과 자신감 과잉 사이에서 왔다갔다 한다.
자수성가한 사업가들이 성공의 이유로 '운이 좋았다'고 말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자본주의에서 성공은 돈과 직결되고, 돈은 누적된다. 회사원이나 운동선수의 성과가 매년 리셋되는 것과 달리, 한 번의 큰 운으로 얻은 자본은 이후 성장의 토대가 된다.
그렇다면 실력보다 운이 중요하다면, 우리는 운만 기다리면 될까. 여기서도 사업가들의 공통점이 힌트를 준다. 그들은 수많은 실패를 경험했다. 실패했지만 포기하지 않았고, 실패를 바탕으로 계속 시도했다. 평균적인 운이 작용하는 환경에서 실력을 누적하며, '상당한 운'이 올 때까지 버텼다.
나는 평균 회귀라는 개념을 떠올리며 아내에게 이렇게 말했다.
"작년에 잘됐으면, 올해는 안 될 수도 있어. 그게 세상의 평균이야. 작년엔 모든 게 잘 맞아떨어졌을 뿐이고, 올해는 그저 평균으로 돌아온 걸지도 몰라. 이럴 때 조용히 실력을 쌓는 것도 나쁘지 않아."
아내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뭐야? 내 평균이 낮다는 거야?"
누군가에게 하는 조언은, 참 내 마음 같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