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영끌부부로 살 수 있을까.

by 엄작

“결혼? 그게 가능은 해?”

서른 즈음의 그들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스스로를 부른다. “영끌부부.”


환율은 치솟고, 집값은 꿈도 못 꿀 수준, 대출 이자는 상상 초월이다.

부모님 도움 없이 서울에 집을 구한다는 건 그냥 판타지일 뿐.

그럼에도 둘은 결혼을 결심했다.

“방법은 있겠지. 우리도 어떻게든 해낼 수 있어.” 하지만 결혼 준비를 시작하면서

그 믿음은 금세 무너졌다.

“우리 너무 다른 세상에 사는 거 아냐?”싸움 아닌 싸움이 반복됐다.

결혼은 사랑만으로는 부족했다.


“여기 정도면 됐잖아. 왜 더 큰 집을 고집하는 거야?”

경기도 신축 빌라를 둘러본 날, 그는 마음에 들어했지만 그녀는 미간을 찌푸렸다.

“여기서 평생 살 거 아니잖아. 조금만 더 쓰면 서울 가까운 데로 갈 수 있을 텐데!”

“그럼 대출을 더 받아야지. 너 그거 감당할 수 있겠어?”

“지금 아니면 영영 서울에 집 못 구해.”

그는 현실적인 선택을, 그녀는 미래를 위한 투자를 주장했다.


그날 이후 둘 사이엔 긴 침묵만 흘렀다.

결혼식 준비도 만만치 않았다.

“결혼식은 작게 하자고 했잖아. 플래너는 왜 만나?”

“작게 한다고 아무렇게나 하겠다는 건 아니잖아.”

“그럼 그 돈은 어디서 나는데? 그 돈이면 가구라도 하나 더 사자.”

결혼은 설렘보다는 현실적인 문제로 가득했다.

싸움은 사소한 것 같으면서도 깊은 균열을 남겼다.

어느 날, 그는 퇴근길에 작은 카페에 들러 커피 두 잔을 사 들었다.

그녀가 퇴근할 시간, 회사 앞에서 기다렸다.

“왜 안 들어갔어?”

“요즘 우리 너무 싸웠잖아. 얘기 좀 하자.”

그는 커피를 내밀며 말했다.

“나도 좋은 집에서 살고 싶고, 제대로 된 결혼식 하고 싶어.

근데 그게 지금 다 이루어져야 할까 싶어서 그래.”


그녀는 잠시 고개를 떨구다 말했다.

“미안. 나도 너무 불안했어. 지금 아니면 영영 못할 것 같았거든.”

그날 밤 둘은 오랜만에 진심을 털어놨다.

하고 싶었던 말, 숨기고 싶었던 감정들. 둘은 작은 합의에 도달했다.

“우리 속도로 가자.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그들은 경기도의 한 신축 빌라를 계약했다.

서울과는 조금 멀었지만, 부담을 덜어줄 첫 번째 선택이었다.

결혼식은 소규모로 진행하기로 했다.

대신 둘만의 손편지와 사진으로 특별한 순간을 남겼다.

“우리는 서로 다르니까 싸우는 게 당연해.

중요한 건 싸우더라도 끝까지 손을 놓지 않는 거야.”


결혼은 복잡했고,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그 안에서 둘은 조금 더 서로를 이해하고, 믿음을 쌓아갔다.

신혼집 거실 한쪽에는 작은 메모가 걸려 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우리만의 방식으로 천천히 가자.”


그 문장은 둘의 삶에 작은 방향표가 되었다.

지금도 가끔 다투지만, 이제는 싸움이 끝이 아니라 대화의 시작임을 안다.

“결혼은 완벽하지 않아도 돼.

중요한 건 함께 고민하고, 함께 나아가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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