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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루트 Jan 08. 2025

공시생의 기도

노량진의 겨울은 차갑고,

고시원은 더 차갑다.  


올해도 그 차가움 속에서 새해를 맞았다.  

책상 위엔 문제집과 일정표가

뒤엉켜 있고,  

작년 실패의 기억이

나를 의자에 붙잡아 둔다.     

"새해가 온다고 달라질까.

결국 또 똑같은 하루겠지."     


친구들은 이미 취업하거나

대학원에 진학했는데,

나는 여전히 같은 자리에 멈춰 있는 것 같다.

부모님께도 미안함이 컸다.     


펜을 들었다.

손이 떨리고 어떤 말을 할지 망설였지만,

한 단어씩 적어나갔다.

중학교 어버이날 편지가 마지막이었을까.

이번엔 진심을 전하고 싶었다.     




엄마, 아빠.

새해가 되었지만

여전히 두려움이 앞서고 있습니다.

실패가 반복될까 봐요.     

그런데 여기까지 버틸 수 있었던 건

공무원 시험에 떨어질 때마다

"괜찮다, 넌 잘할 거야"라고 말해 주던

두 분의 믿음 때문이었어요.     

올해는 끝까지 최선을 다해보고 싶어요.

그리고 만약 또 실패하더라도,

이번엔 저 자신을 조금 더 사랑해 보려고요.     




다음 날,

편지를 들고 우체국으로 향하는 길에

여러 생각이 떠올랐다.     


1월은 한 해의 첫 페이지,

아직 비어 있는 노트 같다.


무엇이든 쓸 수 있지만,

첫 줄을 적는 건 언제나 어렵다.     


하지만 1월 속에는

봄을 준비하는 씨앗들이 숨어 있다.


어쩌면 실패도,

두려움도 품을 수 있는 시간일지도 모른다.     


해가 바뀔 때마다 우리는 기도한다.

완벽한 성공과 합격을 바라며 간절히 기도한다.     


하지만 올해 나의 기도는 조금 달라졌다.

실패와 두려움 속에서도 나를 믿고

걸어가는 용기를 갖게 해 달라고 말이다.     


그래, 오늘도 한 걸음 내디뎌 보자

비록 작은 걸음이라도 괜찮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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