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아빠, 육아는 처음이라

by 엄작

"당신도 이제 아빠가 됐어요."

의사가 웃으며 건넨 그 한마디가 아직도 선명하다.


아내가 손에 꼭 쥐어준 작은 아이의 손.

생명이라는 단어가 손끝에서 느껴졌지만,

동시에 내 삶에 닥칠 거대한 변화가 머릿속을 스쳐갔다.


그날 이후, 나는 남편이자 아빠,

그리고 직장에서는 팀장이라는 세 가지 역할을 짊어지게 되었다.

‘아빠’라는 새로운 타이틀은 영광스럽고도 버거웠다.

아이를 처음 집으로 데려오던 날, 나는 내심 자신 있었다.

"내가 직장에서도 팀을 이끄는 사람이니까, 육아도 잘할 수 있겠지."


하지만 아이를 안는 순간 깨달았다.

"이건 내가 경험한 어떤 일보다도 어렵겠구나."

잠들지 않는 아기, 이유를 알 수 없는 울음소리,

하루 종일 기저귀 갈기와 분유 먹이기.

회의실에서 수십 명을 지휘하던 나였지만,

아이 앞에서는 그저 ‘서툰 초보’ 일뿐이었다.


분유 온도를 잘못 맞췄던 날,

아내가 피곤한 얼굴로 말했다.

"차라리 내가 할게. 아이 입 데겠어... "


그 말을 들으며, 나는

‘내가 도움이 되고 있는 걸까?’라는 생각에 빠졌다.


퇴근 후 지쳐 돌아온 집에서 아내는 여전히 고단한 얼굴이었다.

내가 돕는다고 나섰을 때도 결과적으로 짐이 되는 것 같아

무력감이 커졌다.

‘남편으로, 아빠로 잘하고 싶지만, 왜 이렇게 서툴기만 할까?’


어느 날, 아내가 급히 외출하며 아이를 맡겼다.

울음을 멈추지 않는 아이를 안고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주저앉았다.

그때 거실 한쪽에 놓인 기타가 눈에 들어왔다.

대학 시절에 연습하던 곡을 기억하며

조심스럽게 기타를 들고 노래를 흥얼거렸다.

"라라라~ 라라라~"


놀랍게도 아이가 울음을 멈췄다.

눈이 커다래진 채 나를 바라보더니 작은 웃음을 지었다.

그 순간 깨달았다.

"완벽한 아빠가 되는 게 아니라,

서툴러도 나답게 최선을 다하면 되는 거구나."

아이에게 필요한 건 내가 모든 걸 잘하는 아빠가 아니라,

‘함께 있어주는 아빠’라는 걸 알게 됐다.


그날 밤, 아내가 먼저 말했다.

"내가 잔소리 많이 하지? 안 그러고 싶은데, 힘들다 보니까... “

나로 바로 대답했다.

"나도 미안해. 당신이 제일 힘든데, 내가 많이 서툴러서...

”우리 둘 다 처음이니까, 같이 배우면 되지 않을까?"


아내의 그 말에 마음이 편해졌다.

우리는 둘 다 서툴렀고, 그래서 더 ‘함께’ 해야 했다.

그날 이후, 나는 완벽한 아빠가 되려고 하기보다는

아내와 함께 배우는 아빠, 아이와 함께 자라는 아빠가 되기로 했다.


40대에 아빠가 되는 건 체력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하지만 그 속에서 깨달았다.


가족이란 누군가가 완벽하게 리드하는 게 아니라,

서툴러도 서로를 이해하고 부족함을 채우며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걸.

이제는 아이와 함께 웃고, 아내와 작은 대화를 나누며

조금씩 더 나은 나를 발견한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가족이라는 팀에서 가장 중요한 건,

‘같이 있는 시간과 진심’이라는 걸 이제는 안다.


이전 09화우리 ,영끌부부로 살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