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며느리의 자세

by 엄작


결혼 전, 명절은 꿀 같은 휴일이었다.

그런데 결혼 후,

명절은 ‘생존 게임’ 같은 날이 됐다.


나는 올해 40이 된 워킹맘.

직장에서는 '팀원', 집에서는 '엄마',

그리고 명절에는

‘며느리’라는 또 다른 캐릭터로 변신한다.


처음 명절을 맞았을 때는 의욕이 넘쳤다.

잘 보이고 싶어서 전을 100장 넘게 부치며 "며느리 파워"를 외쳤다.

손에 물집 잡힌 걸 자랑처럼 여겼던 내 모습이…


지금 생각하면

왜 그렇게 열심히 했는지 모르겠다.

‘시댁에 잘해야 예쁨 받는다’는

그 말을,

진짜로 믿었으니까.


그런데 10년이 지나고 나니까 생각이 바뀌었다.

‘나 왜 이렇게까지 하고 있지?’


명절은 가족이 함께 모이는 날이라면서,

왜 며느리는

'주방의 고정 출연자' 여야 하는지 모르겠다.


어릴 때 엄마가

명절마다 고생하던 모습 보면서 다짐했었다.

"난 결혼해도 나 자신 잃지 않을 거야!"

그런데 거울을 보니,

어느새 엄마처럼 물집 잡힌 손으로 전을 부치고 있는 내가 보였다.

설 연휴가 다가왔다. 심지어 꽤 길다.

명절 뒤에 이혼률이 높아진다는 뉴스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명절증후군 때문이라던데, 이해가 간다.


사실 나도 명절이 다가오는 게 두려웠다.

끝나고 나면 쌓인 스트레스를 남편에게 쏟아내면서,

왜 이러는 걸까 자책하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게 해보기로 했다.

이제 명절을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끝난 후에도 스트레스를 남편에게 쏟아내는 일은

더 이상 하지 않을 거다.


이번 명절에는

‘며느리 역할’에만 갇히지 않기로 했다.

‘완벽한 며느리’ 대신, '나 자신을 챙기는 며느리'로 살기로 한 것이다.


첫 번째, '적당히' 하기.

음식 준비? 딱 필요한 것만 한다.

이번엔 전을 조금만 부치고,

부족한 건 시장에서 해결할 거다.

"정성이 부족하다"는 말이 들릴지도 모르지만,

내 체력을 다 쏟아붓고 명절 뒤에 골병 나는 것보단 낫다.


두 번째, 솔직하게 말하기.

힘들어도 "괜찮아요!"만 외치는

예전의 나와는 작별이다.

올해는 솔직하게 이야기할 거다.

"요즘 일이 많아서 간소하게 준비했어요~"

상황을 설명하면 의외로 괜찮을지도 모른다.

(안 괜찮아도 어쩌겠어, 이젠 내 방식대로 간다!)


세 번째, 나를 위한 시간 갖기.

명절이 끝난 뒤엔 꼭 나만의 시간을 가진다.

아이가 낮잠 자면 커피 한 잔 마시며 멍 때리기,

아니면 짧게라도 산책하면서 숨 돌리기.


며느리가 된 후,

명절은 매년 나를 테스트하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명절의 진짜 의미를 깨닫는다.

명절은 더 이상

‘나를 증명하는 날’이 아니라,

‘가족 모두가 편하고 행복하게 보내는 날’이라는 걸.


며느리의 명절 대처법?

완벽함은 버리고, 내가 지치지 않을 만큼만.

남들 눈치 보지 말고,

내 방식대로 조금씩 만들어가면 되는 거다.


올해 설 연휴가 끝나면,

나는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할 거다.


"이번 명절도 잘 버텼다. 잘했어 수민아~

그리고 남편아, 다음엔 네가 전 좀 부쳐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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