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엄마 놀자" 할 때마다

에콰도르 갈라파고스

by 엄작

아이는 외동이다. 그래서 늘 나를 찾는다.


"엄마.", "엄마?", "엄마!", "엄마! 에이잉"


수시로 내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나를 부른다.


바로 대답을 못 해주면

큰일이라도 난 듯 칭얼대며

내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결국 나의 '주의'와 '시선'을 끝내 사수하는 아이.


나는 아이의 친구이자, 놀이 상대가 된다.


아이의 눈빛을 계속 맞추다 보면

매 순간순간이 사랑스럽지만,

동시에 벅찬 것도 사실이다.


놀아주는 게 아니라,

존재 자체를 내어주는 느낌.


하루가 저무는 무렵이면

몸보다 마음이 먼저 지친다.

"엄마, 나랑 또 놀자."


그 한마디에

나는 잠시 숨을 고르고,

억지 미소를 짓는다.


아이를 재우고 나면

나는 거실 소파에 무너진다.


아무것도 하기 싫다.

TV, 책, 핸드폰도 귀찮다.


그저 멍하니 천장을 보며

잠깐이라도 혼자 고요하고 평온한,

찰랑대는 물소리를 듣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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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에 찾아간 에콰도르 갈라파고스에서

스노클링 했던 순간이

반짝하고 떠올랐다.


그 바다는 놀랍도록 투명했다.


하늘의 빛이 수면을 뚫고 내려와

내 어깨와 손끝에 닿았다.


나는 스노클링 마스크를 쓰고

바닷속으로 몸을 던졌다.


꽤 큰 거북이 한 마리가

유유히 내 옆을 스치며 지나가고,

물개 두 마리가 마치 잡기 놀이를 하는 것처럼

장난을 치며 논다.


파도는 나를 밀었다가

다시 나를 끌어안아 주고

귓가에 들리는 찰랑대는 물소리가

나를 맑아지게 했다.


그때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헤엄치지도, 움직이지도 않았다.

그저 물 위에 가만히 떠 있었다.


누구의 엄마도,

누구의 아내도 아닌,

'나 자신'


그 느낌이 너무 좋아서

갈라파고스에 머물던 일주일 내내

스노클링 했다.


그때는 몰랐다,

세상에서 가장 자유로웠던 그 바다가,

언젠가 가장 고단한 날의 나를

위로할 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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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아이가 말했다.

"엄마, 그냥 옆에 있어 줘."

놀아주는 게 아니라,

옆에 있으라고.


나는 아이 옆에 가만히 앉았다.


아이는 혼자 블록을 쌓고,

나는 그걸 바라봤다.


그때 깨달았다.

갈라파고스에서 배운 것도 그거였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존재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는 것.


요즘도 여전히 지친다.

그래도 이제는 안다.

모든 걸 다 해주지 않아도 괜찮다고.


가끔 아이가 낮잠을 잘 때,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설거지도, 빨래도 그대로 두고

창가에 앉아 햇빛을 본다.


그러니까, 홍보2.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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