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역에서
"어디 보자 델 데가 어디 있나, 이야 서울은 참 사람 많고 차 많아,
저기 있나 보자, 에헤이 장애인 구역이네,
한 층 올라가야 되겠다, 어디 보자 여기 델까, 여긴 너무 좁나"
아버지가 용산역 주차타워를
벌써 몇 분째 빙빙 돈다.
그런 아버지 옆에 앉아 나는 예전과 다르게 아무 말을 하지 않는다.
높은 바위 위에서 한 손으로 나를 힘껏 끌어주던 아버지를 생각한다.
지옥철 안에서 사람들 사이에 끼여 매일 출근하던 아버지를 떠올린다.
"아휴, 성언 아빠 저기 자리 있잖아요! 답답해 죽겠네 정말!"
잔뜩 짜증이 난 어머니에게도 나는 아무 말을 하지 않는다.
나는 그저 두 분이 돌아가는 길이 안전하길 바랄 뿐이다.
나를 저 멀리 여수로 내려보내고 돌아가는 길이 쓸쓸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어떤 잔소리는
사랑이라는 단어로도 포장할 수 없다는 걸,
그러니 그저 들어드리고 기다려 드리는 게 진짜 사랑일지도 모르겠다고
나는 서른이 넘어서야 생각해볼 수 있게 되었다.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