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하는 게 두려운 당신에게

MBN 예능 <돌싱글즈2>

by 수취인불멍

2011년. 대학 신입생 오티가 열리는 태안의 밤바다. 학생들과 교수님들이 모두 한 손에 촛불을 들고 둥글게 모였다. 그리고 한 교수님이 앞으로 나와 선창을 했고 학생들은 모두 따라 외쳤다.



[우리는 글이 아닌 ‘세상’을 쓴다. 우리는 글이 아닌 ‘인간’을 쓴다.]




그렇게 우리가 써내려가는 모든 이야기는 ‘이 세상을 살아가는 인간’에 대한 것이다. 그리고 11년이 지난 지금 그 세상도, 그 인간도 적지 않게 진화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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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싱글즈2 사진=MBN


평소 커플매칭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이 전혀었던 나는 공교롭게도 너무나도 화목한 가정을 꾸리고 있는 친구의 강력 추천으로 <돌싱글즈> 시즌1을 뛰어넘고 시즌2만 봤다.



[이 글은 세상의 변화 속 변하지 않은 ‘진리’에 관한 이야기가 될 것 같다]




기존 연애 프로그램과는 다른 가장 큰 원동력은 그들이 가지고 있는 ‘두려움’이다. 우리는 끊임없는 실패를 하며 살아간다. 누군가는 관계에서, 누군 이상적 목표에 실패를 경험하기도 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 실패 속에서 ‘학습효과’를 얻게 된다.




[대다수가 얻게 된 가장 큰 학습효과는 바로 ‘현실’과 ‘두려움’이다]




PD는 ‘사랑’이라는 감정에 이 ‘학습효과’를 적극 활용한다. 사랑이란 ‘이상’에 먼저 빠지게 만든 후, ‘자녀 유무’를 공개함으로서 ‘현실’을 인지하게 만든다. 그리고 매일 아침마다 찍게 되는 독특한 데이트 상대 선정 방식을 통해 ‘현실’과 ‘이상’/‘용기’와 ‘두려움’을 일깨운다. 그리고 특별한 상황 없이 그저 공간에 그들을 가만히 두고 대활 나누게 할 뿐이다. 그래서 나는 이 PD가 정말 똑똑하고 잔인한 사람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그들을 그저 가만히 두는 것만으로도 재밌을 것이란 상상은 가능하나 실행하기에 큰 위험을 감수해야하기 때문이다. 과감했고, 성공적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이들의 학습효과가 <무의식적 자기방어기제>로 작용됨을 알 수 있었다. 프로이트는 <자기방어>가 불안과 죄책감으로부터 자존감을 지키기 위한 ‘자아의 투쟁’이라 말한다. 그리고 이 불안은 초자아와 원초아의 갈등, 쉽게 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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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싱글즈2 사진=MBN



[지난 삶에서의 얻은 경험과 자신의 욕망 사이에 갈등을 말한다]




자기 방어는 합리화, 기억의 억압, 반대표현, 화풀이 등등 형태로 나타난다. 그래서 이들은 사랑을 이야기하다 자녀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좋아하는 음식을 이야기하다 부모님을 이야기한다. 그래서 이러한 자기 방어는 자신이 지켜야할 신념이란 의미로 변질 된다. 결국 이를 지키려는 모습을 보이는 커플은 결국 실패를 맞이하고, 변화를 선택한 커플은 결국 새로운 출발선에 서게 된다.




대중이 가장 감정을 이입하는 건 이러한 ‘내면의 딜레마’가 보이는 순간이다. 그걸 너무나도 잘 표현한 작품이다. 간혹 이 작품을 보고 특정 인물들이 하는 애매한 행동과 선택들로 인해 악플을 다는 사람들이 있던데, 이는 프로그램이 잘 짜놓은 틀에서 겪어야했던 이들의 정신적 딜레마에 대한 이해가 떨어지는 사람들이라 볼 수 있다. 그러니 본인을 과대평가해서 욕하지 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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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싱글즈2 사진=MBN

[당신과 그리고 가장 우리 주변의 인간의 모습일 이다.]




이렇게 인간은 지극히 사회적 동물이다. 그렇기에 원인도, 치료제도 모두 ‘사회’속에 있단 이면이 존재한다. 우울증 환자의 고립은 병을 더욱 악화시키는 게 그 예이다. 그렇기에 당신이 겪게 되는 고민의 답 또한 사회 속에서 답이 있는 경우가 많다




무언갈 시작하는 건 참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그걸 그만두는 일은 어쩌면 시작하는 것 보다 더 어려운 일이다.




[허나 무엇보다 우릴 가장 두렵게 하는 일은 ‘다시’ 시작하는 일이다]




만약 이 글이 당신에게 깊은 울림이 생긴다면, 아마도 당신이 꿈꿨던 무언가는 결코 죽어버린 것이 아닌 그저 어느 순간 생긴 방어기제가 <지난 상처와 자신의 욕망 사이에 갈등하는 것이다>



반드시 ‘다시’일어나야한다 말하고 싶진 않다. 무엇이 더 나은 건진 아마도 내 삶의 끝 어딘가에 닿게 돼서야 알 수 있지 않을까. 허나 당신이 누구든 ‘다시’ 시작할 용기가 필요하거든,



[나는 당신이 필요한 만큼의 박수를 보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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