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 찾기 : 모든 것은 일상에서 발견하기
작가도 말을 잘 해야 먹고 살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이젠 글 잘 쓰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나는 어떤 작가인지, 내 작품을 얼마나 잘 어필할 수 있는지, 말도 잘해야 하는 세상이다.
아마도 시스템이 혼자 글을 쓰는 시대에서, 협업이 중심이 되는 시대로 넘어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팀과 프로젝트 중심으로 움직이는 시스템 속에서, 협업은 좋은 작품을 위해 함께 나아간다는 뜻이면서 동시에, 한 편의 작품을 위해 누군가를 잃기도 한다는 양면성을 품고 있다.
그래서 가끔, 작품을 위해 내가 잃어버린 사람들을 떠올리면 잠이 오지 않는다.
나는 협업을 하지만, 그럴수록 더 외로워진다.
나는 무엇을, 어디에서, 어떻게 잃어버린 걸까.
집 근처 카페 사장님 부부는, 내게 하루에 유일하게 “밥 먹었냐”고 물어봐주는 사람들이다.
조카가 드라마 작가라는 이유로 늘 빵을 서비스로 얹어 주시고, 심지어 음료까지 더 주실 때도 있다.
항상 허름한 후드티와 츄리닝 바지를 입고 가던 카페에, 청바지나 셔츠라도 입고 나가면 어디 가냐고, 무슨 일 있냐고 묻는다.
지루한 일상에 가끔씩 생기는 나의 작은 이벤트들을, 이분들은 늘 먼저 알아차리고 물어봐 준다.
오늘도 그랬다.
작품 미팅을 가기 전, 마음을 진정시키려고 조금 일찍 집을 나와 카페에 들렀다.
셔츠와 코트, 청바지를 입고 들어가니 어김없이 어디 가냐고 물어보셨고,
“잘 될 거예요”라며 응원해 주셨다.
어느덧 20대를 지나 30대가 되니, 내게 생기는 작은 이벤트들을 주변에 말하기가 쉽지 않아진다.
그래서 이분들이 내겐 더 특별하다.
완벽한 타인.
어쩌면 서로 이름도 모르는 손님과 사장님 부부가,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타인일지도 모른다.
미팅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은 생각보다 훨씬 무거웠다.
하루 이틀이면 결과는 오겠지만, 한 시간 남짓한 미팅으로 나와 내 작품을 설명하기엔 턱없이 부족했다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집으로 바로 갈까 하다가, 다시 카페에 들렀다.
내 표정이 다 말하고 있었던 걸까.
사장님은 별다른 말을 건네지 않았고, 나도 아무 말 없이 커피만 주문했다.
잠시 카페 밖으로 나와 지인과 통화를 했다.
미팅에 대한 아쉬움을 길게 토로하고 다시 카페 안으로 들어가니, 내 자리 위에 음식이 놓여 있었다.
카페와 어울리지 않는 김밥과 튀김이.
점심시간이었다.
나는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 밥을 먹어야 한다는 사실 자체를 잊고 있었다.
이분들은 내 하루에 유일하게 밥을 챙겨주시는 사람들이다.
이게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알면서도 자꾸 잊게 된다.
어쩌면, 말 한마디 없이 김밥과 튀김을 내밀어 준 이분들이 있기에, 나는 이미 먹고 살 수 있는 작가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많은 것을 잃으며 걸어왔다.
어쩌면 그건 당신이 무책임해서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원래 그렇게 단단하지 않아서 부서져버린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게 사라지지 않았다면, 지금 당신 손에 쥐어진 무언가를 얻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마치 이 김밥과 튀김처럼.
작법 노트 1 - 에세이를 쓸 때 유의할 점
• 가능하면 “하루 안에서 벌어진 하나의 일 + 하나의 감정”에 주력하자.
- 여러 나날에 펼치거나 여러 감정에 주목하면 오히려 섬세함이 사라진다.
- 에세에의 가장 큰 매력은 사소한 감정을 깊이 들어가는 것임을 잊지말자.
• 주변을 활용해야 감정이 구구절절하지 않다.
- 에세이가 감정에 대한 것이기에 감정을 마구 담으면 된다 착각해선 안된다. 설명되는 감정은 유치해진다.
- 주변을 활용해 설명 없이도 내 상태와 캐릭터가 드러날 수 있도록 해보자.
- 사장님, 김밥, 청바지 등 다양한 요소를 통해 우리는 인물의 상황을 얼추 유추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