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떠한 작법도 뛰어넘는 마법은 솔직함"
한때 매주 화요일은 서울노인복지센터에 에세이 쓰기 강의를 나가는 날이었다.
엄마, 아빠보다 나이가 많은 어르신들 앞에 마이크를 들고 서서 수업을 시작하면,
뭐라도 놓칠까 봐 한 글자라도 더 적으려는 손끝들이 눈에 들어왔다.
때문에 당시 그 수업은 어떤 수업보다도 대충할 수가 없었다.
1시간 반으로 짜인 수업은 대부분 2시간을 훌쩍 넘겨 끝났다.
그분들 누구 한 사람의 글도 대충 넘길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곳에 그대로 옮길 수는 없지만,
당시 그 곳에서 만난 글들은 정말로 소중한 글들이었다.
아니, 위대한 글이라고 말하고 싶다.
ㅣ감히 내가 언제 누군가의 70인생을 가져볼 수 있을까
내가 가장 아쉬워하는 것 중 하나는, 첫 대학을 글 전공으로 들어간 일이다.
동기 대부분이 나보다 나이가 많은 형, 누나들이었고,
그들과 ‘글’로 경쟁하기엔 그들의 연륜을 도저히 따라갈 수 없었다.
ㅣ연륜, 아니 시간.
어쩌면 이건, 우리가 아무리 많은 이론을 공부해도 흉내 낼 수 없는 가장 결정적인 차이일 것이다.
물론 이 수업은 즐거움만 있는 건 아니었다.
대부분의 어르신들이 컴퓨터를 잘 다루지 못하셔서, 직접 수기로 글을 적어 오신다.
그래서 나는 수업 시작 직전에야 그 글들을 한 장씩 받아 읽고, 바로 합평에 들어간다.
미리 읽어보고 말을 정리할 시간이 없기에 내가 수업의 기준이 흔들리지 않게 노력해야했다.
그래서 이 수업만큼은 늘 긴장한 상태로 임했다.
첫 수업 날, 나는 어르신들께 단 하나의 이론만 제시했다.
“우린 솔직하게만 쓰면 됩니다.”
그때 한 어르신이 손을 들고 말씀하셨다.
ㅣ선생님, 선생님 처럼 젊으면 알지 몰라도. 우린 뭐가 솔직하고 거짓인지 이젠 몰라요.
맞는 말이었다.
그래서 정확히 뭐라고 답해야 할지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나는 그저 “그래도 한 번 해보자”고,
“나는 끝까지 도울 거다”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우리 대부분은 가면을 쓰고 산다.
그 가면은 사회라는 곳에서 우리에게 씌워준 것이고,
동시에 ‘사회성 좋은 사람’이라는 이름으로 칭찬도 받는다.
그래서 우리는 조금씩, 가면과 내가 하나가 되어가는 삶을 살아간다.
이분들에겐 그 시간이 너무 길어서,
이제는 이게 가면인 줄 알면서도 벗는 게 두려워졌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글은 써야 했다. 그게 이 수업의 목적이자, 내 임무였으니까.
나는 꼬깃꼬깃한 종이와 거친 필체를 따라가며,
어르신들이 자기 마음을 자기 말로 쓰게 도왔다.
그렇게 마지막 수업 날이 되고,
첫날 손을 들었던 그 어르신께서 다시 내게 말씀하셨다.
“선생님, 고마워요.”
왜 그렇게 울컥했을까.
나는 정말 대단한 일을 한 게 아니다.
그저 글을 읽고, 조금 더 나아질 방향을 함께 찾아드렸을 뿐이다.
가끔 생각한다.
선생이라는 직업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누군가에게 훨씬 큰 영향을 미칠지도 모른다.
그래서 무섭기도 하다.
나의 결핍이 영향을 끼칠까 봐, 나의 치부가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까 봐.
그렇지만 그날, 나는 감사했다.
생각보다 날 대단한 사람으로 만들어 주신 그 말들에.
그리고 이건 비단 어르신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 글을 읽는 당신 역시, 좋아요를 누르지 않아도, 댓글을 남기지 않아도,
여기까지 읽어줬다는 사실만으로 나를 조금은 대단한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것이다.
글이라는 건 그런 힘이 있다.
그 안에서만큼은, 우리는 조금 더 솔직한 삶을 살아볼 수 있다.
그래서 우리가 글을 쓰는 것이다.
항상 깍듯이 나를 “선생님”이라고 부르시던 어르신들.
항상 수업의 마지막에 같은 말을 건네셨다.
그 말을, 이 글을 끝까지 읽어준 당신에게도 전한다.
“수고하셨습니다. 오늘도 많이 배웠습니다.”
작법 노트2 – ‘솔직함’을 조절하는 법
- 가면 쓴 문장 vs 진짜 문장을 둘 다 적어보고, 그 사이 지점을 골라 써라. -
- 누군가가 당신을 '가면'쓰고 대하면 알아차릴 수 있듯 독자도 마찬가지다
- 글은 나체가 되는 것과 같은 일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한다.
- 다만 누군가는 솔직함을 포장해 합리화를 하려고 한다. 하지만 이 또한 가면이다
- 따라서 나의 솔직함을 알아차리려면, 스스로 솔직해지지 말고 솔직함을 이끌어줄 사람을 찾아라
- 우리는 본능적으로 스스로 솔직해지는 법을 모르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 다만, 작은 습관 하나는 들이자. 문단마다 내 부족함을 인정하는 문장만 넣어보자
- 글이 한층 더 인간적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