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강사와 70대 수강생

"어떠한 작법도 뛰어넘는 마법은 솔직함"

by 수취인불멍

한때 매주 화요일은 서울노인복지센터에 에세이 쓰기 강의를 나가는 날이었다.


엄마, 아빠보다 나이가 많은 어르신들 앞에 마이크를 들고 서서 수업을 시작하면,

뭐라도 놓칠까 봐 한 글자라도 더 적으려는 손끝들이 눈에 들어왔다.

때문에 당시 그 수업은 어떤 수업보다도 대충할 수가 없었다.

1시간 반으로 짜인 수업은 대부분 2시간을 훌쩍 넘겨 끝났다.

그분들 누구 한 사람의 글도 대충 넘길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곳에 그대로 옮길 수는 없지만,

당시 그 곳에서 만난 글들은 정말로 소중한 글들이었다.

아니, 위대한 글이라고 말하고 싶다.


ㅣ감히 내가 언제 누군가의 70인생을 가져볼 수 있을까


내가 가장 아쉬워하는 것 중 하나는, 첫 대학을 글 전공으로 들어간 일이다.

동기 대부분이 나보다 나이가 많은 형, 누나들이었고,

그들과 ‘글’로 경쟁하기엔 그들의 연륜을 도저히 따라갈 수 없었다.


ㅣ연륜, 아니 시간.


어쩌면 이건, 우리가 아무리 많은 이론을 공부해도 흉내 낼 수 없는 가장 결정적인 차이일 것이다.


물론 이 수업은 즐거움만 있는 건 아니었다.

대부분의 어르신들이 컴퓨터를 잘 다루지 못하셔서, 직접 수기로 글을 적어 오신다.

그래서 나는 수업 시작 직전에야 그 글들을 한 장씩 받아 읽고, 바로 합평에 들어간다.

미리 읽어보고 말을 정리할 시간이 없기에 내가 수업의 기준이 흔들리지 않게 노력해야했다.

그래서 이 수업만큼은 늘 긴장한 상태로 임했다.


첫 수업 날, 나는 어르신들께 단 하나의 이론만 제시했다.

“우린 솔직하게만 쓰면 됩니다.”

그때 한 어르신이 손을 들고 말씀하셨다.


ㅣ선생님, 선생님 처럼 젊으면 알지 몰라도. 우린 뭐가 솔직하고 거짓인지 이젠 몰라요.


맞는 말이었다.

그래서 정확히 뭐라고 답해야 할지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나는 그저 “그래도 한 번 해보자”고,

“나는 끝까지 도울 거다”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우리 대부분은 가면을 쓰고 산다.

그 가면은 사회라는 곳에서 우리에게 씌워준 것이고,

동시에 ‘사회성 좋은 사람’이라는 이름으로 칭찬도 받는다.

그래서 우리는 조금씩, 가면과 내가 하나가 되어가는 삶을 살아간다.

이분들에겐 그 시간이 너무 길어서,

이제는 이게 가면인 줄 알면서도 벗는 게 두려워졌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글은 써야 했다. 그게 이 수업의 목적이자, 내 임무였으니까.

나는 꼬깃꼬깃한 종이와 거친 필체를 따라가며,

어르신들이 자기 마음을 자기 말로 쓰게 도왔다.


그렇게 마지막 수업 날이 되고,

첫날 손을 들었던 그 어르신께서 다시 내게 말씀하셨다.


“선생님, 고마워요.”


왜 그렇게 울컥했을까.

나는 정말 대단한 일을 한 게 아니다.

그저 글을 읽고, 조금 더 나아질 방향을 함께 찾아드렸을 뿐이다.

가끔 생각한다.

선생이라는 직업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누군가에게 훨씬 큰 영향을 미칠지도 모른다.

그래서 무섭기도 하다.

나의 결핍이 영향을 끼칠까 봐, 나의 치부가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까 봐.

그렇지만 그날, 나는 감사했다.

생각보다 날 대단한 사람으로 만들어 주신 그 말들에.

그리고 이건 비단 어르신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 글을 읽는 당신 역시, 좋아요를 누르지 않아도, 댓글을 남기지 않아도,

여기까지 읽어줬다는 사실만으로 나를 조금은 대단한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것이다.

글이라는 건 그런 힘이 있다.

그 안에서만큼은, 우리는 조금 더 솔직한 삶을 살아볼 수 있다.

그래서 우리가 글을 쓰는 것이다.

항상 깍듯이 나를 “선생님”이라고 부르시던 어르신들.

항상 수업의 마지막에 같은 말을 건네셨다.

그 말을, 이 글을 끝까지 읽어준 당신에게도 전한다.


“수고하셨습니다. 오늘도 많이 배웠습니다.”





작법 노트2 – ‘솔직함’을 조절하는 법

- 가면 쓴 문장 vs 진짜 문장을 둘 다 적어보고, 그 사이 지점을 골라 써라. -

- 누군가가 당신을 '가면'쓰고 대하면 알아차릴 수 있듯 독자도 마찬가지다

- 글은 나체가 되는 것과 같은 일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한다.

- 다만 누군가는 솔직함을 포장해 합리화를 하려고 한다. 하지만 이 또한 가면이다

- 따라서 나의 솔직함을 알아차리려면, 스스로 솔직해지지 말고 솔직함을 이끌어줄 사람을 찾아라

- 우리는 본능적으로 스스로 솔직해지는 법을 모르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 다만, 작은 습관 하나는 들이자. 문단마다 내 부족함을 인정하는 문장만 넣어보자

- 글이 한층 더 인간적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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