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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E SAW Jul 18. 2019

사는 사람도 파는 사람도 행복한, 리틀홈어린이마켓

어린이들이 만들고 판매하는 어린이마켓에 다녀왔습니다.

어렸을 때 시장놀이, 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리틀홈에서 '어린이가 만들고 판매하는 어린이마켓'을 연다는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는 사실 어렸을 적 하던 시장놀이가 떠올랐습니다. 무엇을 팔지 항목과 가격을 정하고, 손님과 주인 역할을 나누어 가짜 돈을 주고받으며 놀던 시장놀이의 추억을 떠올리며 다소(?) 가벼운 마음으로 어린이마켓에 들어갔습니다. 첫 발걸음은 마켓에 돈을 쓰러 간 소비자라기보다는 시장놀이를 구경하러 간 구경꾼의 마음에 더 가까웠지요. 과연 어린이가 만들고 판매하는 어린이마켓의 모습은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아이들이 직접 부스를 지키며 운영하는 경험



1단계. 어린이은행에서 환전

리틀홈어린이마켓은 어린이은행에서 쿠폰을 발급받아야만 구매가 가능했습니다. 은행에서 13,000원을 환전하면서 이 정도면 당연히 충분하리라 생각하고 자신감 있게 첫 부스를 찾아갔습니다. 정성들여 볼펜으로 꾹꾹 눌러쓴 쿠폰을 받아 들으니 뭔가 심상치 않은 마켓에 발을 들인 것 같다는 약간의 두려움을 느끼긴 했지만요. 아마도 이때부터 엄청난 소비욕의 기운을 느꼈나 봅니다. (과연 민 매니저는 얼마나 '추가로' 환전했을까요?!)


한장 한장 뜯어쓰는 재미가 있는 어린이마켓 쿠폰
돈을 환전하자마자 호객 행위(?!)에 이끌려 첫 부스를 찾아갔습니다.



2단계. 부스 방문 및 상품 구매

부스마다 어린이 셀러 각자의 관심사를 보여주는 상품과 서비스가 가득해서 그냥 지나치기 너무나 어려웠습니다. 이토록 다양한 마켓이라니. 시장'놀이'일 거라고 가볍게 접근했던 저는 부스를 3개 정도 방문하고 속수무책으로 13,000원을 모두 탕진하고 말았습니다. 결국 두 번 더 환전해서 총 25,000원을 쓰고 말았죠. 블랙홀처럼 제 돈을 빨아들였던 어린이마켓 부스들의 특징은 아래와 같이 4가지 유형으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부스 뽀개기 - 첫 번째 유형: 전문가형

어린이마켓에는 온갖 종류의 장인, 박사, 마스터들이 있었습니다. 첫 번째 부스에서 만난 셀러들은 종이접기이자 팽이, 스피닝 마스터였습니다. 종이접기로 팽이는 물론, 반지, 스피닝, 팔찌까지 정말 다양한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심지어 어벤저스 팽이 만들기 체험도 가능하고, 팽이 마스터와 게임까지 즐길 수 있었죠. 모두 다 사고 싶은 마음을 꾹꾹 참고 고르고 골라서 타노스 반지와 캡틴 아메리카 팽이, 스피닝을 구매했습니다.

종이접기로 이렇게 정교한 작품이 탄생할 수 있다니! 지갑이 열립니다.
'초록 반지는 엄지에' 타노스 반지 사용설명서에 따라 반지를 끼어보았습니다.


첫 번째 부스라서 예상보다 많은 돈을 쓴 것일 거라 생각하고 두 번째 부스를 방문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공룡박사라니요. 6살 공룡박사의 그림으로 만든 손수건, 가방은 제가 갔을 때 이미 몇 개 남지 않은 상황이라 간신히 1개 남은 가방을 살 수 있었습니다. 가방 속 티라노사우르스를 알로사우르스로 바꿔달라는 까다로운 요청에도 기꺼이 바꿔주면서 화산까지 추가로 그려주는 모습에 감탄했습니다. 또한 공룡박사가 직접 만든 공룡 그림책 '공룡은 왜 사라졌을까'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어느새 공룡 책도 구매하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죠. 포크로 공룡 화석을 발굴하는 체험은 다행히도(?!) 이미 발굴이 끝나 세 번째 부스로 향할 수 있었습니다.

  

가방 속 티라노사우르스를 알로사우르스로 바꿔주신 친절한 작가님
들으면 들을수록 빠져드는 공룡책 '공룡은 왜 사라졌을까' 이야기


그 외에도 정말 다양한 박사, 고수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아이들의 관심사가 상품과 서비스로 탄생하고, 부모님 혹은 가족이 아닌 저와 같은 낯선 사람과 소통하는 경험은 호기심이 깊어지는 소중한 계기가 될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국기박사와의 국기 대결은 시작하자마자 레벨 1에서 지고 말았습니다.


부스 뽀개기 - 두 번째 유형: 디스플레이형

두 번째로 발견한 유형은 간판부터 상품까지 비주얼이 눈길을 사로잡는 디스플레이형 부스입니다. 정성스레 꾸민 간판과 가격표는 물론, 셀러들의 복장도 맞추고 상품의 비주얼, 구성도 컨셉에 맞게 신경 쓴 부분이 눈에 띄었습니다. 예를 들면 공포 소설을 파는 부스에서는 공포가 느껴지는 꼬부랑 간판과 함께, 무서운 꿈을 꾸지 않도록 도와주는 따뜻한 털실로 만든 구름 모양 드림 캐쳐를 함께 파는 바람에 결국 두 개 모두 사고 말았습니다. 이처럼 자신이 잘 판매할 수 있는 상품을 구상 및 구성하고, 포장하고, 멋지게 보여줄 수 있는 아이디어를 내보고, 스스로 구현까지 해보는 경험은 어린이 셀러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 있는 자율적 주체로서 경험하는 의미 있는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개성이 넘치는 간판들 / 친절하게 메뉴판(?)을 쓰고 있는 어린이 셀러
밴드로 감겨 있는 공포소설책/ 무서운 꿈을 막아주는 드림 캐쳐


부스 뽀개기 - 세 번째 유형: 스토리텔링형

왠지 말을 걸고 싶은 부스들이 있었습니다. 셀러들이 이야기를 할 준비가 되어있달까요? 눈이 마주치자마자 본인이 판매하는 상품을 흥미진진하게 설명하는 쇼호스트형(?) 셀러들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흥정은 물론, 상품에 대한 제작 과정도 이야기해주고 시착(?)까지 도와주는 셀러들의 유혹에 넘어가 그냥 지나칠 수 없었습니다. 그중에서도 두 친구가 운영했던 '우정 마켓'에서 만난 움직이는 캔디컵은 '친구는 ____다'라는 메시지가 너무 좋았는데요. 서로 자기가 만든 것보다 친구가 만든 캔디컵이 더 예쁘니까 사라는 고도의 상술(?)에 감동해서 결국 두 개 모두 사고야 말았습니다. 두 친구의 우정이 지금처럼 계속 예쁘게 이어지길 바라면서요.


달콤한 웃음을 가진 세 소녀의 달콤마켓 / 열정적인 은택 작가의 가게
컵을 돌리면 친구에 대한 메시지가 새롭게 나타나는 캔디컵. 어릴 때부터 늙을 때까지 영원하고 싶다는 메시지가 제일 좋았다.


부스 뽀개기 - 네 번째 유형: 아티스트형

작품으로 승부하는 부스들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림, 시 등 어린이 고유의 순수함과 개개인의 개성을 담은 작품들은 작품 자체로도 충분히 매력적이었습니다. 게다가 어린이 작가들이 지금 이 순간 가지고 있는 시선과 순수함을 담은 작품들이기에, '이번 마켓에서만 살 수 있는' 희소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어 지갑을 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번 마켓에서 만난 어린이 작가들이 내년, 내후년에는 과연 어떤 작품을 만들어낼까요? 벌써 다음 마켓이 기다려집니다.


전부 사고 싶은 마음을 겨우겨우 눌러담고 간신히 1개만 골랐다.



3단계. 마무리는 항상, 사인받기와 인증샷

최대한 모든 부스에서 셀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상품을 구매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작가'라 부르며 왜 이런 상품을 만들었는지, 어떤 상품이 저에게 어울릴지 물었습니다. 그렇게 대화를 통해 최종적으로 구매를 결정한 상품에는 사인을 요청했습니다. 아이들이 직접 만든 것을 팔면서 느끼는 뿌듯함을 마음속에 조금이라도 오래 새기길 바라는 작은 의식이랄까요? 또한 상품을 구매한 고객으로서 상품과 함께 저를 찍어달라는 '인증샷'을 요청했습니다. (아마도) 거의 첫 고객으로서의 저의 모습, 행복한 구매자의 모습을 기억하길 바라는 마음으로요.


처음 보는(?) 중국어로 쓰여진 공룡박사 사인 / 무지개색 권 작가님 사인
여러 명의 어린이 작가님들이 직접 찍어주신 민 매니저 인증샷



4단계. 사는 게 전부가 아니다. '오락실'

마켓을 돌아다니면서 재밌었던 것은 곳곳에 '오락실'이 열려있었다는 점입니다. 상품을 판매하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직접 게임을 만들어서 게임 1판에 쿠폰 1개씩 받는 개발자(?) 친구들도 있었죠. 손바닥만 한 작은 스마트폰 화면을 보며 손가락으로 게임을 하던 모습만 보다가, 재활용 상자로 만든 게임판 위에서 손과 발을 부지런히 움직이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니 신선했습니다. 또한 셀러로 부스를 지키던 친구들이 쉬는 시간마다 틈틈이 개발자 친구들의 오락실을 찾아가 번 돈으로 게임을 하며 새롭게 친구를 사귀는 모습이 어찌나 흐뭇하던지요. 아이들 스스로 규칙을 만들고 정하는 모습, 새롭게 만났지만 금세 한 마음이 되어 친구가 되는 모습을 보니 이번 어린이마켓이 아이들에겐 친구를 만나는, 만드는 놀이터가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입장료 단돈 1000원! 한 판도 안한 사람은 있어도 한 판만 한 사람은 없어요.
민 매니저가 했던 '폭탄 날려라' 게임 / 마켓 곳곳에서 오락 삼매경
가장 인기있었던 부스 중 하나인 '던지기 킹'
민 매니저의 Pick - 개발자 친구가 직접 시연 중인 미로(?) 게임



소비자로서 바라본 어린이마켓

민 매니저가 3번의 환전, 총 25,000원을 탕진하고 멈출 수 있었던 것은 다행히도(?) 친구가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만약 약속이 없었다면 어린이마켓에서 얼마나 더 소비하고 왔을지 상상이 되지 않습니다. 그 어떤 소비도 어린이마켓이라고해서 사준 게 아닙니다. 모든 구매가 살 수밖에 없는 사연과 울림이 있는 소비였습니다.


민 매니저가 어린이마켓에서 구매한 것들


그만큼이나 이번 어린이마켓은 시장'놀이'가 아니라 놀이를 가장한 '시장'이었습니다. 어린이 셀러, 작가가 각자의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한 상품, 서비스를 만들어보고, 부모나 가족이 아닌 제3의 어른에게 소리 내어 표현하고 설득해보고, 정해진 시간만큼 부스를 지키며 셀러로서 책임을 다하는 경험이 한 번의 놀이에 그치는 게 아니라, 제대로 된 시장으로 탄생했습니다. 의외의 프로페셔널리즘이 느껴지는 마켓이랄까요?


이렇게 사는 사람도 파는 사람도 행복한 마켓이라니, 당장 가고 싶지 않으신가요?  



경험을 완성하는 '좋은 어른들'

이번 어린이마켓 뒤에는 보이지 않는 좋은 어른들의 노력이 숨어 있습니다. 어린이마켓을 기획하고 셀러를 모집하면서 마켓이라는 경험의 기회를 만든 리틀홈의 이나연 님, 어린이 셀러와 작가들이 경험을 이어갈 수 있도록 옆에서 응원하고 지지하고 도와준 부모님과 가족들, 그리고 마켓 날 부스에 찾아가 구매를 함으로써 경험을 완성하도록 돕는 제3의 어른들까지. 어른들 모두가 한 마음으로 아이들을 자율적 주체로서 존중하고, 아이들 스스로 규칙을 만들고 정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이기거나 잘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활동 자체를 즐길 수 있도록 지지한 덕분에 이번 어린이마켓의 경험이 완성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아이 스스로 본인의 생각을 표현해보는 경험, 서로가 서로에게 배우는 경험, 어른들과 동등하게 소통해보는 경험을 일상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어떤 기회와 환경이 필요할까요? 그 시작은 아이들이 경험의 주인이 될 수 있도록 옆에서 따뜻하게 지켜봐 줄 조력자 어른들이 아닐까요?



보너스. 민 매니저가 산 물건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집 안 곳곳에 유용하게 잘 쓰이고 있는 어린이마켓 전리품들. 구매 후에도 대만족! 다음번 마켓을 기대합니다.


글: C Program Play Fund 김정민 매니저

사진: 리틀홈 이나연 님



<사는 사람도 파는 사람도 행복한, 리틀홈어린이마켓> 글 어떠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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