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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E SAW Jul 09. 2019

거인이 사는 숲

[아이와 가기 좋은 제3의 공간] 포천 평강랜드

[아이와 가기 좋은 제3의 공간]에서는 김남매 엄마이자 리틀홈 COO, 이나연 님이 직접 가보고 고른 다양한 공간을 소개합니다. 박물관, 미술관, 도서관, 놀이터 중에서 익숙한 공간이지만 새롭게, 다르게 놀아볼 수 있는 공간이나 미술관 + 놀이터, 박물관 + 공원처럼 여러 공간이 결합되어 있어 아이들이 스스로 놀이 방법을 바꿔가며 다양하게 놀 수 있는 공간을 소개합니다.



초록이 가득한 풍경 속에 앉아 있는 거인.
우연히 SNS에서 본 사진 한 장에 나는 순식간에 마음을 빼앗겼다.
세상에, 우리나라에 숲과 거인이라니!



사진의 출처를 찾아 포천으로 달려가는 내내 나의 머릿속에선 잊고 있었던 이야기책의 책장이 다시금 펼쳐지고 있었다. 거인은 동화, 신화, 전설, 만화, 영화 등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등장해 나의 유년 시절을 환상과 모험으로 물들였던 이야기 친구였다.


로알드 달의 'The Big Friendly Giant' 삽화 (그림: 퀸틴 블레이크)


평강랜드라는 이름은 마냥 낯설었지만 그곳에 거인이 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낯익은 설렘이 찾아와 가슴이 두근거렸다. 드디어 기다리던 거인을 만나던 순간. 생각보다 큰 덩치에 긴장한 아이들이 쭈뼛쭈뼛 커다란 손가락을 잡아보는 동안 나는 조용히 그에게 인사를 건넸다.


“오랜만이야. 반가워”  


거인이 사는 수목원


평강랜드 1997년 평강식물원이라는 이름으로 개원하여 20여 년의 시간 동안 다양한 식물종을 연구하고, 생장시키며 아름다운 풍경을 일구어 온 곳이다.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전하기 위해 아스팔트를 배제하고 흙과 나무로만 길을 놓으며 우직하게 식물원을 가꾸어 오셨다는데 실제로 평강랜드를 거닐면 그간의 노고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지형을 따라 자리 잡은 꽃과 푸른 수목, 우거진 숲과 습지의 이어짐은 아름답고도 자연스러웠다. 하지만 아무리 멋진 풍경도 아이들에겐 심심하게 느껴질 터. 수목원이라는 말만 들어도 고개를 절레절레 내젓는 아이가 있다면 귓가에 아주아주 비밀스럽게 속삭여주자.


사실 이 숲엔 거인들이 살고 있다고.


익숙하던 아스팔트에서 벗어나 흙과 나무로 만든 길을 마음껏 밟아보는 경험
걷다 보면 심심할 틈 없이 습지, 수목, 꽃.. 다양한 종류의 자연을 만날 수 있다.


숲에 심긴 이야기


평강랜드에는 다섯 명의 거인이 살고 있다. 거인의 조물주는 토마스 담보, 덴마크의 업사이클링 예술가다. 그는 버려진 나무를 모아 다양한 거인을 만드는데, 그의 거인을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유는 뛰어난 안목과 솜씨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신화의 주인공이자, 자연 그 자체이며 훌륭한 스토리텔러인 거인이 지닌 이야기의 아우라 덕이 크지 않을까.


버려진 나무가 모여 이토록 거대하고 낭만적인 거인이 될 수 있다니!
거대한 거인의 조각에서 토마스 담보의 이름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우리가 거인을 만나러 간 날은 초여름 햇살이 유난히 뜨겁던 날이었다. 입장하자마자 가볍게 첫 번째 거인을 만난 아이들은 조금씩 신이 나기 시작했다. 더위에 아랑곳 않고 빠른 걸음으로 직진, 직진. 두 번째 거인이 저 멀리 보이기 시작하니 맹렬히 달려간다. 세 번째 거인을 만나기 위해서는 좁고 경사진 숲길을 올라야 하는데 헉헉거리는 엄마를 저 뒤에 두고 잘도 찾아간다. 네 번째, 다섯 번째 거인을 모두 찾기 위해서는 꽤 오랜 시간, 꽤 넓은 공간을 헤매고 다녀야 하는데 우리 아이들뿐 아니라 더 어린아이들도 눈을 빛내며 수목원을 내달리고 있었다.


앗! 저기 거인이다! (우다다다-)
어느새 한걸음에 달려와 거인 품에 안겨있는 아이들


이야기 속 착한 거인은 아이들의 어려움을 해결해주고 힘과 용기를 준다. 꽃과 나무와 함께 살고 있는 이 곳의 거인들도 같은 능력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아이들은 다섯 거인을 모두 만나기 위해 넓은 수목원을 헤매는 힘겨운 모험에 기꺼이 뛰어든다. 너무도 자연스럽게 거인과 눈을 맞추고, 숲과 정원을 오르내리며 저마다의 동화를 만들어간다. 자연, 이야기, 그리고 아이들이 만나 만드는 아름다운 이야기를 마주한 어른들의 마음도 간질간질 움직인다.


조용하던 숲에 거인이라는 이야기를 하나 심었을 뿐인데 이렇게나 공간이, 그곳을 누리는 모두의 마음이 반짝인다.


'안녕? 만나서 반가워' 거인의 배 위에 서서 눈을 마주치며 인사를 나누는 아이


놀이터가 된 식물원


평강랜드엔 이야기꾼 거인들도 있지만 멋진 놀이터도 있다. 그야말로 놀이가 끊이지 않는 곳이다. 놀이터의 면면도 다양하다. 누워서 하늘을 볼 수 있는 그물침대, 구름까지 뛰어오르는 트램펄린, 출렁다리와 외줄 그네, 마음껏 내달릴 수 있는 넓은 잔디마당 등등 나무, 밧줄, 폐타이어 등으로 얼기설기 만든 자연스러운 놀이터가 이곳과 퍽 잘 어울린다.


신발을 벗고 잠시 그물침대에 앉아 지친 다리를 쭉 펴고 쉬어본다.
산의 지형이 만들어내는 특별한 미끄럼틀


힘들게 헤치고 나온 숲길의 끝에, 뙤약볕을 견디며 걸은 길의 끝에 어김없이 선물 같은 놀이터가 기다리고 있다. 걸음이 느려지고, 가쁜 숨을 몰아쉬다가도 놀이터만 보면 즉시 에너지가 충전되는 아이들.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한 숲은 정말이지 근사하다.


마치 커다란 선물이라도 받은 듯이 웃음이 끊이질 않는 아이들의 모습


자연을 가꾸고 보존하는 데 힘쓰는 한편, 예술과 놀이를 더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자연의 품을 내어주기 위해 노력하는 곳이라니, 참으로 고맙고 소중한 공간이다.


평강랜드

주소: 경기도 포천시 영북면 우물목길 171-18 (11103)

운영시간: 오전 9시 ~ 오후 6시

입장료: 성인 7,000원, 소인 5,000원

홈페이지: http://www.peacelandkorea.com/


나연 님이 추천하는 <평강랜드 나들이 꿀팁>

놀거리, 볼거리가 많아 하루도 짧게 느껴진다. 아침 일찍 서둘러 여유 있게 즐기시는 것을 추천한다.

내부에 식당, 카페, 매점이 있어 따로 음식을 준비해 가지 않아도 된다.

벤치와 파라솔이 곳곳에 있지만 식구가 많거나 아이가 어리다면 돗자리를 챙겨가는 것이 유용하다. 텐트나 그늘막은 반입이 금지되어 있다.

아스팔트가 깔린 인공적인 길이 아니므로 유모차나 휠체어 등으로는 제대로 둘러보기 어렵다.

숲 속 놀이터는 적극적인 신체활동을 할 수 있는 5세 이상의 어린이들에게 적합하다.

여름에는 물놀이장, 가을에는 핑크뮬리로 물들어 계절마다 색다른 재미를 즐길 수 있다.




평강랜드를 거닐며 이토록 경제적이며 낭만적인 공간기획이 또 있을까 생각했다.


거인이라하면 누군가에겐 산과 호수를 빚었다는 신과 같은 능력의 존재가, 누군가에겐 꼬마 아이의 얕은꾀에도 보란 듯이 속아 넘어가는 어리숙한 존재가, 또 누군가에겐 위기의 순간에 나타나 든든하게 지켜주는 믿음직한 존재가 떠오를 것이다. 아마 존재의 성격에 따라 사는 공간의 형태도, 분위기도 다르게 그려질 테다.


모든 사람의 마음속엔 저마다의 이야기가 산다.

하나의 공간에 하나의 이야기를 심음으로 우린 저마다의 놀이터를 갖게 되었다.

그것도 동화 속에 나올 법한 멋진 놀이터를 말이다.




+ 함께 가보면 좋을 곳


문경 에코랄라 자이언트 포레스트


거인의 이야기가 마음에 든다면, 문경에 위치한 에코랄라도 기억해두자. 석탄박물관만 있던 곳에 멋진 놀이터가 개장하였는데 이름하여 자이언트 포레스트. 생생한 색감과 다양한 형태의 놀이기구들이 그림을 그린 듯 인상적이고, 땅에서 불쑥 솟아 나온 거인의 손, 종이배가 떠있는 호수 등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야깃거리가 더해진 흥미로운 놀이터다.    


땅을 뚫고 솟아오른 거인의 손이 만든 그물 다리라니!
울퉁불퉁 나무길을 오르락내리락, 모험을 이어간다.
한쪽에는 형형색색의 다양한 놀이 시설이 아이들을 맞이한다.
종이배와 빨대 모양의 기둥에서 쏟아져 나오는 물을 맞으며 뛰어노는 아이들


에코랄라 자이언트 포레스트

주소: 경상북도 문경시 가은읍 왕능길 112

운영시간: (하절기 기준) 평일 09:00 ~ 18:00, 주말/공휴일: 09:00 ~ 19:00

** 하절기와 동절기, 평일과 주말/공휴일의 운영 시간이 다르므로 확인하고 가는 것이 좋다.

입장료: 성인 17,000원, 청소년 15,000원, 어린이 13,000원

홈페이지: http://ecorala.com/


나연 님이 추천하는 <에코랄라 나들이 꿀팁>  

입장료에는 석탄박물관과 거미 열차, 갱도체험, 자이언트 포레스트 이용이 모두 포함되어 있어 비싼 편이지만 제법 알차다. 시간 여유를 갖고 방문해야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자이언트 포레스트엔 물놀이가 가능한 구역이 있어 옷이 젖을 수 있으므로 여벌 옷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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