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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익수 Nov 20. 2022

남성사교요리클럽(MSCC)에 대한 생각

전익수

1960년 전후에 태어나서 현재 대한민국에서 살아가고 있는 나를 기준으로 남자들의 삶을 생각해 본다. 모든 것이 한참 부족한 나라에서 태어나 열심히 살아온 형님뻘 세대의 살아가는 모습에서 열심히 일하는 법을 배웠다. 그래서인지 노는 것 보다는 일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 몸에 배었다. 유교적 도덕교육을 초등학교 부터 배워서 몸에 깊이 새겨진 부모에 대한 효도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당연하다. 학교를 졸업하고 몸 담은 조직에서 윗 사람의 지시를 옳고 그름을 묻지 않고 따라야 하는 충성윤리는 짧지 않은 국민교육헌장을 술술 외우도록 가르친 어릴적 학교교육의 결과였다. 어쩌다가 TV에 태극기가 휘날리면서 조국과 민족의 감흥을 되살리는 예전 장면이 나오면 여간해서 안나오는 눈물이 찔끔 맺히는 심성은 내가 생각해도 신기하다.


여간해서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고 웬만큼 가까워져서 깊은 말을 섞기 전에는 잘 모르지만 거의 대부분의 베이비붐 앞뒤를 포함한 세대의 남자는 어릴적 성장하면서,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생할을 겪어오면서 각자 소설 한권을 채울 만큼의 삶의 아픔과 질곡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것이 없이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내고 큰 어려움 없이 잘 살아온 남자가 있다면 그 자체는 좋은 것이지만 아마도 서로 깊이 있는 삶의 대화를 나누기는 어려울 것이다.


각자 나름의 성장 과정과 다양한 사회 경험을 가진 50~60대 남자들의 현재 모습으로 앞으로 평균적으로 수십년을 더 살아나가야 하는 한국사회에서 잘 살아나갈 수 있을까? 문제는 없을까?, '아니야 그렇지 않아.'라는 평소의 생각이 지난달 초순에 스페인 바스크지방 여행을 다녀 온 것을 계기로 남성사교요리클럽(Men’s Social Cooking Club)에 이르렀다.


우리 세대의 기본 도리인 효도로 모시고 부양의 짐을 기꺼이 떠 안았던 부모님은 한분씩 돌아가시면서 어깨의 짐은 점점 가벼워진다. 처음 자녀를 낳아 보았기에 경험도 없고 무엇을 모르면서 키웠던 자녀들은 이제는 어지간히 몸과 생각이 커져서 각자 자기 몫의 삶의 무게를 지고 열심히 사회속으로 달려간다.


자녀들이 잘 되기를 바라는 것은 모든 부모의 한결같은 마음이다. 그러나 실제 아들 딸이 어떻게 삶을 살아갈지는 부모의 의도대로 진행되지는 않는다. 삶은 각자 설명하기 나름이지만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하는 세계이기에 아이들은 부모로서 남자가 어찌할 수 있는 영역을 점차 벗어나게 되어 있다. 그래도 할수 있는 것은 '뿌린대로 거둔다.', '공짜는 없다.' 같은 인간의 삶에서 너무도 당연한 명제를 기회가 될 때 설명하면서 아빠의, 아버지의 살아가는 모습으로 보여 줄 수 있다면, 그래서 조금씩이라도 후대에 전달이 된다면 다행이다.


베이비붐 시대 전후로 태어난 남자들이 살아 온 그리고 앞으로 살아 갈 패턴을 일반화 하려는 의도는 아니다. 바로 나 자신을 돌아 보아도 보이는 평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지나온 여정에서 미래의 모습이 추측된다. 이러한 현재에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기왕이면 의미있게, 그래서 남자들이 모여서 만드는 이 모임이 나와 너가 함께 재미있게 살 수 있는 사회의 작은 단위로 잘 작동한다면 더할 나위없이 좋겠다는 생각이다.


남자들이 언젠가 은퇴하기 전의 현역에서 살아가는 모습은 20~30년 기간동안 각자의 전문영역과 사업에서 쌓은 내공으로 깊이 숙성된 전문가들이다. 각자의 사회적 역량을 키우고 유지하기 위하여 대부분 비지니스와 지인들로 엮인 인간관계로 하루하루가 무척 바쁘다. 어찌보면 바쁜 것이 계급장이고 능력이고 자랑이다.


개인에게 은퇴는 시간의 문제이고 시간이 문제라면 반드시 마주하게 된다. 언젠가의 은퇴를 앞두고도 일 자체가 자신을 붙들어 주고 일이 자기의 대부분이기 때문에 어찌보면 나를 유지하는 성벽이다. 그 성안에 있으면 일로 인한 스트레스는 언제나 있지만 기본적인 삶의 패턴은 유지되기 때문에 큰 틀에서는 안정적이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남자의 살아가는 모습이 같을 수는 없다. 개인적인 능력의 많고 적음에 따라 시점의 차이는 있지만 결국 내가 쌓아 온 그래서 나를 지켜주는 성을 떠나서 밖으로 나가야 한다. 어쩔수 없어서 나가야 하고, 나가는 것이 맞다고 스스로 판단해서 떠나기도 하지만 결국은 같은 것이고 이것을 구별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남성 위주의 가부장적인 환경에서 자라고 사회생활을 해온 베이붐 세대의 남자들과 이후 세대의 남자들은 은퇴한 후에 상대적으로 사회적인 위치가 약해질 수 밖에 없다. 은퇴 후에도 경제적인 능력이 어느정도 갖추어 졌다면 좀 더 길게 갈 수는 있다.


너무도 자연스런운 모습이지만, 성공을 목표로 사는 남자들은 평생을 강자의 논리로 생존하는 법을 배웠기에 상대적으로 약자가 되어서 살아가는 방법이 매우 서툴다. 자기의 생각과 주장을 펼치는데는 익숙하지만, 상대방의 감정을 느끼는 것이 무척 서툴고 어색해서 자연스럽게 남을 배려하는 것에 한템포 늦다 보니 이러한 남자를 서비스업에 갖다 붙이기에는 전혀 젬병이다. 그런 자리에 서 있으면 오히려 일을 망칠까 불안하다.


나는 개인적으로 젊은 세대의 행동, 생각, 말투, 옷차림, 몸치장, 업무태도 등 그 어떤 것이든 접하면서 노여운 감정이 생기거나 무어라도 한마디 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그 자체가 경험 많은 약자의 모습이라고 의식적으로 생각한다. 그들은 내가 살아왔던 젊은 시절을 지금 살고 있고 그들의 현재 모습은 나를 포함한 사회가 만들어낸 결과이다.

마음에 안드는 젊은 세대를 수용할 수 밖에 없다고 판단한 이후에는 자신의 잘 나가던 한창 젊은 시절의 경험을 되새기며 그 힘으로 남은 시간을 살아 나간다. 그래서 그 때의 시절과 경험을 공유한 사람들과 주로 어울리게 되며 과거를 먹고 살아가는 모습이고 어쩔 수 없는 인간 삶의 모습으로 자연스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남자는 언젠가 은퇴한 이후에도 남은 삶을 의미있고 보람있고 재미있게 그래서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고 싶어 하는 마음에 공감한다. 현역으로 열심히 활동하든지, 은퇴를 앞두고 있든지, 또는 은퇴한 이후를 포함하여 '이것이 어떻게 하면 가능할까?'가 던져진 질문이고 주어진 문제이다.


우리의 삶은 사람의 속을 닮아서 정말 복잡하기 때문에 어떠한 질문이나 문제이든지 간에 똑 떨어지는 정답은 어차피 없다. 아무리 많이 살고 경험했다고 해도 상대적으로 좀 더 나은 답을 제시 할 수는 있어도 그것을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다. 남자들의 삶의 문제를 나누고 서로의 지혜를 공유하여 기왕 좋은 답을 함께 찾아보자는 취지에서 모임이 시작되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이 사회에서 쓸모 있는 필요한 남자가 되고자 정신적, 육체적, 영적인 건강함을 갖기 위하여 지속적으로 노력하는 남자가 되자!

나의 사회적 위치가 어떠하든 그 자리에서 이웃과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주는 삶을 추구해 보자!

나는 우리 사회에서 선택받았다고 인식하고, 나의 방식으로 나의 재능과 능력을 우리 사회에 되돌려 주고자 지속적으로 실천해 보자!


이런 목표와 가치를 회원들이 공유하면서 자신이 직접 요리하여 만든 음식으로 이웃과 친구와 선배와 후배와 스승과 제자와 임직원과 동료와 가족과 회원과 함께 나눌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것을 함께하는 남자들의 사교요리모임을 생각해 본다.



[ MSCC 인스타그램 계정 ]

https://www.instagram.com/mscc.hq/


[ MSCC 공유주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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