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전익수 Apr 17. 2023

처음 만나는 행동경제학

신임철

경제학(經濟學/Economics)이란 재화(Goods)와 용역(Services)의 생산과 분배, 지출에 관한 전반적인 경제 현상을 분석하고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정의한다. 경제학은 다양한 경제 현상들의 모형을 만들어 현실을 설명하려고 한다. 이러한 모형들이 합쳐져서 하나의 개념을 형성한 것이 경제이론인데 어떤 이론을 해석하기 위해서는 모델링이란 작업이 필요하다.

여기까지는 괜찮은데, 어떤 현상의 모델링에는 수학이 개입되고 수학이 개입되면 엄밀해지기도 하지만 무척 어려워진다. 경제학과에 입학한 대학생이 수학과에 입학한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할 만큼 어려운 수학 문제를 풀려고 머리를 싸메는 상황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수학을 잘하면 경제학을 잘 안다고 인정받을 수도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이와 같은 경제학을 주류 경제학(Mainstream Economics)으로 부르고, 이것은 우리가 중고등학교에서 배운 경제학이기도 하다. 주류 경제학은 인간에게 모든 정보가 빠짐 없이 주어지고, 인간은 이 주어진 정보를 가지고 최선의 합리적인 판단을 한다고 가정한다. 인간의 경제 활동은 복잡계(複雜系/Complex System)이다. 복잡계는 모델링이 무척 어렵기도 하지만, 어찌하여 모델링을 하더라도 비현실적인 가정과 조건을 전제하기에 현실의 경제 활동과 맞지 않거나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저자는 이러한 주류 경제학의 한계를 지적하고, 인간의 경제 현상을 심리적 관점에서 분석하여야 실제 경제 활동을 제대로 설명할 수 있다는 행동경제학(Behavioral Economics)을 주장한다. 저자는 다양한 분야에서 실무를 경험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행동경제학자이다.

이 책은 경제학 책이면서도 어려운 수학은 없고, 있어도 초등학교 산수 수준이다. 저자는 행동경제학을 처음 만나는 독자에게 쉬운 에세이처럼 이 이론을 설명하기에 이 책은 재미있게 잘 읽혀진다. 행동경제학은 경제학과 심리학이 결합된 학문인데, 이 책을 접한 나에게는 행동경제학에서 심리학의 비중이 훨씬 크게 다가온다.

저자는 이 책에서 행동경제학 이론 중에서 휴리스틱(Heuristic ), 즉 편향(偏向)으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대부분의 사람은 여간해서는 자신이 틀렸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싫어한다. 그래서 자신의 생각과 다른 말은 잘 들으려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감정적으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어찌 보면 자신이 틀렸다는 것 자체를 모른다고 볼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사회적 지위가 높을수록, 나이가 많을수록, 살아 온 경험이 많을수록 이러한 생각의 편향은 심해진다.


어떠한 직업군에서 경험이 많고 스스로 일처리 능력이 있다고 믿는 사람은 자신에 직업에서 익힌 방법론을 일반화하여 다른 사람들에게도 적용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직업에 따른 편향은 서로 다른 경험을 가진 사람들 사이의 의사소통을 어렵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한 편향은 스스로 깨닫기가 무척 어렵고 세상과 소통하면서 살아나가야 하는 자신에게도 도움이 안된다.

행동경제학에서 말하는 확증 편향(確證偏向/Confirmation Bias)은 자신이 가진 신념, 관념, 이념, 철학, 가치관, 사상, 교리 등을 지속적으로 정당화하려는 편향된 태도를 뜻한다. 확증 편향에 빠진 사람은 일단 자신의 생각을 결정하고 나면 자신의 생각과 일치하거나 주장에 도움이 되는 정보만을 선택적으로 취하고, 그것과 반대되는 정보는 무시해 버린다. 어떠한 사실이나 주장에 꽂혔다면 그것에 관한 긍정적인 점만 보고 싶어 한다. 반면에 부정적인 내용은 보려고도 하지 않기 때문에 바로 앞에서 부정적인 사실을 큰 글자로 보여 주어도 그 사람의 눈에는 절대 보이지 않게 된다. 확증 편향은 우리가 좋아하는 것, 사랑하는 것, 옳다고 믿는 것에 대한 중독을 유발하는 현상이기도 하다.

확증 편향은 개인 차원의 비합리성을 넘어 언론 등을 통하여 조작되면 공동체 집단의 비합리성을 조장하여 공동체 전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우리 사회가 점점 더 양극화로 치닫는 현상의 이면에는 어느 한쪽으로 극심하게 편향된 유튜브 컨텐츠 같은 정보가 많은 사람들에게 마치 언론처럼 작용하는 원인이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

저자가 인간의 본성에 대하여 설명하는 부분을 옮겨본다. 기본적으로 단기적 이익을 추구하고 이기적인 것이 인간의 본성이다. 이러한 본성을 넘어서서 자기통제는 인간의 단기적 충동이라는 비합리적 본성을 통제하면서 자신의 장기적 이익을 극대화하는 '시간' 차원의 개념이고, 이타주의는 이기적이라는 인간의 비합리적 본성을 제어하면서 공동체 전체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범위' 차원의 개념이다.

행동경제학자인 저자는 이 책을 통하여 경제 주체인 인간의 심리적인 측면을 여러 가지 이론으로 설명한다. 휴리스틱(Heuristic)과 편향, 전망 이론, 프레이밍 효과, 심리적 회계, 자신감과 군중 심리, 게임이론과 점증 모형 등의 행동경제학 개념에서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데 중요한 지혜를 배울 수 있다.

행동경제학이라는 학문이 불완전하고 이기적인 본성인 인간을 객관적으로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고, 이를 통하여 우리 사회에서 공동의 선을 찾기 위한 길을 제시할 수 있다면 좋겠다.​​

작가의 이전글 오늘부터 내 책 쓰기 어때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